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등대
이 몸도 마음도
여러 분들이 와서 실크로 된 벽지를 뜯어 내고
새로 고른 종이 벽지를 붙이며
천정 베니야로 된 반자에 석고 보드를 대는 작업을 하고
불단 목재 부분에는 방염 도료를 칠하는 등
하루 종일 도량이 분주합니다.
나는 하는 일은 없어도 그저 이곳 저곳 둘러 보면서
차와 음료등 필요한 부분을 챙겨만 주는데도 힘이 드는데
워낙 일에 인이 배겨서 그런지 하루 종일 점심 먹는 시간 외에는
다들 열심히 일을 합니다.
뜯어 낸 벽지의 위험성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보려고 쪼가리에 불을 붙여 보니
검은 연기와 함께 고무 타는듯 한 냄새가 금방 코를 찌릅니다.
작업을 하던 한 사람이
스님 이것을 태워 보세요 하고 건넨 것은
오늘 다시 도배를 하는 도배지의 쪼가리인데
그것을 태워 보니 그것은 단지 종이가 타는 냄새에
연기도 적고 불이 붙는 시간도 실크 벽지와 차이가 납니다.
경제적으로는 부담이 가는 일이라도
응급 상황시에 사람들의 안전을 위하여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란 것을 눈으로 보고서야
확인을 하는 경우이니 참으로 어둑한 사람입니다.
작업을 맡아 하는 처사는
스님 종이라고 해서 불이 안붙지는 않지만
만약 화재 발생시에 사람들이 피신할수 있는
시간을 가질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는 됩니다 하는군요.
날이 찬 까닭에 도배를 한 벽지가
밤 사이 얼어 버리면 안된다하여
한동안 가동하지 않은 보일러를 켜니
안전 점검 불만 들어 올 뿐
영 작동할 생각을 내지 않습니다.
하는수 없이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하니
기사가 와서 보고 이것 저것 교체를 하고 갔는데도
성능과 기능이 좋아 보이지를 않아
하는수 없이 작은 난로라도 하나 켜 놓고
온기를 전해 봅니다.
일은 한번 겪을 때에 몰아서 하라는듯
법당 옆방에 갖추어 두고
과일등을 넣어 두는 냉장고도
냉동 기능이 안되어 전화를 하니
기사가 와서 보고는
콤프레셔가 나간 것 같다면서
적지 않은 경비가 들것이라 하고 갑니다.
이번 참에 팔년 된 보일러요
구년째 되는 냉장고이기에
새것으로 바꾸어 볼까 생각하다가
그저 고쳐서 쓰다가
정이나 이 이상은 어렵습니다
소리 나오기 전까지는
손보아 가면서 써 보려 합니다.
최인호씨의 상도라는 책에 보면
자린고비라 소리를 들을만큼
재화를 크게 이루고
그에 대한 애착이 큰 부자가
하루는 마루에 앉아
뜨락에서 모이를 쪼아 먹는
자기 집에 키우는 닭과 병아리들을 바라 보며
자신이 평생 이룬 것에 대하여
몹시 흐뭇해 합니다.
그러던 한 순간 무슨 검은 물체가
하늘에서 내려 왔다가 사라 지는데
솔개 한마리가 자신의 병아리 한마리를 물고
하늘로 치솟아 올라 갑니다.
한순간의 일이었지만
일평생 자신의 것이라고 하여
이름 지어진 모든것은
단 하나라도 잃어 버리거나
허투루이 소비한 바가 없는 사람으로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나의 것이 비록 작은 병아리일망정
저렇게 없어지는 것을 보면
이제 나의 재산이 하나 둘씩
흩어져 감을 예고 하는 것이니
그것을 보며 안타까워 하기 보다는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나라와 백성과 이웃을 위하여
모두다 되 돌려 줄 시기가 되었다는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습니다.
비록 소설에서의 일이지만
참으로 멋스러운 사람의
전형을 보는 것 같습니다.
내게는 특별히 부처님을 모시고
불사를 하며 도량을 수호하는데
필요한 경비를 지출하는 것 이외에는
별로 경제적인 지출이 따로 없더니
새 봄을 맞이하며
미처 소홀히 하였던 부분들로 하여금
이것 저것 손 보는데 들어 가는 경비를
이웃과 같이 나누어 쓰도록 하라 하시는
자연의 소리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구형이 되어서
부품 구하기조차 어렵다 하며
기사들은 새것으로 교체를 권하는데
이 몸과 마음도 구닥다리인지라
물건도 쉽게 바꾸지 못하는 심정을
저들은 알른지 모를른지 모를 일입니다.
어쨋든 아직 다 마쳐지지는 않았지만
새로 선택해 바른 벽지의 밝고 은은한 색감이
잘 선택하였다 싶은 저녁입니다.
도배지의 선택이 위급 상황시에
피신할수 있는 시간을 벌어 준다는
기사의 말을 빌지 아니 하여도
우리가 평소에
염불하고 참선하고 간경하는 공덕이
우리를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피난처가 되고
임종시에는 극락세계로 가는
힘이 된다는 생각으로
정진의 마음 놓아서는 안되겠습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집을 짓거나 큰 건물 혹은
큰 규모의 사찰이나 포교당을 건립시는
화재에 취약한 부분을 미리 생각하셔서
벽지등 마감재의 선택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 주시기 바라며
또 장애를 가지신 분들의 출입을 고려하여
계단 옆에 경사면을 설치하는 등등
시류의 흐름을 따라서 올 봄 내내
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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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