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프니 우선 식당에 가서 푸짐하게 보이는 제육볶음으로 배를 채웠다. 매표소 문을 여는 3시까지는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았다. 다행이도 이곳에 와이파이가 된다. 얼마 전에 산 아이패드에 중국여행중 집사람과의 연락을 위해 카카오톡을 깔았는데 이게 대단히 편리한 통신도구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에 전화번호를 공유한 사람들의 연락처가 자동으로 뜨고, 서로 채팅이 가능하다. 몇몇 친지, 친구들에게 안부문구를 보내면서 시간을 보낸다.
대합실은 한산하다. 손님들은 따이공들이 대부분이고, 중국인 여행객과 한국 대학생인듯 한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인천항에 비해 아주 한산한 편이다. 원래는 가까운 인천항에서 출발하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평택항으로 왔지만, 거리가 멀어 불편하다.
3시가 가까워 카운터에 가서 표를 샀다. 왕복 213,300원이다. 귀국표는 날자가 open으로 되어있다. 연운항에 내려서 날짜를 컨펌해야 28일 돌아오는 배를 타는데 지장이 없겠지!
4시부터 출국절차가 시작이다. 보안검사, 출국심사를 간단히 거쳐 버스를 타고 배 옆으로 간다. 배에 오르자 16인이 들어가는 방의 열쇠를 준다. 2층으로 16개의 침대가 배치되어 있다. 안쪽 1층 침대에 배낭을 놓고, 카운타에 와서 와이파이가 되는지 물었더니 배에서는 안된다고 한다. 이것 참 유감이네.
배를 한바퀴 둘러본다. 배는 “자옥란”이라는 이름의 길이 150미터, 폭 24미터, 총톤수 16,000톤의 비교적 작은 여객선이다. 갑판에 나가보니 바로 서해대교 바깥쪽이다. 1997년인가 벌써 15년 전에 한창 서해대교 공사할 때 견학을 온 적이 있었는데, 현수교인 서해대교 주탑의 높이가 동양최대라고 했었는데, 세월의 무상함이 머릿속에 스친다.
배 옆으로 갈매기들이 몰려든다. 어떤 남자가 던져주는 과자 조각을 공중에서 잘도 잡아챈다. 갈매기의 비행과 공중에서 떨어지는 과자조각을 날아다니며 받아먹는 갈매기의 묘기를 보면서 감탄한다.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는 동물이나 인간이나 차이가 없구나! 돈을 벌어, 처자를 부양해야하는 남자들의 사회상의 묘기와 갈매기의 묘기의 차이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방에 돌아오니 같이 버스를 타고 왔던 따이공 아저씨가 들어와서 내 옆 침대에 앉아있다.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잠시 후에 또 두 명이 들어온다. 따이공 한사람과 중국인 여행객 한사람. 내가 지도를 보고 있으니까 중국인이 말을 붙인다. 내가 가는 곳을 물어본다. 그런대로 알아듣겠네. 연운항에 산다길래 화과산을 물어보면서 잠시 대화를 해본다.
6시경에 식당안내 방송을 중국어와 한국어로 한다. 방송은 잘 못알아 듣겠다. 들리다 안들리다. 역시 외국어는 어려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거라는 희망이 생긴다. 점심을 늦게 먹어서 아직 배가 고프지 않다. 옆자리의 따이공과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따이공 아저씨는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는다며 나에게 떡을 하나 권한다.
7시쯤 식당에 갔다. 우리돈 3천원 또는 중국돈 20위안으로 식권을 카운터에서 사서 식권을 내미니, 밥과 해초국, 감자채무침, 계란야채무침을 식판에 떠준다. 맛을 별로지만 다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다 보니 배는 벌써 출발해서 항구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평택항에서 대해로 빠지기 전에 남쪽의 당진과 북쪽의 평택사이의 평택만을 나오는데 한참 걸린다. 북쪽으로 평택항의 자동차 선착장, 해군 제2함대 기지와 그 위로 LNG기지, 평택발전소가 차례로 보이고, 남쪽으로는 항구 앞의 시멘트 공장, 당진과 태안의 발전소와 석유기지등이 보인다. 날씨가 흐리고 어두어지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곳이 우리나라 산업과 안보의 중요한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갑판을 왔다갔다 하면서 한동안 구경을 하다가 방으로 들어오니 식후 포만감인지 졸립다. 씻지도 않고 자리에 누으니 잔잔한 파도에 배가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느껴지며 그 리듬감이 잠을 재촉하는 듯하다. 오늘은 이렇게 오랜만에 배에서 하룻밤을 보내는구나. 9시경에 잠이 든 것 같다.
첫댓글 최근 색다르고 스릴 넘치는 여행기 소개합니다.친구의 글이라 스크랩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여행을 같이 떠나는 기분입니다..
입체감이 있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