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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love story
사이코패스 그녀
(My Psychopath Girl)
그녀는 나를 모텔에 1주일동안 감금시켰고, 덕분에 나는 잘 나가던 사업이 망했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 몰래 숨어 6개월 동안 도둑잠을 자게 되었다. 또 그녀와 길바닥에서 노숙생활을 하기도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입니다. 재미를 위해서 일부 상황은 픽션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뼈대는 90% 실화라는 점! ^^
S#1. 첫 만남. <필리아>
<82년 개띠. 본적은 세발낙지와 양파로 유명한 전남 무안. 현 소재지 전남 광주. 목소리는 아저씨. 얼굴은 철없어. 말투는 뻣뻣해. 그래서 춤은 못 춰.>
4년 전. 나는 미용사였다. 조금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헤어디자이너. 그래서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곳 역시 미용실이었다. 그날이 몇 월 며칠이었는지, 정확한 날짜까지 기억한다. 2007년 5월 24일.
서울 신도림동 도로변 한복판. 나이트 삐끼 같은 복장과 퀭한 얼굴, 의무감에 젖은 빤딱구두, 내 발걸음은 지겹도록 깜빡거렸다. 각양각색 분주해 보이는 동병상련의 신발 동지들, 요란스런 자동차 경적소리, 쾌쾌한 매연 냄새, 출근길 풍경은 이전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굳이 세세하게 짚고 넘어가면, 먹구름 낀 우중충한 날씨와 군데군데 팔랑거리던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현수막 정도랄까.
흐릿한 날씨 탓이었는지 그날따라 내 기분은 유난히 더 우울해 있었다. 무려 2년. 한줄기 햇살조차 들지 않는 성냥갑 같은 고시원에서의 생활은 단 하루도 다른 날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똑같은 패턴만 반복되던 나날들이었다. 오전 8시에 눈뜨자마자 곧장 미용실로 출근하면 오후 10시나 되어서야 퇴근을 했고, 다음 날을 위해 자정이 되기 전엔 의무적으로 눈을 붙여줘야 했었다. 다음날 눈을 뜨면 또 미용실, 고시원, 미용실, 고시원...... 심지어 일주일 중 딱 하루 쉬는 날도, 축척된 피로 때문에 고시원에 누워 잠들었다 일어나보면 하루가 홀딱 지나가 있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그나마 쉬는 날을 앞둔 퇴근길에는 술 한 잔이라도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는데, 또 그때마다 내 손엔 캔 맥주 두세 개가 담긴 까만색비닐봉지가 빠지지 않고 들려있었다. 서울에서 지내며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세 달 남짓, 미용실동료들과 친해질라 싶으면 금세 또 다른 미용실로 옮겨 다닌 탓에 술 한 잔 편하게 마시자할 인맥조차 없었던 것이었다. 결국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우울.......우울.......곧 죽어도 우울.......’
당시 나는 완벽한 헤어디자이너가 아니었던지라, 미용실에서 도맡아하고 있는 일이 주로 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층 커트였다. 커트만 하루 평균 25~30명 가까이 쳤다. 또한, 한 사람당 평균 커트 시간은 15~20분, 샴푸를 마치고 드라이까지 마무리 되는 시간을 따지면 30분가량 된다. 30 곱하기 30은 900분, 무려 15시간이다. 오전 10시까지 미용실에 출근해서 오후 10시에 퇴근, 고로 근무시간은 12시간이었다. 쉽게 말해, 하루 온종일 쉴 틈 없이 일한다는 말이다. 일주일 중 금`토`일은 하루에 한 끼니 때울 시간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미용사들은 위장병을 달고 산다. 그런데, 그보다 더 짜증나는 병이 관절염이다. 차라리 무거운 것이라도 꾸준히 들었다 놨다하면 근육이라도 생기지, 60g 커트가위를 들고 12시간 동안 ‘앉았다 일어났다.. 굽혔다 폈다..’ 목`허리`손목`어깨`무릎`발목이 사각사각, 아주 가렵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파트 단지와 상가건물들을 끼고 있는 골목길 일각에 위치한 <필리아>라는 간판이 걸린 아담한 미용실. 성경에 나오는 4가지 사랑 중에 하나인 필리아는 고대그리스어에서 비롯된 말인데, 두 성인 남자나 여자 사이와 같은 벗들 간의 애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한 달 째 일하던 중이었다.
