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자존감
함께 있으면 편한 사람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는 뜻과 함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성향 또한 높다는 뜻이다. /셔터스톡
내가 명상을 하면서 정말 고맙게 여기는 것 중에 하나는 명상이 나의 자존감을 높여 줬다는 것이다.
자존심(pride)과 자존감(self-esteem, or self-respect)은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이 두 말은 사실 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자존심 혹은 자부심은 항상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데서 나오는 감정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이 좀 나으면 우쭐하는 우월감이 생기고,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면 열등감이 생겨 위축된다.
그러나 자존감은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 의해 좌우되지도 않는다.
존중한다는 말은 영어로는 ‘respect’인데, 이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그 단어에는 ‘있는 그대로 본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는 뜻과 함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성향 또한 높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든 다른 사람이든 있는 그대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키가 크면 큰대로 좋고, 키가 작으면 작은대로 좋다. 돈이 많으면 많은대로 좋고, 돈이 적어도 적은대로 괜찮다. 물론 절대빈곤은 딴 문제이다.
어떤 젊은 부부가 열심히 돈을 모아서 모닝 차를 한 대 샀다. 다른 사람들이 주말이면 자가용으로 주말 나들이를 가는 것이 부러워서였다. 그들은 처음에는 너무 행복했다.
주말이면 아이들 둘을 태우고 네 식구가 야외 나들이를 가곤 했다. 처음에는 사흘이 멀다 하고 차를 닦고 광을 내고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신들의 차가 보기 싫어졌다. 이웃집에 한 부부가 이사를 왔는데, 그 집 남편은 자기 남편과 비슷한 연령인데도 벤츠를 몰고 다녔기 때문이다.
만일 그 여성이 자존감이 높았다면, “어, 저 집은 벤츠네. 우리는 모닝인데.” 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것이다. 만일 자존감이 더 높았다면 아예 벤츠니 모닝이니 하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여인은 자존심 중심적이어서 딴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그 순간 행복과는 멀어진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볼 때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다고 한다. 경제력으로 보면, 세계에서 10위 내외의 경제대국인데, 왜 행복지수는 그렇게 낮을까?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성향이 너무 강하다는 데에 한 원인이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꼴을 못 본다.
비교 중심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운을 불안해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운을 같이 즐거워하고 같이 나눈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일어난 즐거운 일을 이야기 하면, 그것을 자랑이라고 여기지 않고, 그 즐거운 일에 기꺼이 동참하여 같이 나누는 것이다.
나도 젊은 시절 한때는 다른 사람의 행운을 시기하고 질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특히 명상으로 마음공부를 하면서, 그러한 시기와 질투가 얼마나 유치한 감정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그러면서 시기하고 질투하는 습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비교, 시기, 질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졌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참 편하다. 자존감이 높으면 늘 자유롭고 행복하다. 명상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정말 좋은 도구이다.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