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노대통령 탄핵, KBS, 그리고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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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탄핵, KBS, 그리고 민주주의

KBS와 언론단체들은 탄핵보도에 대해 재평가할 수 있어야

변희재 기자

탄핵 반대는 과연 민주주의 원칙에 맞았는가

KBS 강동순 감사가 한 강연회에서 2004년 대통령 탄핵 당시의 KBS는 9.9 대 0.1 수준의 광적 탄핵반대 편향보도로 일관했다 비판했다. 물론 이러한 탄핵관련 보도 비판이 처음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미 한국언론학회는 방송위원회의 의뢰로 KBS를 비롯 방송3사의 탄핵보도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언론학회 주장에 따르면 이는 철저히 데이터를 조사한, 과학적이고 학술적인 검증방법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민언련을 비롯한 이른바 언론관련 시민단체 등에서는 한국언론학회의 보고서에 대해 집중포화를 날려버렸다. 당시의 시민 및 언론단체들의 언론학회의 탄핵보고서에 대한 비판 내용이다.

민언련 - 잘못된 전제 아래 편향되게 작성한 보고서가 방송위원회 심의의 결정적인 근거가 돼서는 곤란하며 방송인들은 일부 신문이나 한나라당의 '흔들기'에 의연하게 대처해주기 바란다

언론노조 - 객관주의 저널리즘은 진실 보도를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표라고 볼 수 없고 방송이 민주주의에 강조점을 두는 보도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KBS노조 - 국민 대다수가 탄핵 관련 방송이 공정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또한 언론학회에 연구를 의뢰한 방송위원회의 결정에도 문제가 있다

MBC노조 - 보고서가 제시한 편파 방송의 근거를 단 하나도 수긍하기 어렵다. 박제화된 공정성 논의에 사로잡혀 무리수를 자초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방송위원회가 져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탄핵반대 보도 편향성에 대한 정당화 논리는 사실 상 오직 국민여론조사 결과 7:3으로 탄핵 반대 측이 높았다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과연 언론의 공정성을 단지 여론조사 결과로만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인가? 탄핵반대 측은 언론학회가 제시한 데이터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래도 그 데이터가 수시로 변하는 국민 여론조사보다는 더 신뢰성이 있는 게 아닐까?

오히려 그보다는 이들 단체에서 국회의 대통령 탄핵 사건이야말로 헌정을 중단시키는 반민주주의적 폭거라는 시각에서 바라본 결과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도대체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 193명이 헌법과 국회법 절차에 따라 가결한 탄핵이 왜 반민주주의적 폭거였는지 정확한 논거를 들을 수 없었다.

닉슨과 클린턴을 탄핵한 바 있는 미국이었다면 어떨까? 현직 대통령이 입법부의 구성 원리인 총선에 개입하여,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시켰다면 3권분리 원칙이 지켜지는 미국의 민주주의 원리상, 이를 그대로 보고만 있었겠는가?
 
한국의 헌법재판소 판결 결과 역시, 대통령의 총선 개입 만큼은 분명히 위헌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다만 대통령을 끌어내리기에는 그 위헌의 정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회는 입법부의 독립을 위해 제 할 일을 했고, 헌법재판소 역시 제 역할을 한 것이다. 이 과정이 민주주의 절차상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탄핵세력인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득표를 능가했다

물론 다른 반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탄핵의 근거에 누가 봐도 조약해 보이는 대통령 측근 비리와 경제파탄 등을 억지로 집어넣은 것은 상식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렇다면 헌법, 삼권분리 원칙, 국회법상 절차 등 차분히 탄핵의 정당성을 논의할 수는 없었을까? 그 누구에게 물어봐도 탄핵 가결이 반민주 폭거였다는 논리 만큼은 아직 듣고 있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른바 일반적인 탄핵 찬성론자들이 비판하는 대로, 정권이 방송에 압력을 넣고, 방송사 사장이 기자와 PD들을 압박해서 탄핵 반대 보도 일색이 되었다는 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KBS를 비롯한 한국의 방송사들 조직은 최소한 사장이 보도를 좌지우지할 수 없을 정도의 민주화는 이루어내었다. 이는 그간 각 방송사 노조의 눈물겨운 방송 민주화 투쟁의 결과이다.

