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 장정순
너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니까
내 손은 작은 건반 악기가 된다
엄지에서 새끼손가락까지
도 레 미 파 솔
숨어있는 나비를 부른다
보드랍고 귀여운 너의
오른손가락으로 노래를 연주한다
노랑 하양 나비야
개나리꽃 필 때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기쁨이를
예쁘게 꼭꼭 기억해 주려무나
*기쁨이 : 2021년 서울지하철 안전게시문 공모전에 선정됨
-- 시집 『그믐밤을 이기다』 (지혜, 2023.12)
* 장정순 시인
대구 교육대학 졸업, 영남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 석사
2016년 <시문학> 등단
시집 『드디어 맑음』 『그믐밤을 이기다』
초등학교 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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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은 심인성心因性, 즉, 마음의 병이라고 하는데,
왜냐하면 우리 인간들은 어떠한 난제와 장애를 만나면 미리부터 겁을 먹고 자포자기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천재지변을 만나 전재산을 다 잃거나 삶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사지를 절단당한다면
그 고통의 무게는 너무나도 엄청나고 무척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엄청난 재앙과 장애를 만났을 때에도 두 눈을 부릅뜨고 비책묘계秘策妙計를 창출해낸다면
만인들의 반대방향에서 ‘인간 승리’를 이룩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홍해 바다가 쩌억 갈라지고 바위는 샘물을 내뿜고 하늘에서는 만나가 쏟아지는 기적이 그것을 말해준다.
오늘날 고귀하고 위대한 민족이나 모든 위대한 시인들은 모두가 다같이 역경에 강한 인물들이고,
이 고귀하고 위대한 시인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다같이 즐겁고 기쁜 삶을 향유할 수가 있는 것이다.
모든 어린아이는 시신詩神의 은총이며, 우리 인간들의 미래의 꿈과 희망이라고 할 수가 있다.
어린아이는 삶의 기쁨이며, 모든 고통들을 다 눈 녹듯이 녹여주며 이 세상의 삶의 찬가를 부르게 만든다.
“너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니까/ 내 손은 작은 건반 악기가” 되고,
“엄지에서 새끼손가락까지/ 도레미파솔// 숨어있는 나비를 부”르게 된다.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다. 모든 험담과 중상모략도 다 없어지고, 어느 누구 하나 이 어린아이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린아이는 어른의 어른이며,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을 다 씻어주는 최초의 종족창시자와도 같다.
“보드랍고 귀여운 너의/ 오른손가락으로 노래를 연주한다”와 “노랑 하양 나비야/ 개나리꽃 필 때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기쁨이를/ 예쁘게 꼭꼭 기억해 주려무나”라는 [기쁨이]가 그것을 말해준다.
장정순 시인의 {그믐밤을 이기다}는 ‘곡선의 시학’이고, 곡선의 시학은 ‘사랑의 시학’이며,
‘사랑의 시학’은 ‘시의 종교를 탄생시킨다.
‘기쁨이’는 키가 크고 뿌리가 깊은 나무가 되고, ‘기쁨이’가 ‘기쁨이’와 우리 모두를 위하여
최초의 종족창시자와도 같은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 반경환 (평론가) 명시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