일찍이 미용실(여자)원장님은 아줌마 손님을 경대 앞에 앉혀두고 퍼머넌트웨이브를 빼는 중이었고, 그 뒤에 말 많은 지혜(스텝- 미용 초보)와 게으른 지영(스텝)이 원장님을 보조하는 중이었다. 나는 딱히 도와 줄 일이 없어, 미용실에 도착하자마자 경대 건너편에 비치되어 있는 대기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잡지책을 읽고 있었다.
“어머, 오늘 석가탄신일 아녜요?”
원장님의 물음에 아줌마손님이 답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결혼식이나 잘 치룰려나 몰라. 우리 언니는 하나밖에 없는 딸년 갖다가 땡 중한테 시집보낸다고 아직까지도 끙끙 앓고만 있으니.. 쯧쯧쯧..”
“그럴만하겠네요 우리 목사님도.. 하필 또 석가탄신일에 결혼식을 한데요?”
이때, 미용실 안으로 여학생 한명이 들어왔다.
“삐에르쌤~ 여학생 커트 좀 쳐주세요~”
“네.”
미용사들은 자기 자신을 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강하게 어필하려는 목적으로 예명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나의 예명은 삐에르가 아니라 피에르. 정확히 쟝 피에르였다. (내가 직접 지은 것이 아니라, ‘필리아’원장님이 반강제적으로 붙여준 예명이었는데.. 휘리릭~ 휘리릭~ 커트 칠 때 가위를 돌리는 모습이 프랑스 예술가를 연상시킨다나..? ;;) 어쨌든,
“이쪽으로 앉으세요.”
여학생이 자리에 앉자 커트 보를 씌워주고, (내 전용)트레이 위에 세팅되어 있는 커트가위를 골라잡았다.
“어떤 스타일 원하세요?”
여학생은 머뭇머뭇 왠지 불안한 표정과 말투였다.
“음.. 머리가 너무 길어서, 그냥 어깨선 정도..? 기장만 조금 쳐주세요.. 아, 머리숱도 좀 쳐 주시구요..”
사실 미용사들이 가장 작업하기 수월해하는 헤어스타일이,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즐겨하는 레이어 컷이다. 남녀 구분 없이, 흔히들 알고 있는 ‘전지현’스타일이나 ‘현빈’스타일도 레이어 컷에 속하며, 샤기 컷 또한 레이어 컷이 기본 밑바탕이 된다. 층진 머리라고 하는데, 사람의 두상을 축구공이라 치고 머리칼을 이수시게라고 쳤을 때, 동그란 축구공에 제각각 일정한 길이의 꼿꼿한 이수시게를 90도 각도로 빽빽하게 꽂아두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수시게만 못한 머리카락의 탄성을 떠올려보면, 분명 중력에 의해 머리카락의 끄트머리가 땅바닥 방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계단처럼 층이 지겠지. 여기서, 머리카락의 길이에 따라 ‘전지현’스타일이 되기도 하고 ‘현빈’스타일이 되기도 한다. 곱슬머리냐 생머리냐, 모발의 두께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만일에 모발기장이 (이수시게처럼 꼿꼿이 서게 되는 평균기준점인) 3~5cm라면 까치머리스타일이 될 것이다. 또 거기서 이어포인트(구레나룻)와 네이프포인트(목덜미) 부분만 짧게 깎아내면 스포츠(상고)머리가 되고, 반대로 탑포인트(정수리) 모발이 이어포인트와 네이프포인트 모발의 끝머리까지 떨어지는 기장이라면 보브컷(단발머리)이 된다. 때문에 레이어컷을 이해하면 다른 모든 헤어스타일도 응용시술이 가능하다.
“그래서 미용사들이 맨 처음 커트 배울 때 레이어컷 부터 익히거든요.”
“아~ 그렇구나.. 저는 좀 어려 보이시길래..~”
그러는 와중에 창밖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 언뜻, 나는 (열려있는) 출입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우산삼아 분주히 발을 굴려대는 사람들이며 맞은편 건물출입구로 황급히 뛰어 들어가는 사람들, 창밖풍경은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져있었다. 바로 그때.......!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라도 던진 듯, ‘퐁당.....!’ 출입문 앞으로 정체 모를 아가씨 한명이 불쑥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다소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빗방울 묻은 머리카락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으잇, 탈탈- 털털-”
마치 돌멩이 떨어진 호수에 파동이 일 듯, 그녀를 제외한 눈앞의 모든 사물들이 일렁일렁 요동치는 것만 같았다.
