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제 41 코스
코스: [ 죽도정 입구~광진해변~휴휴암~남애항~원포해변~지경해변~주문진 해변 ] (12.4km)
동해ㆍ미항 ㆍ기암 따라 걷는 양양 해파랑길
연합뉴스 기사 입력일 : 2016-08-11
(양양=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동해를 오롯이 품은 해파랑길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고 푸른 바다를 가장 가깝게 만나고, 때로는 한 발 비켜나면서 바다와 길동무가 되는 곳이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장장 770㎞나 이어진 걷기 길이다. 지난 5월 완전히 개통한 해파랑길은 7번 국도와 동해안을 따라 오래전부터 있어 온 길들을 하나로 연결해 놓은 탐방로로, 기존의 부산 갈맷길, 경북 영덕 블루로드, 강원도 강릉 바우길 등과 겹친다.
해파랑길은 동해아침(1~4코스), 화랑순례(5~18코스), 관동팔경(19~40코스), 통일 기원(41~50코스)으로 구성돼 있고, 부산·울산·경주·포항·영덕·울진·삼척·동해·강릉·양양·속초·고성 등을 거친다. 또한 부산 광안리·해운대 해수욕장, 울산 간절곶, 포항 호미곶, 강릉 경포대, 양양 남애항과 하조대, 속초 아바이마을, 고성 화진포 등 동해안의 명소를 품고 있다.
해파랑길 중 양양 구간은 41~44코스로 주문진해변에서 속초 해맞이공원까지 44.2㎞에 이른다. 설악의 한 자락을 품고 있는 양양의 푸른 바다와 바닷가 절경은 언제 보아도 멋스러움과 운치가 있다. 양양 8경 중 2경(남애항, 죽도정)이 포함돼 있는 해파랑길 41코스를 찾아봤다.
◇‘해오름의 고장’ 양양, 낭만적인 도보여행 코스
해파랑길 41코스는 강릉의 최북단인 주문진해변 끄트머리에 있는 ‘24시 피라미드 황토 찜질방’에서 시작된다. 해안도로를 따라 400m 걷다가 오른쪽으로 가면 향동교와 마주친다. 향동교 앞 이정표에는 ‘주문진해변 0.5㎞, 바우길 13구간 향호바람길과 12구간 주문진 가는 길’이라고 적혀 있다. 해파랑길은 2.5㎞의 향호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난 뒤 강릉시청소년해양수련원을 거쳐 양양의 첫 마을인 현남면 지경리의 지경공원으로 이어진다. ‘산 좋고 물 맑은 양양이라네!’라는 표지석을 지나면 바로 지경해변이다. 지경공원에서 죽도정에 이르는 길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도로와 자전거 종주길이 대부분이어서 걷는 내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선사한다. 오른쪽으로는 끊임없이 파도가 휘감는 푸른 바다를, 왼쪽으로는 울창한 송림을 두고 걷는다.
