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넘버 포>는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SF 영화를, 외계인 소년과 지구인 소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멜로 영화를, 많은 일을 겪으며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성장 영화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런 다양한 장르의 혼합은 연출을 맡은 D.J 카루소 감독의 전작 <디스터비아>와 그 궤를 같이한다. <디스터비아>에서 로맨스와 스릴러를 접목했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SF 장르에 러브스토리와 시원한 액션을 삽입한다.
존(알렉스 페티퍼)은 언제나 쫓기는 신세다. 그는 자신의 고향 로리언 행성이 모가도리언들에게 파괴되어 지구로 피신한 처지. 모가도리언들은 존을 비롯해 초능력을 지닌 8명이 지구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들을 뒤쫓는다. 9명의 초능력자들은 모든 흔적을 지우고 조용히 살아가지만, 차례로 죽임을 당한다. 네 번째 초능력자인 존은 세 번째 초능력자가 살해된 사실을 알게 되고,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감지한다. 그 때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새라(디애나 애그론)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달콤함도 잠시, 죽음의 그림자는 서서히 다가오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구를 지키기 위해 결전을 준비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이 엠 넘버 포>는 다양한 장르의 혼합을 보여준다. 이전 <디스터비아>에서 두 장르의 재미를 고스란히 한 영화에 담은 D.J. 카루소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다. 영화는 크게 초반부와 후반부로 장르적 성격이 나뉜다. 초반부는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 소년과 지구인 소녀의 달콤하고, 애잔한 러브스토리로 엮어나간다. 이들의 사랑은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와 벨라처럼 첫사랑의 순수함과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을 동시에 전한다. 후반부에는 SF 장르에서 볼 수 있는 현란한 액션 장면이 주를 이룬다. 두 손에서 나오는 신비한 힘으로 차를 멈추게 하고, 적을 공격하는 모습은 여느 SF 영화에 뒤지지 않는 액션의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학교와 미식축구장에서 펼쳐지는 모가도리언들과의 전투 장면은 극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액션 장면이다.
피타커스 로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이 엠 넘버 포>는 새로운 시리즈 영화의 탄생을 예고한다. 원작은 자신의 목숨과 행성의 운명을 지켜야 하는 ‘로리언 가드’의 이야기를 그린 ‘로리언 레거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총제작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프로듀서로 참여한 마이클 베이는 앞으로도 계속 연재 될 원작을 의식 하며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시리즈의 첫 번째인 만큼 초능력자들이 왜 지구에 왔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이 어떤 것인가에 중점을 둔다. 이후 시리즈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암시도 잊지 않는다.
<아이 엠 넘버 포>는 결말이 훤히 보인다는 점에서, 이야기 구조에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비슷한 장르의 영화에서 본 듯한 영상 또한 그 단점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주 관람층인 10~20대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로 덮는다. 1990년생인 알렉스 페티퍼, 인기 TV 시리즈 <글리>에 출연했던 디애나 애그론, 넘버 식스 역으로 나오는 테레사 파머 등 신인 배우를 대거 기용해, 신선함을 더한다. 여기에 비디오 게임을 옮겨 놓는 듯한 액션 장면이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아이 엠 넘버 포>는 시리즈의 첫 단추를 끼우는데 성공했다.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