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것, 어린시절 국민학교 소풍에서부터(그시절에는 遠足 이라고 그랬지) 머리가 희끗 희끗해지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곳이 국내의 호젓한 山寺이든, 파도가 넘실대는 남녘의 어느 海邊이든 괘념치 않고 말이다.
5월의 제118차 산행은 5.11-12 양일간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된 소백산을 등산하고 철죽제를 참관하는 일정이다.
토요일 아침 9시30분에 사당역을 출발, 중부내륙에 깊숙이 자리잡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충북 단양에 있는 구인사를 관광한 후 다리안국민관광지에서 숙박하고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 등정후 경북 풍기방면의 비로사로 하산하는 소백산 종주 산행이며, 시간이 허락하면 소수서원과 부석사를 다녀오던가 아니면 풍기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길 계획을 주최측은 마련하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인가? 지난번 월출산 산행시 참여했던 인원과 똑같은 27명의 山友들(서울 16명, 인천11명)은 정다운 인사를 서로 나누면서 지난해말 새로 개통된 중앙고속도로 시승을 즐기며 산행길에 오른다.
오늘 처음으로 장거리 산행에 모습을 나타낸 金判石, 孫寬淳, 韓相根동문과 宋相鎬동창회장, 全永德사무총장을 위하여 환영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산행길에 마음은 고무풍선처럼 마냥 들떠 오른다.
백두대간의 줄기인 태백산맥을 따라 남으로 이어저 내린 중앙고속도로는 주변 산세와 지형이 험란하여 곳곳에 교량과 터널이 연속되어있어 지난 월출산 산행시의 너른 호남평야를 달릴 때와는 또 다른 멋으로 우리앞에 다가선다.
차내에서 오늘의 등산일정을 소개하던 田河鎭 등반대장은 산행의 자랑스러운 三樂을 소개하는데 그 첫째는 심신을 단련하여 五福중 三福인 壽, 康寧, 考終命을 건강하게 맞아 남은 인생을 멋있게 장식하는 것이고, 둘째는 계절따라 변하는 산세의 풍광에서 시각의 즐거움을 더하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지역마다 갖고있는 독특한 먹거리 문화속에서 미각을 즐기는 일이라 하였다. 그렇다. 사실이며 오른 말이다.
지나온 40여년간 직장과 생업의 현장에서 수고하며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우리들 인생에 마지막 노후를 대자연과 함께 건강한 삶을 누리것 보다 더한 소중함이 어디에 있겠는가?
봄은 5월을 징검다리 삼아 여름으로 건너간다.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가는 산록과 제천터널을 지나 파우산 계곡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경부/호남/중부/동해안/서해 그리고 중앙고속도로까지 한반도 남단을 남북으로 이어가는잘짜여진 고속도로망을 볼때면 지난 60년대 朴正熙 대통령 시절, 국토개발의 역군으로 건설행정에 몸담아 왔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처 지나간다.
남한강 푸른 강변옆에 위치한 단양읍 별곡리 "멍석갈비" 식당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정성드려 마련해준 편육과 비빔막국수로 오찬을 즐긴 일행은 청정 자연자원과 어우러지는 최고의 관광여건을 갖춘 단양주변 온달국민관광지내 救仁寺를 들러보기로 하고 아취형의 단양대교를 건너 구인사 경내로 향하였다.
구인사는 上月圓覺 大祖師가 40년전에 창건한 사찰로서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으로 그 규모가 방대하다. 5층 본당의 대법당을 비롯 40개의 각종 건물이 수리봉계곡의 좌우를 꽉메우고 있어 자못 웅장하다. 그러나 상품적이고 인위적인 조형물들은 기존 사찰의 은은한 山寺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45도 이상의 가파른 포장도로는 하천을 복개하여 건설했다고 하는데 급경사에서 흘러 내리는 폭우시의 범람하는 계곡수와 한겨울 빙판길의 통행은 어떻게 처리하려는지 보는이의 마음이 밝지만은 않다.
구인사를 돌아나온 일행은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을 끼고 내려오면서 단양팔경(도담삼봉/구담봉/상선암/중선암/하선암/사인암/석문/옥순봉)과 래프팅 훈련장을 인근에둔 또하나의 명물인 동굴지대를 관람키로 했다. 고수동굴, 노동동굴, 온달동굴, 천동동굴중 우리는 숙박지 인근의 천동동굴 관람을 택하였다.