원포리 들판을 적시며 동해로 유입되는 화상천을 지나면 원포해변으로 이어진다. 원포해변도 지경해변처럼 뒤편으로 넉넉한 송림이 있어 야영을 즐기기에 적격이다. 원포해변을 지나면 길은 갈고리처럼 호를 그리며 휘어져 남애리로 접어든다. 남애1리 마을회관 앞 방파제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강원도의 베네치아’라고 불릴 만큼 주변 경관이 빼어난 남애항이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남애1리, 원포리와 지경리의 긴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매일 해파랑길을 뛴다는 김우준(71)씨는 “한시도 바다와 떨어지지 않는 양양 구간에는 남애항과 휴휴암, 인구해변, 죽도 등 볼거리가 많다”면서 “붉은 해가 불쑥 솟아오를 때의 풍경과 마주하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마을회관을 지나면 해파랑길은 90도로 꺾이며 양양군에서 가장 큰 항구인 남애항으로 들어선다. 남애항은 삼척의 초곡항, 강릉의 심곡항과 더불어 강원도의 3대 미항으로 손꼽힌다. 남애리 항구를 중심으로 4개 포구 마을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고, 방파제로 연결된 두 개의 섬에 각각 빨간색과 하얀색 등대가 쌍둥이처럼 서 있다. 동해안의 어업 전진기지로 수산물 위판이 이뤄지고 있어 활기찬 포구에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일렬로 길게 늘어선 활어회센터를 지나면 남애항 바다전망대, 방파제와 마주한다. 바다전망대 앞에는 1980년대 영화 ‘고래사냥’ 촬영지 표지석이 서 있다. 영화배우 안성기, 이미숙, 김수철이 주연한 영화 ‘고래사냥’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바다전망대에 오르면 남애항과 망망대해, 푸른 하늘이 품속으로 안겨온다. 2층의 스카이워크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다. 3층에 올라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을 흥얼거려 본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전망대를 내려와 다시 해변도로를 따라가면 길이 1.3㎞에 폭 100m가량 되는 남애3리 해수욕장이 나온다. 경사도 완만한 편이고 모래도 곱다. 해수욕장 끄트머리에서 국도 쪽으로 나오면 남애초등학교다. 학교 앞을 지나 자전거도로를 따라 걷다 포매교에 이르면 왼쪽으로 아름다운 석호인 포매호, 오른쪽으로 길이 2㎞에 폭이 100m쯤 되는 남애해변이 펼쳐진다. 포매호 주변 갈대밭은 색다른 풍광으로 인기가 많은 산책 코스다.
포매교와 광진삼거리, 마이대니펜션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동해의 숨겨진 비경’이라고도 일컬어지는 휴휴암(休休庵)으로 가는 이정표를 만난다. ‘쉴 휴’ 자가 두 개나 씌어 있듯이 ‘쉬고 또 쉬어 가는 절’로 해변의 모습이 삼태기 모양을 닮았다. 낮은 언덕을 넘으면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불이문을 통과하면 묘적전, 다라니굴법당, 비룡관음전, 지혜관세음보살상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부산의 해동용궁사를 떠오르게 하는 휴휴암의 볼거리는 암자 자체보다는 연화법당으로 사용되는 너럭바위와 부처가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와불바위, 거북바위, 발가락바위, 여의주 바위, 주먹바위 등 각양각색 바위들이다. 특히 바닷가에 평상처럼 펼쳐져 있는 너럭바위에 서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이다. 파도와 마주한 순간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상쾌하다. 바위 주변의 바다 색깔은 떼를 지어 노니는 물고기로 까맣다. 이곳은 방생하는 장소로 관광객이 먹이를 주기 때문에 황어들이 큰 바다로 나가지 않고 바위 주변에 머문다고 한다.
몸과 마음에 쌓인 맑은 기운을 안고 휴휴암을 빠져나와 다시 7번 국도 옆 자전거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인구해변이라는 아치형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최근 뜨고 있는 서핑 명소인 인구해변은 해안철조망이 없어 시원한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서핑 동호인이 파도타기를 즐기는 이국적인 풍경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4∼5년 전부터 죽도해변을 비롯해 인구해변, 남애해변 등 양양 지역 해변에 서핑 동호인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파도를 즐기던 한 서핑 동호인은 “오늘은 파도가 비교적 높지 않지만 인구와 죽변해변은 수심이 낮고 해안가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으로 파도가 높은 날이 많다”고 말한다.
인구해변을 지나 죽도해변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바다 쪽으로 불쑥 나온 죽도를 한 바퀴 돈다. 죽도를 따라 도는 산책로를 걷다 보면 죽도정과 쉼터, 기암괴석, 죽도암이 보인다. 조선 시대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에 “양양대도호부 남쪽 45리 관란정 앞에 푸른 대나무가 온 섬에 가득하였다”라고 기록돼 있다. 옛날에는 이름처럼 섬이었는데, 차츰 모래가 쌓이면서 뭍과 연결됐다. 죽도의 대나무는 아주 단단해서 싸움터 화살용으로 조선 조정에 진상되었다고 한다.