‘뭐지.. 이 오묘한 느낌은.......?’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느꼈던 그 기분, 그 느낌을 ‘오묘하다’라는 말로밖에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마땅한 표현이 없다. 그렇다고 첫눈에 반한 것과 같은 그런 느낌도 아니었다. 극히 비현실적이게도, 내 안의 우울한 감정들이 저 깊은 어딘가로 흔적 없이 가라 앉아버리는 것 같았다. 여태껏 단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요상한 image, 말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오묘한, 어쨌든 그랬다.
조금 정신이 들자, 그녀의 모습을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차례로 훑어보았다. 장동건을 실제로 보면, 광채가 나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단다. 그래서 짧은 순간, 나는 그녀가 연예인은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키에 하얗고 가늘게 뻗은 다리. 마른 몸매에 예술적으로 승화된 미친 볼륨감! 어깨선을 살짝 지나친 디지털 펌. 내 주먹과 맞장 떠도 이길 것 같은 갸름하고 조막만한 동안 얼굴. 샤프한 턱 선과 촉촉한 입술.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오똑한 코. 청순 또는 섹시해 보이는 크고 맑은 눈동자. 게다가 전체적인 이미지에서 풍겨오는 타고난 고급스러움까지!
‘넌 아이돌 걸 그룹 멤버? Who Are You..?’
나는 한동안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그녀는 그런 나를 새침한 표정으로, 조금은 별 꼴이라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
그러던 중, 원장님이 그녀에게 말했다.
“어? 왔어요?”
그녀도 미용사였던 것이었다.
S#2.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그녀와 미용실에서 함께 일하던 당시, 몇 가지 재밌는 일화가 있다. 조금 과장되었지만.. 이것은 실화다.......!>
그녀가 도착하자마자 때마침 미용실도 분주해지기 시작했고, 그녀는 20대 초반의 순박해 보이는 남학생을 경대 앞에 앉혀 놓고 커트를 치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그 순진男은 시종일관 실실거리며 웃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하기야 절세미인이 머리를 매만져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만은, 그녀는 순진男의 머리를 1시간이 넘도록 다듬었다. 아주 끈덕지고 오밀조밀하게 가위질을 하면서 말이다. 또 그러는 사이 미용실도 조금은 한가해졌고, 그 틈에 나는 대기실 소파에 앉아서 그녀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보기 시작했다.
-순진男의 머리칼을 한 가닥 한 가닥씩 이 잡듯이 자르는 그녀.
‘성격 한번 무지하게 꼼꼼하네.’
-소심, 조심, 삐질삐질 땀을 훔치는 그녀.
‘소심하기도 하군.’
예나 지금이나 예쁜 것들은 죄다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아니겠는가. 최강 비주얼외모를 자랑하는 그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경대 한 편에 마주서서 주변정리를 하고 있던 여직원들이 그녀를 보며 왠지 속닥거리는 눈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상처받은 강아지처럼 낯선 사람을 다소 경계하는 것 같아 보였다. 하물며 그 모습은 또 어찌나 그렇게 재밌던지. 그녀는 명랑만화 속 주인공, 그 이상의 캐릭터였다.
‘빼꼼.......오밀조밀.......(여직원들)흘깃흘깃..!’
그리고 그 표정만큼이나 말투에서도 약간은 어린 티가 엿보였다.
“요기는 요렇게 깔끔하게 처리했는데.. 어떠세요..? 마음에 드세요..?”
또 그녀는 5분에 한 번꼴로 바닥에다 뭔가를 꼭 떨어뜨려줘야 직성이 풀리는 듯했다.
-순진男 머리에 분무기를 뿌리는 그녀.
-분무기를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그녀..!
-분무기를 주우려다 커드 빗을 떨어뜨리는 그녀..!!
-커트 빗을 줍고, 가위를 떨어뜨리는 그녀..!!!
정말 보는 내내 안타까움의 연속. “읏뜨- 어이쿠..! 쯧쯧쯧..” 그러기를 벌써 두 시간째......! 내 평생 살다 살다, 생전 2시간동안 커트를 치는 미용사는 그녀 이외에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한 가닥, 한 가닥씩 아주 꾸준하고 소심하게 커트를 쳤다. 순진男도 더는 질려버렸던지 슬슬 이맛살을 찌푸리며, 몸뚱이를 쉼 없이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머리를 자르다 말고 누렇게 뜬 얼굴이 되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는 손님들을 간간히 봐왔었던 관계로, ‘숫기 없어 보이는 저 남자. 분명 똥이 마려운 게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순간! “딸칵-” 그녀는 또 다시 땅바닥에 커트 빗을 떨어트렸고, 급기야 순진男은 거의 죽어가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끄으읍..! (경기)흑! 억! (자리에서 벌떡)훕!”
