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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판례연구] 법인격부인의 법리(법인격부인론)
2012.10.18
[표제사례]
기존회사가 채무면탈의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두 회사 모두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대판 1995. 5. 12. 93다44531 ; 대판 2004. 11. 12. 2002다66892 ; 대판 2006.7.13. 2004다36130 )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신설회사의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하여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해설]
1. 이 판결(표제사례) 역시 이른바 법인격부인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 법리는 통상, 1인 주주회사와 그 1인 주주인 대표이사의 채무관계에 대하여 원용하는 법리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기업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두 개의 회사에 대해 어느 하나의 회사(이 사건에서는 신설회사)에 대해 법인격을 부인하거나 양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보아, 어느 하나의 회사(이 사건에서는 기존회사)의 채무에 대해서 양 회사 모두에게 변제책임을 인정한 사례로서 다소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2. 법인격부인론을 간단히 살펴본다(법인격부인의 법리에 대해 필자는 노동민사법과 관련하여 별도의 논문형식의 연구문을 쓸 계획을 하고 있다. 따라서 더욱 구체적인 논의는 그때로 미룬다).
1) 법인격부인론 또는 법인격부인의 법리란, 법인격 자체를 박탈하지 않고, 그 법인격이 남용된 특정한 경우에 한하여, 그 회사의 독립적인 법인격을 제한함으로써 회사제도의 남용에서 발생하는 폐단을 시정하고자 하는 강학상 및 실무상(판례)의 이론 또는 법리를 말한다(私見; 반드시 완벽한 意義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법 규정이 없다). 그러므로 이를 원용하더라도, 당해 사건에 한해, 사후적으로 법인격을 일시적으로 부인하는 조치에 불과하다.
2) 법인격부인의 법리를 적용(원용)하기 위해서는(이하 私見), 우선 회사의 독립된 법인격이 사원(주주) 개인과 분리하여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이들 두 인격 사이에 이해(利害)와 소유(所有)의 일치가 있어야 한다. 즉, 사원 개인이 회사를 전적으로 지배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예컨대, 1인 주주회사에서 그 주주가 대표이사 등의 지위로서 회사가 마치 자신의 개인 사업장처럼 완전 지배함으로써 회사와 주주가 사실상 분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회사가 1인주주의 분신과 같은 존재이거나 도구에 불과한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회사가 채무이행에 필요한 자본이 불충분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채무변제에 충분한 자력이 있다면 굳이 법인격부인의 법리를 원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첫째, 회사와 사원 간에 이해와 소유가 일치할 것, 둘째, 회사의 자본이 불충분할 것, 이 두 요건이 충족되어야 이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법인격부인의 성립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3) 법인격부인의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그 범위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를 이 법리의 적용에 있어서 정당성 요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계약에서의 적용관계를 본다면, 거래 상대방의 인식(認識)이 문제된다. 상대방(債權者)이 좀 더 주의를 기우렸다면 위와 같은 상황과 회사자본이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하였다거나 합리적인 조사를 하였더라면 알 수 있었을 경우라면 이 법리의 적용에 주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상대방이 져야 할 것이다. 즉 그가 선의(善意)임을 증명해야 한다.
한편 불법행위에서의 적용가능성을 보자. 현실의 거래에 있어서, 실제 배상자력이 있는 주주 자신의 불법행위를 배상자력이 없는 법인의 불법행위인양 주장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면탈하려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이 법리를 적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私見, 異說있음). 이렇게 보는 것이 정의의 관념이나 형평의 관념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아니하다면, 피해자는 손해를 전보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위 양 성립요건이 필요하다고 볼 것이다(이상 私見).
4) 그렇다면 법인격부인의 법리가 적용되는 근거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다수설은 민법 제2조 제1항의 신의성실의 원칙과 같은 조 제2항의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서 찾고 있다. 상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민법의 이러한 일반조항(一般條項)을 그 근거로 보는 외에 다른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일설에 의하면, 법인격의 개념에 내재하는 한계(상법 제171조 제1항; ‘회사는 법인으로 한다’는 회사의 法人性)에서 찾고 있다. 회사의 법인성에 대한 명확한 이론이 정립되어 있지도 않거니와 특히 그에 내재하는 한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타당한 견해라고 할 수 없다. 생각건대, 위 민법의 일반조항을 원칙적인 근거로 하되 상법상의 회사의 법인성 조항을 참고적 근거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본다. 어떻게 보든 결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이상 私見).
5) 마지막으로 회사의 법인격이 부인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가. 당해 사건(거래)에 한해, 회사의 독립된 법인격이 부인(실체의 부인)되고, 회사와 그 사원은 동일한 실체로 취급된다. 따라서 회사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사원(주주)에게 귀속되거나 회사와 연대하여 책임을 지게 된다.
3. 이 법리에 대한 판례의 적용 경과를 살펴보자.
