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거리나무', 아시아에서만 자라고 봄에 분홍 꽃… 잎·열매엔 독성 물질 있대요
굴거리나무는 자줏빛을 띤 붉은 잎자루가 특징이에요.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조선일보
전북 정읍은 내장산 단풍으로 유명하지만, 굴거리나무 군락지로도 유명합니다.
굴거리나무가 속한 굴거리나무과(科)는 동아시아에서 28종이 자라는데,
주로 인도차이나 반도, 스리랑카, 필리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등 동남아시아 열대 지역이 본거지예요.
굴거리나무속(屬) 나무 중에서 우리나라에는 굴거리나무와 좀굴거리 2종이 자생한답니다.
굴거리나무는 세계적으로 중국·일본·대만과 우리나라에만 분포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전라남·북도, 충남 안면도, 경북 울릉도에서 자랍니다.
굴거리나무는 높이가 3m부터 10여m에 이르지만, 아열대 지역에서는 이보다 크게 20여m까지도 자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바닷가나 섬에 자생하는데, 천연기념물 제91호 내장산 굴거리나무처럼 내륙에 자생하기도 해요.
또 안면도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여기가 굴거리나무가 자라는 지구상 가장 북쪽이에요.
굴거리나무 껍질은 매끈한 회갈색이에요.
가지 끝에는 길이 14~25㎝, 너비 3~6.5㎝의 긴 잎이 모여서 좁은 간격으로 어긋나는데, 자줏빛을 띤 붉은 잎자루가 특징적이죠.
봄철에 오래된 잎 위쪽에 새로 돋아나는 굴거리나무 잎은 꽤 멀리에서도 눈에 띄는 등 보기에 아주 독특하답니다.
가죽처럼 두꺼운 잎 겉면은 광택이 나는 짙은 녹색이며, 뒷면은 분을 바른 듯한 백색입니다.
잎자루는 3~6㎝ 정도로 굵고 곧은데, 대체로 붉은빛을 띠지만 간혹 푸른 빛을 띠기도 해요.
굴거리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그루에 있는 암수딴그루예요.
3~5월쯤 분홍색 꽃이 피는데, 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꽃 여러 송이가 어긋나게 붙어 밑에서부터 피기 시작해 끝 쪽까지 피어요.
열매는 지름 8~10㎜ 정도로 달걀 같은 타원형이에요. 8~11월 사이 남흑색으로 익는데, 표면에 흰색 분가루가 묻어 있어요.
굴거리나무는 유기물이 풍부한 낙엽수 숲에서 잘 자라지만,
일부는 음지에서도 잘 적응해요. 주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굴거리나무는 토양 수분이 충분하고 배수가 잘되며,
햇빛이 잘 들거나 부분적으로 그늘이 지는 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답니다.
번식은 비교적 쉬워요.
굴거리나무 종자 과육에 발아를 지연시키는 물질이 포함돼 있어서 이를 제거하면 씨앗이 쉽게 싹 터요.
병충해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간혹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는 잎이 타는 경우가 있어요.
지리적으로 우리나라 정읍과 장성의 굴거리나무는 가장 추운 곳에 자생하는 굴거리나무예요.
야생 개체 중에서 추위에 견디는 능력을 지닌 개체를 선발한다면 매우 유용한 자원이 되겠죠?
굴거리나무는 잎과 열매에 유독(有毒) 물질이 있어서 주의해야 해요.
하지만 동시에 종양이나 인간의 면역 결핍 바이러스에 대한 생리 활성 화합물이 있어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