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뻔히 알면서 민아의 속을 뒤집어 놨다. 처음에는 암담했는데 민아
의 망가지는 모습을 볼 수록 흥미로운게 자꾸 놀려주고 싶어졌다.
-머,머..물론 그런일이야 없었지만...
-그럼 아무 문제 없는거네..
-아냐! 만약에 유다가 싫다고 하믄 어떻게 할래?
-콱 협박해서라도 데리고 가면돼.
-협...박?
-응..요한이한테 유다가 나한테 수작 부렸다며 울고 불고 매달린다고
협박하지..요한이는 물론 내말을 믿을꺼고 유다는 요한이 친구니까 죽
지 않게만 맞을껄?
내 말을 들은 민아는 새하얗게 질렸다. 내가 정말 그렇게 한다면 요한
이가 가만있지 않을거라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민아였기 때문
이다.
나는 쿡쿡 웃으며 민아를 안심시켰다.
-야..그러니깐, 나한테 왜 그런 거짓말 하냐?
-무슨..
-또 그런다...너랑 유다 지금 끈적거리는 모드로 접어들었잖아..
-알고 있었냐?
-그것도 눈치 채지 못하면 진짜 바보게?
-챙피했어.
-뭐가? 유다랑 사귀는게? 이거 유다 들으면 실망하겠다...
-아니..나 맨날 너한테 원조 교제 한다고 놀렸잖아..내가 그꼴 나다
니.것두 내 동생벌 되는 애하구..
민아의 말을 들은 나는 담배 한개피를 꺼내서 입에 물고 불을 붙였
다.
-별걸 다 신경쓴다. 나 그런거 신경 안써. 너도 진심으로 나한테 그런
거 아니란거 잘 알고 있으니깐. 사람이 사람..것두 여자가 남자 좋다
는데 누가 뭐라고 하냐?
-......................
-뭘 그렇게 쳐다봐? 쑥쑤럽게..
-소다 너는 니 일에 관해서는 바보 천치가 따로 없는데 남의 일에 상
관 할때는 가끔가다 너무 철 든 소리를 해서 날 놀래킨다니깐..
- 그거 칭찬이냐?ㅡ_ㅡ^
-글쎄..좋을 데로 들어라.
난 민아의 기분이 풀어지자 담배를 비벼 끄고 내려갈 준비를 했다.
그러자 민아가 다시 제차 물었다.
-소다야. 내일 정말 어떻게 할꺼야? 너 딴 남자랑 거기 갔다가 만에
하나 요한이한테 들키면 너뿐만 아니라 나까지 끝장인거 알지?
-후훗..걱정하지마..나 혼자 갈꺼야 나도 생각이 다 있거든..
-너도 생각 이라는걸 하긴 하는구나..
-야...죽고 싶냐?
-죽어도 좋으니깐 니가 했다는 생각이나 들어 보자.
-별거 아니야. 애인이 왜 없냐는 말도 못꺼내게 하면 되거든..
소다는 자신의 생각에 보람을 느끼는지 의기양양한 모습이었고 그런
소다를 바라보는게 한없이 불안한 민아였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종례를 하기 위해3~13반 교실로 향했다.
아이들은 그때까지도 공부를 하느라구 여념이 없어 보였다.
난 그냥 모든걸 민아에게 맡기고 뒤로 빠졌다.
민아는 교탁을,가볍게 쥔 주먹으로 두어번 탁탁 두드리는것으로 아이
들의 주목을 그는것을 성황리에 마치고 종례를 마무리했다.
나와 민아가 교문 밖으로 나섰을때, 모두의 주목을 끌고 있는 두 남자
가 비쳤다.
-요한아!
-유다...
-누나..
-선생님!!
요한이와 유다가 소다와 민아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난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요한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로 접어들었다.
민아 역시 인사를 건네고 유다와 사라진지 오래다.
인적이 드문 곳에 당도하자 나와 요한이는(사실 요한이는 인적이 드물
든 잦든 상관 안한다.)안심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누나, 오늘 힘들지 않았어?
-별로..재미 있더라.