[사실상 법인격부인론을 최초로 적용한 판례]
편의치적을 위하여 설립된 선박회사와 실제상 소유자인 선박회사와의 법인격의 동일성 여부(대법원 1988.11.22. 선고 87다카1671 판결)
⌈선박회사인 갑, 을, 병이 외형상 별개의 회사로 되어 있지만 갑회사 및 을회사는 선박의 실제상 소유자인 병회사가 자신에 소속된 국가와는 별도의 국가에 해운기업상의 편의를 위하여 형식적으로 설립한 회사들로서 그 명의로 선박의 적을 두고 있고 (이른바 便宜置籍), 실제로는 사무실과 경영진 등이 동일하다면 이러한 지위에 있는 갑회사가 법률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병회사가 갑회사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 편의치적을 위한 법인설립은 종래 상관습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 위 회사들은 모두 외국회사들이라는 점, 직접적으로 법인격부인에 관하여 그 요건이나 근거 등에 관하여 거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 등에서 직접적으로 법인격부인론을 채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초로 명백하게 법인격부인론을 채택한 판례]
법인격부인론의 요건과 효과 (대판2001.1.19. 97다21604)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지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 법인격부인에 대한 요건과 근거 및 효과를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법리를 명백하게 채택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판례]
법인격부인론의 적용에 있어 ‘법인격 형해화’ 또는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대판 2008.9.11. 2007다90982; 대판 2010.1.28. 2009다73400; 대판 2010.2.25. 2008다82490)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이 부분은 위 대판 2001.1.19. 97다21604의 판시사항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여기서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 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 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위와 같은 최근판례에서는, 법인격부인의 법리에 대한 요건과 근거 및 효과뿐만 아니라, 그 근거로서 ‘법인격 형해화’ 또는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그 판단기준(법인격 형해화 정도, 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위 2.의 ‘3)’ 참조)에 대해서도 위 대판 2001.1.19. 97다21604 판결 후의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로 제시하고 있다.
4. [대법원 2006.7.13. 선고 2004다36130 판결의 사례]
⌈피고 회사는 소외 1 회사의 지배주주이자 실 경영주이며 대표이사이던 소외 2를 비롯한 이사 및 직원들이 소외 1 회사의 부도로 더 이상 일양약품 사옥 신축공사의 전기공사(이하 ‘전기공사’라고 한다)를 시공할 수 없게 되자 도급회사인 소외 3 주식회사(이하 ‘ 소외 3 회사’이라 한다)의 권유 및 독촉을 받고 위 전기공사를 이어 받아 시공할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로서, 그 모든 주주 및 이사는 소외 1 회사의 이사이거나 직원이었던 자(그 중 한 사람은 소외 2의 아들이다)로 구성되었고, 위 소외 2는 피고 회사의 배후에서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위 전기공사뿐 아니라 소외 1 회사가 소외 3 회사로부터 하도급 받아 시공하던 여타의 공사, 즉 천안임대아파트 현장, 포항장성아파트 현장의 잔여 공사까지 모두 피고 회사 이름으로 수주하여 그 공사현장을 지휘·감독하여 시공하였으며, 부도 전 소외 1 회사가 공사할 때나 그 부도 후 피고 회사가 공사할 때나 소외 3 회사로부터 받은 공사대금은 사실상 위 소외 2가 관리·집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소외 1 회사가 부도로 인해 소외 3 회사에 반환하지 못한 선급금 상당액을 피고가 소외 3 회사로부터 받을 공사대금채권에서 공제하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에 위 법리를 덧붙여 보면, 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 등은 소외 1 회사의 채무초과로 인한 부도발생으로 같은 회사 명의로 더 이상 전기공사를 수행할 수 없게 되자 기존 공사를 승계 받아 이를 계속 수행하되 채무는 면할 목적으로 소외 1 회사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로서 외형상 전혀 별개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였다고 할 것이니 피고 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소외 1 회사와 별개의 법인격임을 내세워 그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 허용할 수 없다.⌋
* 소외 1회사; 기존회사 / * 피고회사; 신설회사 / * 소외 2; 소외 1회사나 피고회사를 전적으로 지배하는 지배주주이거나 과점주주로서 양 회사의 소유주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 * 소외 3; 위 신축공사의 원수급인(이 사건 기존회사 및 신설회사의 도급회사)
5. 마지막으로, 노동관련 민사사건에의 적용 가능성(私見)을 살펴본다. 예컨대,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 되어 있거나 법인격의 남용으로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볼 경우, 그 회사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체불임금의 청구권 행사(강제집행 등)도 그 배후자(대표이사 등)의 개인자산에 대해서도 가능하다고 볼 것이다. 다만, 법인에 대한 집행권원으로는 불가능하고 그 배후자에 대한 집행권원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회사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旣判力) 및 집행력(執行力)이 그 배후자에게까지 확장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異說이 있을 수도 있다). 즉, 실체법상의 권리가 있다고 하여 절차법(민사집행법 등)상의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