그 찰나.......! 순진男의 항문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뿌지직-!!! 찌직.. 찍..!”
미용실 內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짧은 탄성을 내뿜었다.
“헐...........”
‘방귀겠지.......? 아니다.......! 확실하다.......! 지독한 구린내가 풍겨온다.......!’
세상에나! 여직원들은 손바닥으로 코를 틀어막고 뒷걸음질을 쳤고, 그녀 역시 코를 막고 한발 짝 물러섰다.
“읏!”
이후- 미용실 안은 얼마간 정적이 흘렀다. 아주 난감한 정적이었다.
‘.....................!’
대체 볼일 보고 오겠다는 소릴 왜 하지 못한 것일까? 하긴..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이해 할만도 하다. 우리(?) 같이 숫기 없고 순진한 남자들에겐, 커트하다 말고 화장실 간다고 말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 게다가 작은 볼일도 아니고, 큰일 보고 와서 미세하게 남게 되는 잔향이 몹시 부담됐을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순진男은 인생사 모든 것을 놔버린 표정으로 질퍽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미용실 밖으로 느릿느릿 걸어 나갔다. 선뜻, 그 어떤 누구도 커트비나 커트 보를 챙기려들지 않았고, 순진男의 헤어스타일은 정확히 반만 잘린 언밸런스한 스타일이었다. ‘혹시 아방가르드 패션과 언밸런스 헤어스타일의 탄생비화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순진男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지가랑이 사이로 흘러 떨어지는 찌르륵 찌르륵 질척질척한, 또또또.. 똥 덩어리.......!
“꺅!”
그것을 누군가 분명코 치워야 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미용실직원 중에는 나보다 한 살 어린 금발염색에 귀두 컷을 한 남자직원도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쉬는 날이었다. 대한민국에서 힘든 일, 더러운 일 등등.. 그런 뒤치다꺼리는 모조리 누구의 몫? 그렇다!
‘젠장.......!’
S#3.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2.
다음날 출근길, 날씨부터가 화창했다. 내 표정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매일 아침마다 절룩거리던 내 발걸음은 하루아침에 완치되어 있었다. 더 이상 신발동지들을 훑으며 걷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며 걸었다.
“유후~”
미용실에 도착해, 가위 손질을 마치고 소파에 앉아 스포츠 신문을 펼쳤다. 펼치기만 펼쳤지, 내 시선은 ‘창문아 둟어져라-’ 출입문을 향해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오지..?’
원장님과 여직원들이 하는 소릴 엿들었는데, 그녀가 사는 곳은 경기도 일산이라고 했다. 일산에서 신도림까지는 그녀의 동네에서 버스를 타고 정발산역까지 30분,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연신내에서 6호선으로 환승해서 다시 합정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탄 뒤 신도림역까지 1시간 20분, 그러니까 어림잡아 2시간이나 소요되는 거리였다.
‘일산에 그 하고많은 미용실을 전부 내팽개친 채, 무슨 연유로 신도림에 있는 미용실까지 출퇴근을 하는 것일까?’
이유야 어찌됐든, 나는 그녀의 체력이 바닥나지 않기만을 바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캔버스재질의 하얀색 손가방과 쇼핑백 하나를 손에 든 그녀가 미용실 안으로 쫄래쫄래 뛰어 들어왔다.
“헥- 헥-”
그리고는 옷을 갈아입으려는 듯, 후문을 열고 쪼르르 탈의실 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쳇, 쟤는 맨날 지각이야?”
그런 그녀를 여직원들은 왠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흘겨보았고, 원장님은 삐끗 웃어보였다. 나는 그냥. ‘피-식.’
평일 점심시간 무렵은 항상 한산했다. 또 그럴 때 나는 어김없이 소파에 앉아 잡지책을 읽었고, 원장님은 카운터에 앉아 장부정리를 했으며, 여직원들은 경대 앞 의자에 마주 앉아 자기네들끼리 수다를 떨었다. 아, 그리고 금발 염색男은 어딘가 몰래 숨어서 여자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다.
미용실 후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왔다. 손에는 포장용 유리테이프가 들려 있었다. 새침한 표정. 어라?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내 옆자리 소파에 빠끔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엇을 하려나 곁눈질로 봤더니, 옷에 묻어 있는 머리카락들을 유리테이프로 떼어 냈다. 한 털도 남김없이 “짹, 짹-” 아주, ‘꼼꼼- 꼼꼼-’.......“ 짹,”
곧이어 (말 많은)지혜와 (게으른)지영의 코끼리 같은 속닥거림이 들려왔다.