-그럼, 다행이고..건 그렇고 누나한테 찝적 거리는 놈 없었지?ㅡ_ㅡ
++
-그럼...^^;;
-누나가 찝적 거릴 만한 놈은 물론 있었겠지?ㅡㅡ?
-물론...아!아니!!물론 없었지..
하악! 까닥하면 요한이의 유도심문에 걸려 죽을 뻔 한걸 생각하니 아
찔했다.
하지만 급격한 내 반응을 눈치 채지 못할 요한이가 아니었다.
-ㅡ_ㅡ+++++누.나.
'이넘..또 시작이다..여하튼 이노무 입이 방정이지...'
-어...어?***************^_^*******************
-그렇게 웃어도 소용없어. 누구야?
-머가?
-누나가 찝적거릴 만한 놈!
-그런애 없어..말이 헛 나온거야.
-............................
-진짜야............ㅠ.ㅠ
-.........................(빠각!)
-정말이래두...너 자꾸 그렇게 누나 의심하기야?
-누나가 의심 받게끔 하잖아..
-내가 언제? 안그랬어!!
-그랬어!
-안 그랬다니까!
-그랬다고 했지!
-아니야!!
-맞아!!
-아니라구우~~~!!!
-맞다니까!!
점점 유치해지는 우리였다.그리고 이렇게 계속 장기전으로 들어가면
나만 손해라는 것을 너무 잘알고 있었기 때문에 난 한수 접고 들어가
기로 하는 수 없이 결정했다.
-내가..그랬어...?
-어..
-멀?
-머냐구? 그걸 말이라고 해? 누나가 의심받을 짓을 한다고!!
-잘못했어...
내가 이렇게 나서자 요한이도 더이상 다그치지 않았다. 그냥 나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한번 끌어 안아 줄 뿐이었다.
-누나..제발 나,그런 일로 불안하지 않게 해줘..
-응....미안...
-머가 미안해? 나한테 미안해 할짓 정말로 한거 아니야? ㅡ_ㅡ++
'이넘이.....'
난 이렇게 가다가는 끝이 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재빨리 말을 돌렸
다. (민아하고 요한이하고 다니다 보면 말돌리는데 선수 된다.--^)
-그런말이 어딨어? 난 그냥 니가 불안해 하게 만든게 미안하다는 거
야..건 그렇구 요한아..내일 세미나 몇시에 참석한다고 그랬지?
-아침 9시..나 내일 학교 못가.
-그럼 언제 오는거야? 당일날은 못오지? 그치?
-어..프랑스로 가야하기 때문에 일요일 저녁 때 쯤이나 도착할거 같
아..근데 누나 이상하다...
-뭐..뭐가?
난 순간 움찔하면서 태연한척 물었다.
-이상하게 방방 뜬거 같단 말이야..꼭 내가 안 들어 오길 바라는 것처
럼...수상한데...
-하..하!수상은..내가 언제 방방떴다구 그래? 난 니가 없는 동안 너
보고 싶을 까봐 억지로 기분을 띄운건데..
-정말이야? 나 없는 사이에 무슨일 저지를 계획 짜고 있는건 아니지?
요한이가 의심반 신뢰반으로 묻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요한이를 안심
시켰다.
그리고 요한이가 의심을 거의 푼것 처럼 느껴지자 비로써 안도의 한숨
을 내쉴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
=========================================
난 내 볼에 스치는 따스한 느낌과 시원하고 상쾌한 쿨 워터의 향기에
부시시 눈을 떴다.
요한이가 정장을 완벽하게 차려 입을 모습으로 넥타이를 손질하며 나
에게 모닝 키스를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때문에 일어났어?
-지금 몇시야?
-6시30분..눈 좀 더 붙여.
-넌 왜 이렇게 빨리 준비하는 건데?
- 회사 들렸다가 공항에 가야 하거든..내 비행기가 정비할 시간도 있
어야 할것 같고..
-나깨우지..혼자 준비한거야?
-별로 힘들것도 없는데..누나 좀더 자. 내가 일어나야 할때쯤, 전화해
서 깨워줄께...
다정하고 상냥한 요한이의 말에 내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
요한이가 그런 내 이마에 다시 한번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는 일어서
서 나가자 나도 재빨리 일어서서 따라 나갔다.
