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전 복무하던 부대를 가보고 싶었습니다

[마키아벨리(수지)]

새벽4시 문득 잠이 깨었는데, 몇 초의 망설임도 없이 휴대폰을 손에 들고 오늘 날씨를 확인합니다. 계속 흐리고 가끔 비도 온다는데, 오늘은 왠지 예보가 틀릴 것 같은 확신이 듭니다. 번개같이 채비를 하는 동시에 어딜갈까 고민하는데, 번개같이 스치는 화두. 군대. 그래 27년 전 복무했던 철원 말고개를 한번 가봐야지.
전에는 '민간인출입통제지역'이라는 팻말을 두려워하고 한 번 들어가 볼 엄두를 못냈는데, 세상(?)이 바뀐지라 '설마 못 들어가게 하겠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
새벽 5시, 지하주차장에 잠들어있는 스카우트를 깨워 출발.

아직 동이 트기 전이지만 바로 밝아질거라 자신하며 성남>가락시장>구리>남양주>포천을 거쳐 철원으로 향합니다.
철원 초입에 '아미랜드'라는 구제품목 가게가 보입니다. 새벽 6시 반에 문을 연 가게가 있네요. 신기해서 들어가 인사를 하니 이처럼 이른 시간에 들른 손님은 처음이라하네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지름신이 강림하지 않아 빈손으로 나오긴했는데, 바이커들이 좋아할 아이템이 많네요. 군에서 보던 용품이 많아요^^.

아무튼 가게를 나와 철원 노동당사로 출발. 오토바이를 위협하는 동네 건달을 만나 좀 기분이 살짝 나빠졌어요. 모닝 한 대가 괜히 내 바이크를 멋있게 추월하다가 마주 오던 차와 부딪힐뻔한 아찔한 상황을 연출한 후, 나를 쫓아다니며 패악질이네요. 하지만 가는 방향이 다르니 어쩔 수 없이 헤어졌어요 ㅠㅠ .
하여튼 노동당사에 도착하여 사진 몇 장을 찍고 원래 목적지인 철원 근남면 육단리로 출발.

군복무시 가족이나 친구가 면회오면 최대한 멀리 외출나갈 수 있었던 육단리. 많이 보고 싶었던 장소인데, 이젠 너무 많이 낡고 별로 군인들이 오가질 않는 장소처럼 보입니다.

재차 확인할 겸, 육단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만난 지긋하신 노부부에게 민간인도 말고개에 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문제없다고 하십니다.
다시 오토바이를 돌려 부대가 위치했던 철원군 마현리 말고개로 향합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내가 복무했던 부대가 없어졌다는 사실.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와 화천군 상서면 사이에 위치한 말고개에서 약 200-300m 떨어진 위치에 부대가 있었는데, 풀만 무성하고 폐쇄된 흔적만 남아있네요. 뭔가 고향집이 없어진 허전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시원하게 탁트인 철원평야를 가슴에 묻고 바이크를 돌려 집으로 향합니다.

[마키아벨리(수지)]

네 반갑습니다 ^_^

[달룡이(화성)]

아 , 이제야 이해감니다 . 누구나 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자신이 한창나이에 군복무했던곳을 가보고 싶지요 . 많이 변했겠지요 . 세월이 그만큼 흘렀으니까 . 그래도 아침일찍 출발하니 교통체증없고 올때도 그리 힘들지않찮아요 . 수고많이하셨음니다 .

[마키아벨리(수지)]

역시 남자의 육감이 틀리진 않았네요^^
날씨가 넘 좋았죠
철원평야를 달릴 때는 좀 춥기도 했어요

[달룡이(화성)]

역시 우리 마키아벨리님 이네요 . 여기도 온종일 날씨좋았어요 .

[우지영사(일산)]

복무했던 부대라~~~~~~, 아련하네요. 저도 안양으로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제가 89 군번이니 저도 복무한지가 28년전이네요. ㅋㅋ.... 마키아밸리님과 비슷하네요.
근데, 상당히 새벽에 움직이시네요. 대단하십니다.... ^.^

[마키아벨리(수지)]

네 반갑습니다 ^^ 투어기 올리신 거
열심히 보고있어요. 너무 더운게 싫어서요 ㅎㅎ

[리차드(김포)]

철원에 갔다오셨군요.
저도 오늘 전곡.연천, 포천으로 다녀왔는데 잘 하면 만날뻔했었군요...ㅎㅎ
철원군 마현리이면 최전방에 복무하셨네요.
저도 82년도에 덕정에서 복무했었는데 35년이 지나서 찾아가보니 모두 변해서 찾을수가 없더군요..
다음에는 경기이북쪽으로 오실때
연락주세요^^

[하록선장75(대구)]

장거리 투어 가시는게 부럽네요.
출고한지 3일돼서인지 멀리는 못가고 1시간씩 길들이며 감각을 익히고 있습니다.
갔다오면 땀범벅이라 시원한 물에 샤워하고 가슴이 뻥뚫리네요.
인연이 되면 같이 투어할 날도 오겠죠!
무사귀환해서 다행입니다.

[데이비슨(서울)]

저랑 군생할을 비슷한 동네에서 하신거 같네요
저도 육단리 에서 조금만 더가면 미통선안 501 수색대에서 근무를 하고, 30여년이란 세월이 흘러도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지금도 아마 민통선이라 들어가질 못할것 같네요
한번 가보고 싶긴 하네요
대단하십니다 새벽에 이렇게 떠날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마키아벨리(수지)]

혹시 승리부대 15사단?
민통선이라고는 하지만 간단히 검문만하고 들여보내주던데요

[데이비슨(서울)]

맞습니다 ㅋ 승리부대 15사단입니다 ^^~

[마키아벨리(수지)]

저도요 ㅎㅎ

[데이비슨(서울)]

반갑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