“쟤 뭐야? 금방 또 더러워지면서 틈만 나면 저러고 있잖아. 무슨 결벽증 아냐?”
“그러게, 지가 무슨 공주인 줄 아나보지? 어차피 저 옷도 작업복이잖아.”
“쯧쯧.. 저래가지고 미용을 어떻게 한다니?”
그도 그럴 것이, 출퇴근 때는 작업복 대신 여느 패셔니스타 부럽지 않을 만큼 세련된 옷차림을 하고 미용실을 드나들던 그녀였다.
“어머 저거 봐봐, 쟤 가슴에 뽕 넣은 것 아냐?”
지혜의 말에 동공이 번쩍 뜨였다.
‘뽕..?!’
그녀의 가슴사이즈는 냉정한 시선으로 재보면 꽉 찬 B컵 수준에 불과(?)했지만, 가녀린 몸매 덕분인지 실제사이즈에 비해 유난히 빵빵해보였다. D컵으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저건 100% 뽕이다 뽕. 한 열개는 넣은 것 같은데??”
“그럼.. 우리나라에 저런 체형이 있을 수가 없지.”
“티셔츠 찢어지겠다 찢어지겠어,”
바로 그때, 갑자기 그녀가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살짝 심통 난 표정으로 여직원들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저기요. 뽕 아니거든요? 확인해 보실래요?”
여직원들은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짧은 순간 눈치토론을 벌였다. ‘눈치눈치.......’ 그녀는 그러고 앉아있는 그녀들에게 까딱- 따라오라는 눈짓을 주고 먼저 미용실 후문을 열고 탈의실 쪽으로 들어갔고, 그녀들도 머뭇머뭇 그녀를 뒤 따라 들어갔다.
원장님이 나를 의식하며 혼잣말을 했다.
“정말 보여주려는 건가??”
“(상상 중).......”
그렇게 5분이 지나갔고, 그녀가 당당한 표정으로 후문을 열고 나와, 다시 내 옆자리 소파로 다가와 앉았다. 그러자, 원장님이 잽싸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후문을 열고 눈치코치 탈의실로 뛰어 들어갔다.
과연 저 뒷문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속닥거려지고 있을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
나중에서야 어렵사리 넘겨들은 이야기인데, 그녀가 그녀들을 앞에 세워놓고 스스로 자신의 티셔츠를 걷어 올려 보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녀들에게 자신의 가슴을 직접 만져보게까지 했다는 거시었다! ‘흐흐.......’ 실리콘이 아니라는 것도 증명된 셈. 남자들 사이에서는 우월한 그 머시기에 상당히 거시기 하듯, 여자들에게 있어서 가슴사이즈란.
“부럽.......”
“나도 부럽..”
“저 언니, real 퀸 왕 짱이지 않냐?”
“언니였어?”
“.......”
어쨌든, 이후로 여직원들이 그녀의 뒤 담화를 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원장님은 그녀에게 ‘엘리스’라는 예명을 지어주셨다.
첫댓글 와우~~~~~레알 퀸 완 짱~!! ㅎㅎㅎㅎㅎㅎ 재밌어요~!!!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오늘 오후에 2화 올려드릴게요~
실화라니 담편이 더 기대되네요~ 재밌게 잘 보고 가요~
실화이긴 한데, 아무래도 픽션을 섞을 수 밖에 없어요~ 뼈대가 그렇다는 말이지 100%는 아니랍니다 ^^
실화... 다음편 기대할게요, 잘 보고 갑니다~
재밌게~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
저두 미용실에서 비슷한 경험 있어요. ㅋ 큰건 아니었지만 머리에 기계 꼽는파마? 그거 하다가 움직이지도 못하고~ㅠ
이런.. ㅎㅎ 지금은 미용사 그만 뒀지만, 예전에 일할때 그런 손님들 꽤 많았었어요~ 실제로 설사까지 져리지는 않았구요 그냥 괴로워하는 수준이었었는데, 픽션으로 조금 꾸며 봤네요. ^^
다음편 기대할게요~go~ go~
넵~!
재미나게 읽고 가요 ㅎㅎ
앞으로도 읽어주실거죠~? ^^ 이따 오후에 2편 올라갑니다~!
오늘 첨으로 읽었는데,....웬지 정말 기대되요!! ㅋㅋ 실화가 바탕이라 그런가~~ 암튼 정말 재밌어요!!
헉~ 재밋는 부분 시작도 안하셨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