천동동굴은 소백산 연화봉 줄기의 천동리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지명을 따라 천동굴이라고 하며 길이 470m로 관람 소요시간은 30분이다. 76년 12월 마을주민이 발견, 77년 12월에 충북 지방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되어 있다. 꽃쟁반을 비롯 종유석, 석순, 석주등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나 부분 부분이 훼손되어 있으며, 동굴 자체가 갖는 협소함으로 허리를 구부리고 기다시피하는 관람은 관광자원으로 보존하기 미흡한 시설로서 아쉬움을 남긴다.
천동굴 탐사를 마친 일행은 내일의 산행을 위한 숙박지인 다리안국민관광지로 향하였다. 소백산 국립공원 진입 관문 좌측에 있는 다리안국민관광지는 단양읍에서 약 6km 떨어진 곳으로 소백산 깊은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물줄기가 휘돌아 흐르는 깊은 골짜기로 상큼한 공기는 찾는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곳이다. 선죽(禪粥)민박집을 숙소로 정하고 된장찌개와 산채정식으로 저녁을 마친 일행은 각자 휴식의 시간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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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이른 새벽부터 숙소 주변은 소란하다.
아침 6시, 간단한 식사를 마친 일행은 6시 30분부터 소백산 종주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코스는 천동리 다리안국민관광지내 숙소를 출발-다리안폭포-대궐터-민박이재를 지나 毘盧峰정상 까지의 6.8km로 산행시간은 3시간이소요된다. 정상으로 오르는 등정코스는 7개소이나 우리가 오르는 천동리-비로봉 코스는 길이는 길지만 완만한 경사로이며, 하산길은 짧지만 급경사라고 한다. 우리체력에 알맞은 산행길을 마련한 주최측의 세심한 배려가 감사하다. 한편 겨울산행은 비교적 짧은 코스인 반대편 코스를 택한다고 한다. 눈덮인 하산길에 자칫 잘못 낙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백두대간이 태백산(1.567m)에서 서남쪽으로 가닥을 잡아 꿈틀거리며 뻗어가다가 선달산을 넘고 고치령을 지나면서 소백산맥이 된다. 한민족의 정기를 한껏 이어받아 한반도 중심에 우뚝 솟은 소백산맥은 장백/태백과 함께 민족의 성산으로 추앙을 받는다. 산맥이 흐르면서 강원/충청/경상도를 갈라 큰 산계를 이루고 아름다운 관광도시 단양과 영주 풍기의 지붕으로 자리하고 있다.
겨울이면 하얀눈을 머리에 이어 소백산이라 불리어 지는 소백산은 봄철이되면 광활한 능선에 기화요초가 만발하며 비로봉, 국망봉, 연화봉, 도솔봉등 많은 영봉들을 거느리고 있다. 5-6월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철쭉군락, 여름의 초원, 가을의 단풍, 겨울 눈꽃의 환상적인 자태로 사계가 아름다워 한국의 알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의 희귀식물인 에델바이스가 철쭉과 앙상불을 이루고 서북쪽으로 1백m 떨어진 곳에는 주목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산행코스 입구 구름다리 옆에는 산악인 허영호 기념비가가 나타나며 다리안폭포 안내비가 나온다. 이 폭포 입구 골짜기에 있는 구름다리를 건너야만 했다하여 다리안(橋內)폭포라고 하며 삼단폭의 크고 작은 沼가 있으며 용이 승천할 때 힘껏 구른 발자국의 크게 찍힌 곳이 소가 되었다고 하여 龍潭瀑이라고도 한다.