-들어가.누나...
-아냐..현관까지만 같이 갈께...
-누나...나 없는 동안 밖에 절대로 외출하지마. 위험하니까.
-알겠어..
난 약간 양심에 찔렸지만 순순히 대답했다.
-딴 넘한테 눈 돌렸다간 정말 나 돌아 버리는 수가 있어 알지?
-어..^.^;;;;
-혹시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주치의 한테 연락하고...
-걱정마!
-나 갔다 왔을 때, 누나 한테 티끌 만한 상처라도 나 있으면 용서 안
한다...
-(^^)(__)(^^)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이 웃어 보이자 요한은 그때서야 현관을 나
서며 밖에 세워져 있는 리무진으로 향했다. 계속 소다를 향해 돌아 보
는 것이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 다는게 역력 했다.
난 그런 요한이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요한이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다.
방과후, 나와 민아는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동창회 모임 시간까지 두
시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서둘러 집을 들어와 외출 준비를 마쳤다.
학교에서는 틀어 올렸던 노란 생머리를 자연스럽게 흘러 내리도록 만
든 다음, 요한이 때문에 사 두고 입지 못했던 검은색 끈나시를 입고,
찰싹 달라붙는,역시 검은색의 초미니 핫 팬츠를 입은후, 검은 빛과 붉
은 빛이 동시에 도는 앵글 부츠를 신어 거울 앞에 서서 하트 모양의
루비 주위에 핑크 다이가가 박힌 목걸이와 그것의 세트인 팔찌..커다
란 링 귀걸이.마지막으로 결혼반지를 약지에 끼고 나서 요한이의 향수
인 쿨 워터를 뿌림으로서 마무리 지은 후 집에서 빠져나와 제규에에
올라탔다.
소다가 약속 장소인 'nightmare(악몽)'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주위
으 모든 감탄어린 시선이 쏠렸고 여기 저기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
다.
-(야..저여자 끝내 주지 않냐?)
-(진짜..굉장하다..모델아냐?)
-(모델일꺼 같다.)
-(애인은 있을까?)
-(그럼 저 미모에 저 몸매에 애인 하나 없을꺼 같냐?)
-(체! 그림의 떡이군..)
-(뭐가 어때서?? 난 보는것만 으로도 황홀하고만..)
-(하긴..내 주제에 저만한 여자 감당하기 힘들지..)
그런 웅성거림을 뒤로 한채 가게 안으로 들어간 소다는 일행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소다야!!
하는 민아의 목소리가 들렸고, 소다는 반가운 마음에 환하게 미소를
지은채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봤다.
여기저기서 쓰러지는 남자들이 보였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채,민아
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동창생들은 민아를 보고 놀란 마음을 추스리지 못한채 다시한번 소다
를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려서 부터 친하던 친구들인지라 곧 서먹한 분위
기는 사라졌고 다시 옛날 그 분위기오 돌아 가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
다.
-이야~~소다하고 민아 어려서 부터 미인인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예뻐
지다니...
-어머!그러게..나 질투 나는거 있지?
-머니? 호호홋...
-참!!그나저나 너희들 애인은?
-아...이따가 올꺼야..
친구의 물음에 민아가 대답하자 소다가 조용히 속삭이며 물었다.
-(유다가 오는거야? 아님 그 많은 니 신봉자 중에 한명이 운좋게 발탁
되서 오는 거야?)
-나..걔네들 어제 저녁에 다 정리 했다.ㅠ.ㅠ
-뭐? 왜? 니가 정말 그랬단 말이야?0_ㅇ???
-유다가 옆에서 내 핸드폰 0번에 저장된것 부터 꾹 눌러 주면서 들이
미는데 별수 있냐?ㅡ.ㅠ
-...풋!!!우하하하!!한민아 임자 만났다!!
내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자 동창생들이 못마땅한 표
정으로 다시 말을 걸어왔다.
-유소다..정말 예나 지금이나...니 애인은 어떻게 된거냐니까 민아랑
만 쑥덕 거리더니 말 먹어버리냐?
-하..하..미안..글구 어쩌지? 내 남편, 지금 출장 갔다.
