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김경애 공동대표, 아래 서울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권 확보를 위해 서울시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20일 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11월 4일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 아래 교육청)은 비수용적인 최종협상안을 내놓았다.
기자회견장 이용을 저지당한 후 건물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부모들
이에 서울교육권연대가 11월 5일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한 서울시교육청 기자회견실에서 서울시 교육감과의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위해 교육권연대 관계자들이 교육청 건물 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출입구는 굳게 잠겨져 있었다.
이에 장애인교육권연대 윤종술 공동대표가 담당직원에게 “기자회견장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 기자회견실을 못쓰게 하는 곳은 서울시 교육청 밖에 없다.”라며 담당직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담당직원들은 “업무에 방해된다. 기자회견은 정문에서 해도 되는 거 아니냐?”라며 진입을 막았다.
윤 공동대표는 “교육청 건물은 누구의 돈으로 지은 건물인가! 오늘 기자회견장 이용을 막는 어처구니 없는 일에 대해 책임자를 반드시 엄중 문책해야 한다. 공정택 교육감이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교육청의 어떤 요구안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교육청, “교육권연대 요구안 수용불가”
농성 후 협상 경과보고를 하는 노들장애인야학 김기룡사무국장
교육청 직원들과의 실랑이 내내 부모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결국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교육권연대 부모들은 기자회견을 치렀다. 오전 11시 15분 경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김기룡 사무국장이 농성 후 협상에 관한 경과를 보고했다.
김 사무국장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10월 18일 서울교육권연대는 서울시교육청에 ▲ 장애인교육예산 6%수준 확보 ▲ 유치부, 고등부등의 특수학급 증설 ▲ 치료교육교사 및 특수교육보조원 확대배치 ▲ 특수교육지원센터 내 전담인력 배치 ▲장애성인교육기관(장애인야학 등) 전면 지원을 요구하며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면담을 요구했다.
김 사무국장은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는 19일간의 농성 중 4차례 협상이 있었으나 아무런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마지막 협상이 있었던 11월 4일에는 서울시 교육청 실무자가 전화를 통해 우리의 요구안은 수용불가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서울교육권연대, “서울시교육청, 교육인적자원부 약속도 무시”
당시 교육청이 밝힌 최종협의안들은 ▲ 특수교사 증원 불가, 강사 등 비정규직 교사배치를 통해 2006년도부터 특수교사 증원계획 ▲ 방과 후 교육프로그램의 지원의 경우 2005년도 하반기부터 지원 가능(특수학교는 2004년도에 지원했으므로 2005년도에는 지원하지 않는 조건으로) ▲ 장애인야학에 대한 지원불가였다.
김 사무국장은 “4차례의 협상이 있었지만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얼굴 한번 비추지 않았다. 이는 결국 공정택 교육감이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교육청의 최종 협의안과 관련해 장애인교육권연대 도경만 집행위원장은 “교육청의 최종안들 중 일용직의 치료교육보조원 증원의 ‘보조원’의 개념은 특수교육법상 조항에도 전무한 근거없는 말이다. 현재 부모들이 요구하는 것은 전문적인 자격증을 갖춘 치료전문교사를 배치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도 집행위원장은 “장애인야학 지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의 장애인 야학 운영비, 교재 교구비 지원, 차량이동에 관한 예산배정이었다. 이것은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 농성 중에 교육인적자원부가 분명히 약속했던 것으로 이는 장애인복지 5개년 계획에도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이러한 약속을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종술 공동대표, “서울시교육감, 지방교육감들보다 냉소적”
이어 장애인교육권연대 윤종술 공동대표는 19일간의 농성동안 교육감이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실무자들만 앞세워 대충 해결하려는 교육감의 불성실한 태도를 말해주는 거라며 서울시 교육의 수장으로서의 교육감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장애인 부모들은 비통함과 비장함이 교차되었다.
윤 공동대표는 “현재 울산과 대구에서도 장애인교육확보를 위해 농성을 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에는 아침마다 교육감이 농성장을 방문하고 있으며 대구의 경우에도 농성 3일 만에 교육감이 직접 나서서 협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잠시 후 기자회견문 낭독이 있었다. 서대문장애인부모회 김혜미 회장은 “내가 머리를 깎은 이유는 보다 빠른 시일 내에 교육감의 직접적인 답변을 듣고 싶어서였다. 지금은 그저 비통할 뿐”이라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교육권연대는 기자회견 후 ‘교육감면담촉구 집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투경찰들이 30여명의 장애인들과 부모들의 정문 출입을 저지시켰다. 결국 교육권연대는 교육청 정문 밖으로 밀려난 채 집회를 진행했다.
장애인 부모와 당사자들, 기필코 장애인교육 정부에 책임 묻겠다.
집회를 시작하며 서대문장애인부모회 김혜미 회장은 “교육청은 이렇게 닫혀 있지만 부모들은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장애인 부모들이 장애인교육권확보 투쟁에 적극적으로 합류하고 있다. 앞으로 일어나는 사태에 대해 공정택 교육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얼마 전 삭발을 단행했던 서울통합교육학부모회 박문희씨가 농성소감을 밝혔다. 박 씨는 “어제 농성을 마치고 새벽 1시에 집에 귀가했다. 지금 엄마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고3 딸아이 얼굴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얼마 전 딸아이는 삭발한 나를 바라보며 ‘엄마 귀여워’ 라고 했다. 그 때 미안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참석했던 노들장애인야간학교 학생인 지체장애1급인 문명동씨는 “학교를 왜 못가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수 십년 동안을 집에서만 살아왔다. 장애인의 삶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비참하고 서글픈지 정부가 알아줬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집회에 참석했던 자폐아동을 키우는 청각장애인 어머니는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또박 또박 큰소리로 “청각장애인 엄마로 자폐아를 키우기는 정말 힘들다. 현재 보조원 지원을 받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모두 이렇게 운동을 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요구안들을 모두 성사시켜야 한다.” 라고 호소했다.
교육권연대 교육청 천막 농성 후, 장애인교육혁신운동 특수학교 부모들도 나서
보조원배치 제도와 관련해 장애인교육권연대 도경만 집행위원장은 “현재의 장애학생을 보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500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서울시는 그에 1/10의 인원수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결국 이날 집회는 정문밖으로 말려난 채 진행되었다. 그러나 부모들의 투쟁결의는 어느때 보다 더욱 강했다.
집회 후 교육권 관계자가 교육청의 부교육감과 기획관리실장이 서울교육권연대와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고 알렸다. 장애인교육권연대 윤종술 공동대표는 “최근 들어 특수학교 학부모들도 투쟁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며 장애인교육개혁을 위한 부모들의 거국적인 움직임은 우리나라 장애인교육 변혁에 중요한 주춧돌이 될 거라 확신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울분을 토했던 장애아를 둔 일본인 어머니 미아모토씨(37)는 “나는 6살 난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일본인이다. 남편이 한국인이라 이곳에서 살고 있다. 장애아를 키우기에 휠씬 여건이 나은 일본으로 가고 싶지만 가족이 떨어져 살수 없다. 힘들더라도 싸워서 한국 땅에서 아이를 잘 키워 내겠다.”고 다짐했다.
미아모토씨의 얼굴은 비록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자식을 향한 부모의 열망은 이미 국적을 초월해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