[촌부의 단상]
드디어 엔진톱을...
2022년 4월 8일 금요일
음력 壬寅年 삼월 초여드렛날
집옆의 산속에서 산비둘기 구구대는 소리를 비롯한
온갖 산새들 지저귐 소리가 산골의 아침을 깨운다.
분명 이 산골에도 봄이 왔구나 싶어 눈을 뜨자마자
늘 해오던 습관대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2층 창가에서 아연실색을 하고 말았다. 내려다보는
산골의 아침 풍경은 마치 눈이 내린듯이 검은 색의
아스팔트슁글 지붕이 하얀색으로 뒤덮힌 모습이다.
기온도 어제 하루 잠시잠깐 영상이라 좋아했는데
오늘은 다시 영하 3도까지 뚝 떨어졌다. 이럴때는
'참으로, 정말로, 그야말로, 너무나, 대단하고 질긴
산골의 겨울 끝자락이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한낮엔 영상 15도를 웃도는데 켜켜이 얼어붙었던
시냇가의 얼음은 언제쯤에 다 녹으려나 모르겠다.
이런 환경에서 사는 것도 남다른 복이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다둑이고 또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도 작업반장인 아내의 지시와 감독하에 작업을
했다. 드디어 엔진톱을 들었다. 딱 한달만의 일이다.
조심스레 시동을 걸고 조금 통이 작고 재질이 약한
통나무부터 잘라보았다. 오랜만이지만 몸이 기억을
하고 있어 그런지 별다른 무리가 없다. 차츰 단단한
재질의 아카시아나무를 잘랐다. 이놈은 재질이 정말
엄청 촘촘하고 견고하고 단단한 녀석이라서 자르는
것이 쉽잖은 나무에 속한다. 그런데 베어놓은 나무
대부분이 아카시아나무이니 어쩌겠는가? 조심스레
자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작업반장을 자처한
아내가 정해준 작업량은 평소와 같으면 이내 해치울
분량이지만 옆에 지키고 서서 듣기 싫지않은 잔소리
끓어붓는 바람에 쉬엄쉬엄 하다보니 작업이 더디다.
마지막 남은 아카시아나무 하나는 엄청 지름이 넓어
애를 먹었다. 우리 엔진톱은 소형이라서 자를 수가
있을까 싶었지만 한번 해보기로 했다. 통나무를 이리
저리 굴려가며 겨우겨우 자르기는 했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 오전 작업을 마쳤다. 지난 겨울
절개지 정리를 하느라 베어낸 나무가 큰밭에 잔뜩
널부러져 있었는데 모두 다 잘라서 마무리를 했다.
저 많은 나무를 언제쯤 다 자르고 쪼갤까 싶었는데
드디어 밭을 비웠다. 뿌듯함이라 기뻐하는 아내가
내미는 손바닥에 맞장구를 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렇다고 모든 나무를 다 정리한 것은 아니다. 아직
곤달비밭가에도 통나무가 잔뜩이고 아우네 부근에
널부러져 있는 통나무도 남아있다. 쉬엄쉬엄 하는
작업이라 아직 며칠은 더 엔진톱 작업을 해야한다.
통나무를 잘라 장작집 부근 작은밭으로 옮겨놓은
나무를 도끼로 쪼개고 장작집에 차곡차곡 쌓아야
일이 마무리가 되는 것인데 작업반장은 단호하게
"오늘 작업은 여기까지, 작업 끝~!!!"이라고 하며
들어가 씻고 장구경이나 가자고 했다. 어이없다는
듯이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 고집을 어이 꺾겠는가 싶어 "그러세! 내일하면
되지 뭐~"라고 하며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절대로
무리하지 말라는 보건진료소장님의 말씀을 아내는
철저하게 지키려는 것이고 촌부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인데 어찌 따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렇게
일을 마치고 봉평오일장에 잠시 다녀왔더니 3시가
넘어 그냥 푹 쉬었다. 오늘은 또 한달만에 도끼질을
해볼 참인데 작업반장인 아내의 작업지시가 어떻게
나올런지 궁금하다.
이 아침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소박하지만
풍경이 글이 되고
글이 풍경이 되는
그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고...
첫댓글 아자아자 화이팅
응원,
감사합니다.^^
주말 보람차게 보내세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봄이 하루가 다르게
손짓을 하는 날들 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 하세요
뒤늦게 오는 산골의 봄은 여느 고장과는 달리 왔다하면 가속이 붙는답니다. 그 봄을 기다리는 촌부입니다.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일을 하면서
하루의 삶이 시작되고
정리하면서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는
촌부님의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건승하세요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힘든 산골살이를 왜 그렇게 고집하느냐고? 그래서 했던 말이 오늘 일기의 끝부분에 쓴 말입니다.
풍경이 글이 되고
글이 풍경이 되는 그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글쟁이가 되고싶어 그런다고...
격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보람찬 주말 되세요.
오라고 초청하면 가서배울껀데
한번 불러주세욤
미래 자연인 1순위 ㅎ
늘 어슬픈 촌부인걸요.ㅎㅎ
기회가 되면 오십시오.^^
@산골촌부 뽀식이 진짜요 허락했어요
나 진짜갑니다 ㅎㅎㅎㅎㅎ
아자아자 오늘도 잘살아봅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