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의 시작은 남녀였다 해돋이를 보지 못한 아침이 수없이 반복되었고 거리는 팔꿈치를 접고 화살표를 내놓지 않았다. 걸었지만 무의미한 걸음들이 계속되었다. 하루가 하루를 밀어내며 출발도 도착도 하지 않았다. 목소리도 얼굴도 멀어지고 오로지 냄새만 남았다. 썼다 지우는 냄새의 기분과 감정은 오래전부터의 습관. 세상에 약속은 한입 베어 문 선악과가 굴러가는 것이고 껍질 속에 판도라가 놓였다. 베개를 바꿔 베고 서로의 꿈을 훔쳤다. 시력을 잃고 물결을 소리 내어 읽었다. 모든 주어는 발돋움한다. 깃털과 합창과 반짝임으로 둘러싸인 주어의 변형 속에 내재되어 있는 악을 통해서도.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입을 통해 말을 짓고 말을 허물어 사람들을 가두고 빠뜨리는 것처럼. 아침은 냉정하게 돌아선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밤이었단 듯이 밤에게 모든 것을 던져 넣었다. 밤을 결정한다. 혀끝에서 맴도는 아침*. 처음 보는 남녀처럼 서로 인사를 했다. 굿모닝!
*파스칼 키냐르에서 변용
―시집 『99가지 기분과 나머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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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 / 1972년 강원 동해 출생. 2016년 정남진 신인문학상으로 《시산맥》 등단. 시집 『흰 개 옮겨 적기』 『99가지 기분과 나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