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5일 월요일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교육 주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에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월요일을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제정하였다. ‘교회의 어머니’라는 호칭은 교부 시대부터 쓰였는데,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 헌장’을 반포하며 마리아께 ‘교회의 어머니’라는 호칭을 부여하였다. 마리아께서는 성령 강림 이후 어머니로서 교회를 돌보셨고, 여기서 마리아의 영적 모성이 드러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조하였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06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 해마다 ‘청소년 주일’(5월 마지막 주일)을 포함하여 그 전 주간을 ‘교육 주간’으로 정하였다.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 무엇보다도 교육이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이기에 가톨릭 교육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 것이다.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9,25-34 그때에 25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26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27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 28 그 뒤에 이미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음을 아신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시려고 “목마르다.” 하고 말씀하셨다. 29 거기에는 신 포도주가 가득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듬뿍 적신 해면을 우슬초 가지에 꽂아 예수님의 입에 갖다 대었다. 30 예수님께서는 신 포도주를 드신 다음에 말씀하셨다. “다 이루어졌다.” 이어서 고개를 숙이시며 숨을 거두셨다. 31 그날은 준비일이었고 이튿날 안식일은 큰 축일이었으므로, 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시신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지 않게 하려고, 십자가에 못 박힌 이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시신을 치우게 하라고 빌라도에게 요청하였다. 32 그리하여 군사들이 가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33 예수님께 가서는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신, 34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제21회 교육 주간 담화(2026년 5월 25-31일)
인공 지능(AI) 시대, 가톨릭 교육의 방향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우리 삶과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인격과 세상 안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이해해 온 전통적 사고에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욱 근본적인 물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교육은 어떠한 인간을 길러 내야 하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AI 시대일수록 가톨릭 교육은 기술보다 인간을, 정보보다 지혜를, 경쟁보다 관계를 중심에 두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사목 헌장, 4항)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제21회 교육 주간을 맞아 AI 시대의 가톨릭 교육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함께 성찰하고자 합니다.
학교는 가정 다음으로 개인이 처음 사회를 경험하는 공간입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세상과 만나 다양한 관계를 이루며 사고와 성격과 삶의 태도를 만들어 갑니다. 학교는 자신과 세상, 그리고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를 배우는 첫 번째 사회적 환경입니다(「대화의 문화를 위한 가톨릭 학교의 정체성」[The Identity of the Catholic School for a Culture of Dialogue] 참조). 따라서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 또래 사이의 만남과 친교로써 인간적 성장을 이루어 가는 교육 공동체여야 합니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자유와 창의성, 연대와 정의와 같은 인간적 가치를 배우며 성숙해 갑니다.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도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대비하도록 돕고, 학습 과정을 분석하여 교육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질문하고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기술이 과연 학생들에게 인간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고 책임 있게 살아가도록 돕고 있는지 묻고 따져 보아야 합니다.
AI 기술은 학생들을 고립시키고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인격적 만남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알고리즘의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하여 인간의 자유로운 판단과 성찰의 능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중심의 구조는 소비 주의와, 고립된 개인주의를 강화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인간 존엄의 가치를 흐리게 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교회도 깊이 성찰하고 있습니다. 로마에서 열린 ‘2025년 교육 분야의 희년’에서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 「교육의 중대성」(Gravissimum Educationis) 반포 60주년을 기념하여 교황 교서 「희망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다」(Drawing New Maps of Hope)를 발표하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습니다. 인공 지능과 디지털 환경은 존엄성과 정의와 노동의 보호를 지향해야 하며 공공 윤리와 참여의 기준에 따라 운영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에 걸맞은 신학적 철학적 성찰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AI 시대의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어떤 인간관과 교육 철학 위에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AI 시대 가톨릭 교육의 방향을 세 가지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하느님과 대화하는 내적 삶의 형성입니다.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내적으로 충만하고 깊이 있는 삶을 갈망합니다. 그들은 침묵과 성찰의 시간, 양심의 소리를 듣는 경험, 그리고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가톨릭 교육은 학생들이 이러한 내적 성장을 경험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톨릭 학교는 하느님과 인간, 교사와 학생이 서로 만나서 대화하며 인격적 관계를 이루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인간적인 디지털 문화의 형성입니다. 인공 지능과 인간 지능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인공 지능은 인간 지능의 인공적 형태가 아니라 인간 지능의 산물로 여겨져야”(「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 35항)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과 인공 지능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특히 인공 지능의 발전으로 새로운 형태의 삶이 생겨나고 있지만, 알고리즘의 효율성보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며, 기술적·정서적·사회적·영적·생태적 지성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가톨릭 교육은 공동선과 관계성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평화 교육입니다. 오늘날의 분열과 갈등 속에서 교육은 비폭력적 언어와 몸짓, 화해와 연대를 가르쳐야 합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행복하다.’는(마태 5,9 참조) 예수님 말씀은 교육의 내용이자 방식입니다. 따라서 가톨릭 교육은 존중과 화해로써 공동선을 이루는 교육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톨릭 학교는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먼저 배려하며, 포용과 돌봄과 봉사로써 사랑을 실천하는 평화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교 교육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교육은 하나의 합창과도 같습니다. 따라서 교회와 사회, 국가와 학교, 그리고 가정이 함께 참여하여 교육 공동체로서 공동의 사명을 실현해야 합니다. 우리가 인간의 존엄과 관계, 그리고 희망을 중심에 두는 교육을 지켜 갈 때, AI 시대의 새로운 도전 속에서도 교육은 여전히 희망의 길이 될 것입니다.
이번 교육 주간을 맞아 우리 모든 가톨릭 교육 공동체가 교육의 참된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희망의 미래를 향하여 함께 걸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2026년 5월 교육 주간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장 조 환 길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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