둘레 1㎞, 높이 53m의 죽도 입구에서 나무계단을 올라서자마자 오른쪽으로 성황당이 있고, 계단을 더 오르면 정상의 죽도정에 닿는다. 정상에 오르는 내내 바닷바람이 실어오는 솔향기와 서걱거리는 댓잎 소리가 시원함을 더해준다. 울창한 소나무와 대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는 죽도정에서 바닷가 쪽으로 20여m 내려가면 탁 트인 푸른 바다와 인구해변, 휴휴암 등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쉼터다. 쉼터 벤치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숨 막힐 듯 아름다운 풍경을 눈과 마음 속에 품어본다.
쉼터에서 계단을 더 내려가면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 두부모처럼 잘려나간 바위 등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신기함을 자아낸다. 바다가 바로 코앞에 있어 파도가 세게 치면 물벼락을 맞을 것 같다. 이곳에서 철제 난간을 따라가면 죽도암이다. 관음전으로 올라가는 자연석 계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죽도암을 지나면 41코스 종착지이자 42코스 시발점인 죽도해변이다. 죽도해변과 이어진 동산해변에는 서프숍들이 즐비하다. 많은 서핑 동호인이 파도타기를 즐기는 곳이다.
철학자 루소는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며 걷기를 예찬했다. 해파랑길 양양 구간은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단조롭게 걷기만 하는 길이 아니다. 푸른 바다와 기기묘묘한 바위, 미항과 해변, 암자와 해송 등이 이어져 있어 해변을 따라 느릿느릿 걸으며 사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길이다.
미천골 자연휴양림은 강원도 양양과 홍천의 경계를 이루는 구룡령 자락에 계곡을 끼고 있다. 맑은 계류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 원시림처럼 울창한 숲의 정취가 빼어난 곳이다. 미천골 자연휴양림은 양양읍내에서 56번 국도를 따라 구룡령(1,013m)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홍천에서는 구룡령을 넘으면 된다. 국도에서 1㎞ 정도 들어가면 자연휴양림 매표소에 닿는다. 매표소 주차장 오른쪽으로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 1지구가 들어서 있다.
주차장에서 계곡 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왼쪽 축대 위로 신라 시대 때 창건했다가 고려 말에 폐사됐다는 절터인 선림원지(禪林院址)가 있다. 절터에는 삼층석탑(보물 제444호), 석등(보물 제445호), 홍각선사탑비(보물 제446호), 부도(보물 제447호) 등이 남아 있다. 선림원지를 뒤로하고 걷다 보면 숲속의 집 2지구와 국내 최초 차량용 목조교량인 한아름교가 나온다.
제1야영장과 제2야영장은 계곡 옆에 있다. 제1야영장에 가려면 계곡 오른쪽에 주차하고 다리를 건너 짐을 옮기면 되고, 제2야영장은 왼쪽에 주차하면 된다. 야영장 명당자리는 제2야영장 201~204번이다. 특히 204번은 계곡과 가까워 전망도 좋고, 이용 가능한 주변 공간도 넓다. 제2야영장에서 조봉(1,182m)을 거처 미천골정으로 내려오는 조봉 등산로는 약 6.2㎞로 4시간 소요된다.
제1야영장과 2야영장을 지나면 자연휴양림 끝에 오토캠프장과 숲속의 집 3지구 연립동이 들어서 있다. 오토캠프장에는 화장실, 취사장, 샤워장, 음수대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국립자연휴양림의 올여름 성수기 이용객 추첨 결과에 따르면 객실 중 최고 경쟁률은 강원도 평창 대관령자연휴양림의 산토끼 객실이 기록한 262대 1이다. 야영 시설로는 미천골 자연휴양림 오토캠프장이 82대 1로 가장 높았다.
울울창창하게 쭉쭉 뻗은 숲 속의 통나무집은 최고의 힐링 장소로 손꼽힌다. 숲속의 집 3지구에서 상직폭포와 불바라기 약수터까지 가려면 걸어야 한다. 임도 차단기 앞에 차를 주차하고 900m를 타박타박 걷다 보면 상직폭포와 멍에정에 닿는다. 이곳에서 4.8㎞를 올라가면 철분을 함유해 붉은색을 띠는 불바라기 약수터다.
해파랑길 제 41 코스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