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들여온 청기와로 지붕을 장식한 대통령궁, 중국 전투기로 훈련하는 공군, 중국산 신발을 신고 중국제 버스를 타고다니는 국민. 그뿐인가. 중국어 열풍과 중국 요리 바람이 불고 있는 나라. 어디일까.
중국 인접국이라도 될까. 아니다. 정답은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인구 1290만 명의 짐바브웨다.
짐바브웨가 '중국을 배우자'는 구호 아래 '동방 정책(Look East)'에 열을 올리고 있다. 25년째 철권 통치를 하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81)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는 파탄 상태인데 서방은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짐바브웨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3억 달러를 갚지 못해 IMF로부터 축출 위기에 몰려 있다. 식량난도 극심해 아사자 발생이 잇따르자 국제적십자사는 26일부터 모금 운동에 나섰다. 국민의 70%는 실업자 신세.
그러나 영국 식민지였다가 1980년 독립한 짐바브웨에 대한 서방의 태도는 냉담하다. 4반세기에 걸친 무가베의 폭정에 신물이 난 탓이다.
82년 정적을 제거, 장기 집권의 길을 연 그는 92년 백인 농장의 절반을 국유화하며 서방과 엇나가기 시작했다. 2000년 백인 농장 약탈 사태를 방치한 데 이어 2002년엔 언론 통제와 부정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또다시 당선됐다.
올 5월부터는 선거 때 자신에게 반대표를 던졌던 도시 빈민을 상대로 '청소'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도 하라레 정화를 구실로 빈민층 밀집 지역을 불도저로 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짐바브웨를 '폭정의 전초기지' 6개국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 같은 곤경에서 무가베가 택한 게 중국이다. 70년대 독립 운동 당시 무기를 제공했던 중국의 도움을 기억해낸 것이다.
23일 중국 방문에 나선 무가베는 칙사 대접을 받았다. 중국은 서방에서 부랑아 취급을 받는 무가베에게 '강한 신념의 소유자' '세계 평화에 기여' '중국의 친구'란 찬사를 안겼다. 26일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무가베와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환대는 절정에 달했다.
중국은 이미 짐바브웨에 수억 달러 상당의 수력발전소, 60개 좌석의 항공기 3대, 버스 1000대 등의 선물을 안겼다. 대신 짐바브웨로부터 세계에서 두 번째 생산량이 많은 백금광 등 광산 개발권, 과거의 백인 농장 운영권, 담배 추수권 등을 챙겼다.
중국으로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를 무대로 뻗어나가는 중국에 짐바브웨는 아프리카 경략(經略)의 중요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서방의 시각이 고울 리 없다. 뉴욕 타임스는 짐바브웨의 미래는 '저질' 중국제(Made in China)라고 비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