그보다 오히려 방송을 직접 제작한 현장의 기자와 PD들 스스로 민주주의적 관점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자체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민영방송이든 공영방송이든 방송사는 국민의 재산인 공중파를 활용한다. 특히 KBS는 가장 공정한 보도를 한다는 전제로 국민 다수의 수신료로 운영된다. 그렇다면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기자나 PD개인의 신념과 철학만을 반영해서는 곤란하다. 설사 그런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정확한 사실과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보도해야 한다. 또한 방송사 구성원 전체가 모두 탄핵반대 편향 보도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방송사는 몇몇 개인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따른다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의 30% 이상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이 반민주 폭거가 아닌 입법부의 정당한 행정부 견제 수단이라 인식한 셈이다. 지금은 훨씬 더 많은 국민들이 이에 동의할 것이다. 또한 총선 결과 역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획득한 표는 탄핵 반대를 전면에 내세운 열린우리당의 그것을 능가한다. 민주노동당까지 포함해도 거의 5:5 수준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 탄핵은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KBS의 탄핵 보도는 탄핵 찬성자들의 기준으로 볼 때, 불공정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다수 국민들은 KBS를 우리 대한민국의 방송사로 인정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물론 필자가 일반 평범한 시청자로 탄핵보도를 재논의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탄핵보도 당시 KBS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 당시 탄핵 보도에 대해 분명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나는 보도와 교양이 아닌 예능드라마 분과만 맡았기에, 시청자위원 재임 2년 간, 오직 예능과 드라마 관련 의견만 제시했었다.
 
또한 내가 대통령 탄핵 사건이 정확히 한국 정치사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탄핵과 총선이 끝난 2004년 7월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탄핵 분석 글을 본 이후였다. 탄핵과 총선 당시는 나조차도 헛갈렸던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독립된 논객으로 활동했던 사람으로서 KBS에 제대로 의견을 내지 못한 점은 비겁했다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 이후, 언론학회에서 탄핵방송 관련 보고가 제출되었었을 때,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그때 KBS 시청자원회 회의 때, 나는 학계가 작성한 학술 보고서를 읽지도 않은 채, 이에 대한 의견을 낸다는 것 자체에 동의할 없다는 이유로, 성명서에 내 이름을 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내 이름은 성명서에 올라가있었고, 다음 회의 때, 항의하기도 했었다. 당시 성명서 제출에 찬성하는 다른 위원들의 논리는 그런 학술보고서를 읽지 않아도, 탄핵 보도에 대해서라면 충분히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민주주의는 시작된다
 
이제 와서 다시 이 과정 전체를 비판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탄핵 편파 방송이 어떠한 정치적 음모나 유착 관계 결과라기 보다는 기자와 PD들 개개인의 판단이었다면, 이제라도 곰곰이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탄핵 반대야말로 일체의 비판을 받을 수 없는 정의와 상식이라는 그 전제를 재성찰해보자는 것이다. 그들도 탄핵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나처럼 역부족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재검토와 반성을 하는 것과, 별다른 논리적인 근거 없이 끝까지 탄핵 반대는 민주의 이름으로 정의롭고, 탄핵 반대 보도는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가 민주 언론을 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누구도 오류를 범할 수 있고, 그 오류에 대해서 언제라도 시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 민주주의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근간이나 다름없다.

자신만의 판단이 옳고, 자신만의 생각만이 진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야말로 그간 우리가 싸워온 반민주 세력의 악습을 그대로 배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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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뿐이었든가...mbc 등 공중파는 탄핵정권을 싸고도는 엄청난 과오를 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