-어머!!그런게 어딨니? 그리구 왠 남편..웃기고 있다. 빨리 데려와..
아님 너 퇴장 시켜 버리는 수가 있어.
소다는 난감했다. 상황을 보아하니 정말로 누군가 데리고 오지 않으
면 퇴장 시켜 버릴 분위기 였다.
민아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시선을 옴겼지만 방금 내가 지은 죄가 있
어 도움을 얻지는 못했다.
그때,내 어깨에 누군가의 팔이 둘러졌고 주위는 다시 화기애애 소란
스러워 졌다.
-이야~~~민규 아냐!!
-정말 민규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햐~~건 그렇구 너네 아직도 그런 사이였냐?
-기지배..그럼 그렇다고 할것이지, 무슨 남편이 어쩌고 출장이 어쩌
고 그러구 있니?
난 순간 당황했다. 일단 쫒겨날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이들
의 오해를 사버렸다.
민아도 꾀 놀랐는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소다야..오랜만이다. 내가 너한테 연락 하려고 얼마나 고심한줄 아
냐?
-민규야..나도 보고 싶었어. 근데 어깨에서 팔 좀 치워라. 애들 오해
하잖아.
내가 당황해서 말했지만 민규는 총등학교 그 기분 그대론지 전혀 자각
이 없었다.
-머 어때?우리 사이에...(그리구 우리 이렇게 안보이면 너나 나나
쫒겨 나잖아..)
-그런가...ㅡ_ㅡa
-그렇다니깐...오랜만에 만난 남편한테 그렇게 까탈 스럽게 굴기야?
-남편 좋아한다!!우린 이미 이혼한지 오래야..
-머? 누구 맘대로! 난 그렇게 못해..여보, 우리 애들을 생각해서 당
신 다시 맘을 고쳐 먹으면 안돼?
-이미 늦었어. 아이는 내가 키울께..
-그렇게 못해!!당신도 아이도 난 포기 못해!!
-제발..우린 이미 예전 같지 않다는걸 당신도 잘 알잖아..
나와 민규가 장난을 쳤고 아이들은 그런 우리를 보면서 연신 키득 거
리고 있었다.
그러다 순간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 본 몇몇 아이들의 눈에 경악과 찬
탄의 빛이 비쳤고 그런 눈빛은 순식간에 가게의 손님과 종업원에게까
지도 번졌다.
민규에게 팔이 둘러진채 여전히 장난을 치던 소다와 민규 그리고 그들
과 가까이 앉아서 함께 어울리던 몇몇의 아이들만이 아무런 변화가 없
을 뿐이었다.
소다는 가게 분위기가 이상하다는게 느껴졌다. 그때서야 비로서 웃는
걸 멈추고 민아를 바라보았다.
민아는 머리를 감싸고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의아하게 생각한 나는 뭐때문에 그러는지 궁금해 아이들의 시선이 몰
린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잠시후 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아이들의 찬미와 동경이 섞인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요한이가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그 뒤에는 유
다가 머리를 내저으며 가능하면 도망가라는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나역시 요한이의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눈을 옮겨야 했다. 요한이의
얼굴의 포커페이스가 무너지더니 소름끼치도록 험악해져갔기 때문이
다.
내 어깨를 본 나는 화들짝 놀랐다. 민규의 손이 여전히 내 맨 어깨를
쓰다듬고 있었다는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서둘러 민규의 손을 어깨에서 치우려고 노력했다.
-미,민규야..손치워..빨리.
-머? 왜?
-잔말말고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치우란 말이야!
난 다급한 마음에 민규를 재촉했지만 민규는 내 그런 마음을 알지 못
한채, 영문을 몰라하며 답답한 질문만 하고 있었다.
그때, 아이들이 다시 소란스러워 졌다.
요한이가 무서운 얼굴을 한채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재빨리 민아와 유다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소용없었
다.
민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가슴에 성호를 긋고 있었고, 유다 역시 자
신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시선만 보내 올 뿐이었다.
내가 안절부절 못하자 민규도 이상하게 여겨졌는지 거의 코 앞에 다가
온 요한이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어느새 바로 앞에 다가온 요한이가 민
규의 목과 내 어깨에 닿아있던 손목을 비틀어 버린후 가볍게 던져 버
렸기 때문이다.
