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라도 언제, 누구와 함께 동행 하느냐에 따라서, 느낄 수 있는 감흥이 달라진 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던 것 같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학교의 풍경들을 자세하고 유심히 관찰하며, 내가 거닐고 있던 학교가 꽤나 멋있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느끼며, ‘주비’동기와 보다 깊은 얘기를 나누는 것은, 형식적인 틀을 허물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돌아 다녔던 장소들 중에, 어느 특정한 장소를 언급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한 감상들을 말하고 싶다. 도심 속에서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 학교 캠퍼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뽑는 나에게는, 우거진 나무들과 각양각생의 풀잎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했지만, 시멘트 벽면에 피어난 이끼와 제법 울창하게 뻗어있는 나뭇가지들이,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것 같아, 새롭게 느껴졌다. 가장 색달랐던 경험은, 정문 쪽 잔디밭에 다소 생뚱맞게 놓여 있는 어느 건축과 학생의 조형물 작품으로 하여금, 자연 속에서의 인위적임이라는 것이, 얼마나 오묘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인지 느끼게 해주었다. 그것은 마치, 문명의 혜택이 전혀 전해지지 않은 어느 아프리카 작은 마을 원주민들 사이로, 조형물의 색감 때문인지 마블 히어로 중에 한 명인 ‘아이언 맨’이 떡 하니,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표현이 다소 우습고 뜬금없을 수는 있으나, 아직은 부족한 인문학적 소양과 지식들 때문에 보다 세련된 표현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고 이해하고, 내가 느꼈던 부분에 대한 일말의 사실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학교와 학교주변을 거닐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그 아이가 살아온 환경들과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알게 되었고, 보다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훈훈해지고 입고리가 살짝 올라갔었다. ‘주비’동기는 우스갯소리로 내가 도덕책 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바른 사람으로 보여 진다는 것이, 가끔은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진실은 추구하되,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으며, 낭만을 품고 있되, 사랑에만 목숨 거는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바른 사람이 되고자 함은, 오로지 배우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을 통해, 좋은 배우와 좋은 사람이 되자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되새겼던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주비’와의 데이트를 통해서, 예상치 못했던 자극에 대한 반응의 연속이었다고, 오늘 수업 역시 순간에 충실했었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마무리가 쌩뚱맞아 보이기는 하지만, 참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