쭉쭉뻗은 낙옆송이 울창하고 깊고 너른 계곡속으로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를 들으며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산행로 중간중간 의 쉼터와 약수터, 나무계단 층층대 그리고 계꽃, 송이꽃등 53종의 야생화를 하나하나 판화로 정리해 놓은 사진전시장등 공원관리에 세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田河鎭동문의 선발대는 멀리 앞서나가고, 尹熙林동문과 후미를 이루면서 산행에 새로 참가한 全永德, 韓相根 동문을 격려한다. 철제사다리가 나타나는 깔딱고개에 오르니 호흡이 가파라지며,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뒤돌아 보니 휘어저 돌아나온 소백산맥의 산줄기가 이어저내려 장관을 이루고 일행은 잠시 멈추어 카메라 삿타를 누르고 다시 위를 바라보며 가쁜 숨을 고른다. 진행방향으로 아스라이 능선처럼 보이는 부분이 들어나면서 일행은 드디어 연화봉과 비로봉을 이어주는 능선에 올라섰다. 그래 바로 이맛이야, 사면으로 視界가 확 트이며 광활한 산자락 밑으로 운해가 흐르고 멀리 연화1봉과 2봉사이로 소백산 천문대가 아담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능선을 오르면서 왼편으로 철제 담장으로 보호해 놓은 주목군락지가 보인다. 수령 200-400년된 1.500여종의 주목이 45.000평 너른 산지에 자생하고 있다. 소백산 주목군락은 천연기념물 244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으며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고 하는 주목은 질이 단단하고 굽지 않는데 최근에는 60년생 주목 한그루면 한사람의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항암물질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비로봉(1.439.5m)의 부드러운 능선이 눈앞에 펼처지며 드디어 우리는 정상에 섰다.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정확히 3시간에 걸친 등정이다. 먼저 정상에 올라 산신제를 치른 田河鎭대장과 일행이 박수로 우리를 환영하며 우리 모두는 정상기념 사진을 찍었다. 잠시 휴식으로 숨을 고른 일행은 하산길을 재촉하였다. 하산로는 정상에서-비로폭포-비로사-삼가리 매표소까지 4.8km로 2시간 30분, 총 11.6km에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오를 때와 달리 경사가 급하다. 그러나 철제 사다리와 폐타이아를 보기 좋게 잘라서 덮인 사다리 받침대는 디딤발의 충격을 완화시켜 발목을 편안하게 해준다. 폐자재를 이용한 좋은 발상이다. 비로사로 하산하는 등산로 양 옆으로는 산철쭉나무가 무성하게 자생하고 있다. 이곳에서 확인한 소백산 철쭉제는 5.23(목)-26(일)까지이다. 따라서 우리는 2주 빨리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하산길 정상에서 부터 비로사 중턱까지의 산철쭉 군락은 색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다. 고산지대의 산철쭉은 낭랑 18세 처녀의 젓꼭지마냥 갓 피어나는 봉오리 모습으로 수줍게 우리를 반기더니, 산 중턱쯤에서는 20세 처녀의 방싯한 화사한 모습으로 변하여 가고, 산 아래로 내려와서는 30세 부인의 요염한 만개한 모습으로 변하면서 우리들의 시각을 즐겁게 하고 입담을 농익게한다.
마침 휴일을 맞아 비로봉 등정을 위하여 올라오는 많은 등산객들과 마주치면서 "좋은 산행 되시기 바랍니다." 라는 반가운 수인사로 서로를 축복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된다. 삼가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정각, 장장 5시간 30분에 걸친 장거리 산행이다.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소백산을 종주한 것이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金泰秀동문이 마련하여준 이곳 특산주 옥수수술 한잔은 왜 그렇게도 맛이 있던지, 산행의 피로와 허기가 말끔히 가시는 듯 하다. 이 모든 것이 산을 사랑하는 山友들의 우정이 아니겠는가?
자 이제는 식도락의 시간이다. 鄭石宮회장의 핸드폰이 바쁘게 움직이더니 우리 일행은 순흥주유소옆에 위치한 원조 안동 양반 찜닭집인 "순흥묵집"으로 인도 되었다. 어릴적에 먹어 보았던 조밥과 하얀묵무침, 이곳 별미 안동 닭도리탕과 겻들인 경상도 참소주로 풍성하게 미각을 즐긴 일행은 영주 부석사를 향하여 차머리를 돌렸다.
浮石寺는 소백산의 동쪽 끝 봉황산 아래에 있다. 신라 문무왕 16년, 해동 화엄종 증조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종의 首사찰이다. 부석사란 이름은 문앞 서쪽에 있는 큰바위가 위 아래로 붙지않고 들뜬데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한국 고건축중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국보 제17호 무량수전과 소조여래좌상(국보 제45호), 조사당(국보 제19호), 조사당 벽화(국보 제46호)등 보물급 문화재가 많다.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방문 기념사진을 찍고 경내를 관람한 일행은 부석사를 뒤로하고 귀로에 올랐다.
당초 풍기 온천에서 온천욕으로 산행의 피로를 풀 계획이 었으나. 풍기 온천의 규모가 그리 크지않아 오늘같은 휴일에는 입욕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 된다고 하니, 그래, 빨리 귀경하는 것이 교통체증으로 고생 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시간은 오후 3시, 풍기읍을 오른쪽으로 돌아 농현터널을 지나고 일행을 태운 애마는 일로 북으로 달린다. 죽령터널 넘어 멀리 희방사 골짜기가 눈안에 들어오고 연화봉의 줄기가 아련히 멀어진다. 산행에 피로한 일행들은 피곤함에 지처 꿈나라를 찾는다. 양재역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7시 15분, 산우들은 1박2일의 2산행을 무사히 마친 안도감에서 정다운 인사로 아듀한다. 안전한 운전으로 산행을 무사히 마친 박기사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소백산 종주 산행기를 마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