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뇌 혈관 막는 이 ‘유전자’…모르면 재발위험 ‘급증’
CYP2C19 유전자형에 따라 심뇌혈관질환 치료제 효과↓
심뇌혈관질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특정 유전자가 스텐트 시술을 받은 한국인 환자의 약 62%에서 발견됐다. 약물을 분해하는 효소의 일종인 ‘시토크롬 P450 2C19(CYP2C19)’에 영향을 주는 이 유전자는 형질에 따라 급성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의 재발을 막는 핵심 치료제의 효과에 영향을 줘 5년 장기 예후에도 차이를 나타냈다.
순환기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스텐트 시술을 받은 심혈관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5년 장기 예후와 CYP2C19 유전자검사의 연관성을 세계 최대 규모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이 연구는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산하 혈소판-혈전 연구회(PTRG) 핵심과제로 추진됐으며, 결과는 미국심장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JACC:심혈관 중재’에 최근 게재됐다.
심혈관질환은 우리나라의 주요 사망원인 가운데 하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61.5명의 생명을 앗아가 암을 제외한 일반질환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다. 다행히 최근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의료기기인 ‘스텐트’를 이용한 수술(재관류술)의 발전과 보편화로 심혈관질환 환자의 단기‧장기 예후가 개선됐다.
그러나 심혈관질환 재발을 막아주는 핵심약물인 항혈소판 치료제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에 대한 반응이 낮은 일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항혈소판 약물치료에 반응하는지 여부를 계속 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클로피도그렐 저항성’을 약물 투여 전 유전자검사를 통해 미리 식별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스텐트 시술을 받고 클로피도그렐 기반의 항혈소판제 치료를 받은 국내 심혈관질환 환자 중에서 CYP2C19 유전자검사를 받은 8163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제 데이터 연구를 진행했다.
클로피도그렐은 CYP2C19를 포함한 대사과정을 통해 체내에서 활성화돼 혈소판 응집을 억제한다. 즉 이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대립유전자가 있는지를 검사하면 클로피도그렐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CYP2C19 유전자검사 결과는 이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클로피도그렐 반응에 따른 혈소판 활성도(Platelet Reactivity Unit‧PRU)와 높은 연관성을 보여줬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대립유전자가 없어 클로피도그렐 반응성이 좋은 고효율/정상대사자들은 전체 환자 가운데 38%뿐이었으며, 62%의 환자는 중간/저효율 대사자로 확인됐다.
특히 검사에서 확인된 중간/저효율 대사자는 고효율/정상 대사자와 비교했을 때, 5년간의 장기관찰 기간에 심혈관질환 위험성이 약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주로 ‘급성 관동맥증후군’ 환자들에게서 확인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CYP2C19 유전자가 클로피도그렐 효과와 급성 관동맥증후군 재발 위험성을 결정하는 중대한 요소임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항혈소판 약물 선택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