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닥친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폴론*의 슬픔을 담은 꽃
붉은 피가
떨어진 자리에
어둠 속에 묻혔던 한이
문득 솟구치는 이른 봄
가느다란 잎은
해를 향해 길게 길게 자라고
그리움에 지친 꽃대에는
설리 설리 맺힌 눈물방울들
바람이 앗아간 사람,
남은 자의
슬픈 기억을 일깨우는
무스카리 푸른 종소리
*바람의 신 제피로스의 질투로 히아킨토스와 비극적 사랑을 한 그리스신화 주인공
수정본
우연히 닥친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폴론*의 슬픔을 담은 꽃
붉은 피가
떨어진 자리에
어둠 속에 묻혔던 한이
문득 솟구치는 이른 봄
가느다란 잎은
해를 향해 길게길게 자라고
그리움에 지친 꽃대에는
설리설리 맺힌 눈물방울들
바람이 앗아간 사람,
남은 자의
슬픈 기억을 흔들어 깨우는
무스카리 푸른 종소리
첫댓글 제목의 꽃이름이 서양 남성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사랑과 헌신을 상징하는 꽃말을 가진 꽃이네요.
꽃다발의 꽃처럼 잘 다듬어 간결하게 써진 시 잘 감상했습니다.
무안공항을 지날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참사를 겪은 가족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 담았어요
@김옥자 이 시로는 무안공항 참사를 떠올리기가 어렵네요.
이 시에다 무안공항 참사를 떠올릴 수 있도록 수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김충경 이 시에 쓴게 아니고 제 마음이 그랬다는 겁니다
제가 어찌 그 큰 일을 시로 쓸수 있나요
마침
무스카리의 전설이 떠올라서 쓴거예요
@김옥자 그래도 고민해보세요.
잘 연결하면 좋은 시로 거듭날 것 같습니다.
매우 감각적이고 완결성이 높은 작품입니다. 꽃집을 해서 그런지 꽃을 표현하는 능력이 좋습니다. 제목도 문장형이어서 명사형보다는 낫습니다. '무스카리'는 처음 들어본 꽃입니다. 검색해보니 이 꽃은 "작은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처럼 생긴 보라색 꽃"이네요. 그 포도송이 같은 꽃이 김옥자 시인의 표현대로 '눈물방울' 같군요. '아폴론'의 전설이 서린 꽃이지만, "-무안공항 지나며"처럼 부제를 단다면 무안참사를 상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3연의 첩어들은 '길게길게', '설리설리'로 붙이세요. 마지막 구절 '남은 자의/슬픈 기억을 일깨우는/무스카리 푸른 종소리'가 압권인데, "남은 자의/슬픈 기억을 흔들어 깨우는/보라색 종소리"가 더 정확하겠습니다.앞으로 김옥자 시인은 꽃에 대한 시를 계속 써보시길 명령(?)합니다.
샘 감사합니다
시를 만나서 행복합니다
지적받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ㅎㅎ
오!, 멋진 시가 탄생했습니다. 감동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꽃으로도 아름다운 시를 만드셨네요. 매우 부럽습니다. 앞으로 교수님 명령에 따라 많은 시 기대하겠습니다.
샘 잘계시죠? 감사합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하려 애썼어요
다음엔 뭘 쓸까요 막막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