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위에 내려앉은 길고 따스한 가을볕이 멈춰 선 빈 역사를 조용히 감쌉니다. 기차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지만, 사진 속 노란 국화 향은 여전히 빛바랜 선로 곁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습니다.
동래역은 우리 민족의 아픔과 서민들의 온기가 교차하던 곳입니다. 1950년 8월 18일,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갓 임관한 7,200여 명의 초급장교들이 이곳에서 기차에 몸을 싣고 전선으로 향했습니다. 누군가의아들이자 형제였을 그들의 결연한 의지가 이 선로 위에 남아 있습니다.
산업화의 물결이 한창이던 1971년, 동래역은 강원도 탄광에서 실어 온 무연탄의 하차역이 되었습니다. 인근 낙민동 왕표연탄공장에서 만들어진 19공탄 한 장은 모진 추위를 견디게 해준 고마운 온기였고, 서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희망이었습니다.
이어 1974년부터 2006년까지, 동래역은 부산과포항을 잇는 통근열차의 심장이 되어 31년간 수많은 이들의 발이 되어주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열차가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마중 나가던 설렘과 배웅하던 아쉬움은 단단한 침목이 되어 우리 기억 속에 깊게 박혀 있습니다. 세월의 물결이 역사의 겉모습을 조금씩 깎아내려도, 망각의 거름망을통과하지 못한 묵직한 마음들은 여전히 삶을 지탱하는 주춧돌이 됩니다.
사라져가는 것들 속에서 변치 않는 보석 같은 가치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동래역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의 이유일 것입니다.
첫댓글 어쩌나...
7월 1일부터 다음카페에서 동영상 지원이 안된다는데...
동영상 시간을 길게하는것은 커녕 오히려 없어진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