가게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다른 동창생들은 민규의 안위
를 살피느라 바빴고, 민규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아이들과 다른테이블
의 손님들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여전히 요한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요,요한아.....
-...........................
주위는 난리가 아니었고, 나 역시 조심스럽게 요한이를 불러 보았지
만 요한이는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아까의 험악한 표정도 사라진지 오래였고, 요한이의 얼굴에는 다시 차
갑기만 한 무표정이 되어 있었다.
-요한아...잘못했어....
-.............흐음...저놈이 민규인가 하는 놈인가 보지?
-어? 아..그래...
-쿡! 어때? 남편 몰래 옛 사랑 만난 소감이? 아...안들어도 알고 있었
지...꾀나 즐거워 보이던데...
-요한아...미안..누나가 잘못했어...
-관둬..저 자식 만날땐 반드시 나랑 동행한다고 했지..나 없을때, 외
출하지 않는다고 했고, 딴 놈한테 눈돌리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지?
내가 의심할만한 짓도 절대 안하고 나 불안하게 만들일 절대 없을거라
고 확실히 약속했던거...기억은 해?
-요한아...미안..미안해..그리고 난 민규한테 눈 돌린거 아니야. 그
냥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반가워서..그래서..장난친거야..니가 불안
해 할일 같은거...
-시.끄.러.누나가 그렇게 나한테 변명하는거, 나 바보 만드는것 밖에
안되니까..누난 나하고 한 약속을 어겼어. 하나도 아니고 다섯가지
나.
-미안.....
-너한테 그딴 소리 듣기 싫어.
-요한아.....
-내 믿음을 저버렸어. 날 배신한거나 마찬가지야. 내가 분명히 말했
지? 넌 몸도 마음도 다 내꺼니까 나 외에 다른놈이 손데는거 절대 용
서 할 수 없다고.
-난..그러니까..그게..아니라..
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 졌다. 동기야 어떻든 민규가 내 어깨
를 쓰다듬게 나둔건 분명히 부인할 수 없는 내 잘못이였고, 요한이가
용서 할 수 없다고 말한 행동이었다. 불순한 마음이 아니었다는건 틀
림없는 사실이지만, 요한이가 알아듣도록 설명하기란 어려웠다.더군다
나 지금 상태의 요한이라면 더더욱 말 다한 셈이다.
-..........할..말..없는...거야? 변명도.... 못하는거야? 제길!!
요한이는 아까와 약간 다른 태도를 보였다.혹시나 하던 기대감이 부서
지면서 나오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요한이는 발로 가장 가까이 있는 테이블과 화분을 걷어차 버렸다.
주위의 시선이 모두 쏠렸지만 아무도 막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요한이의 친구라고 말하는 유다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난 요한이를 말려야 했다. 저대로 두면 요한이가 폭주해 이성을 잃을
것이라는 걸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다가 요한이를 어떻게든 말려 보려고 했을때, 일어나서는 안될 일
이 일어나 버렸다.
요한이가 누군지..소다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민규
가 뽀도시 일어나 소다를 지켜야 한다며 뒤에서 끌어 안은 것이다.
그 장면을 본 요한이의 얼굴에 다시 한번 경련이 일어났다.
그리고 몇초후 들린'퍽 하는 소리와 동시에 민규는 또다시 저만큼 날
아갔다.
주위는 다시 난장판이 되었고 그 분위기를 침묵으로 잠재운 것은 요한
이의 몇마디 되지 않는 말이었다.
-내.꺼.에.손.대.지.마...죽.인.다...
침북과 동시에 이제는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리는게 느껴졌다.
남 들 시선이 이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때, 약간의 고통을 동반한
강한 충겨과 함께 쿨 워터의 상쾌하고 시원한 향이 내 후각을 자극했
다.
요한이가 나를 끌어 당겨 품안에 가둔것이다.
요한이의 표정은 여전히 살벌했고, 민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으며, 나에게도 여전히 몹시 화가 나 있다는게 온몸으로 발산
됬지만, 차갑게 변하면서 책임을 묻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으로
부터 방패막이 되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