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전례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망년회할 일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 주간이 그 첫 번째 망년회 기간이고, 한 달 뒤면 다시 양력으로 망년회를, 다시 3주 뒤에 음력으로 망년회, 이것은 다시 말해 3번의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하루를 3일 같이, 일년을 3년 같이 살아야 한다는 뜻인가요?
지난 주 목요일은 "교사의 날"이었습니다. 덕분에 모두 학생인 신학생과 두 신부(저와 필리핀 신부) 모두 하루 쉬게 되었죠. 그런데 이런 날 그냥 지나갈 수야 없었죠. 그래서 그날 아침 다른 수도회 신학생들과 함께 축구 한판 벌렸습니다. 두 달 전 우리가 도전했다가 무려 11대 1로 졌던 강팀(?)에게 다시 도전장을 냈죠. 이 날의 결전을 위해 우리는 단체복까지 맞추어 입고 그 동안 갈고 닦으며 실력을 뽑내기 위해 결전장으로 나갔습니다.
전반 후반 각각 30분씩 중간 휴식 5분. 젊은이들이라서 그런지 다들 잘 뛰더군요. 축구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베트남들이라서 그런지, 어쩌다 한국도 1-0으로 이기는 저력을 가진 나라의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잘들 뛰었습니다. 전반에는 비록 기습 선제골을 내어주기는 했지만 내내 우세한 경기를 펼치다 페널티킥을 얻어 한 골씩 주고받은 경기가 되었습니다. 전반에는 저와 필리핀 신부, 미국 수사 등이 모두 뛰어서 전력에 많은 공백이 있었지만 저의 뛰어난(?) 수비 능력으로 인해 한 골만 주고 마칠 수 있었죠. 상대팀이 전반전을 치르면서 무척 당황했을 것입니다. 후반에는 우리 못하는 3명이 빠지고 정예 멤버가 출격해서 한 때 4-2로 거의 승리가 확정적인 듯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저의 탁월한 수비 능력이 가미가 안되어서 그런 지 결국은 5-4로 역전패를 당했지 뭡니까. 상대팀은 한숨을 내리 쉬었고, 우리 팀은 정말 정말 아쉬워해야만 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기운이 상승할 때 한 번 이겼어야 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다음에는 이길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지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으니까요.
경기가 끝난 뒤 모두 가까운 곳에 가서 함께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었습니다. 베트남 말로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에서 비밀스럽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서 그 순간만큼은 그늘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신학생들에게는 저와 필리핀 신부가 붙어서 같이 살며 매일 미사도 함께 드리고, 기도도 함께 하고, 성서 수업에도 영어 수업에다 끊임없이 지도하는 반면 그네들은 지도 신부가 또 다른 비공개 양성소에서 지내는 바람에 자기네끼리 알아서 수도생활을 배워가야 하는 입장이죠. 그곳에 살다 우리 집으로 옮긴 신학생 한 명이 있는 데, 지금도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우리가 제시하는 생활 규칙이나 수도생활상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자유롭게 살다가 와서 더 그랬을 것입니다. 정부에서 공인하고 있는 수도회는 정부에서 허가해 준 인원만 받아들일 수 있으니 이런 비공개(비밀) 수도원, 양성소가 생기게 되는 것인데, 사제들 또한 늘 자유롭지 못하니 제대로 된 양성을 시킬 수가 없는 현실인가 봅니다. 가끔 만나게 되는 외국인 선교사
들끼리 하는 얘기는 "여기는 도대체가 종잡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떨 때는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 자유롭게 다니는 데, 어떨 때는 피부로 느낄 정도로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이죠. 근데 그 어떤 때를 아무도 모르니 답답할 수 밖에요.
다음 주면 교회력으로는 새해입니다. 오시는 주님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마음 준비 차분히 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신부님도 축구을 좋아하시냐고요 ? 복부 비만이라서 뛰는 운동은 힘이들어서..그래도 열심히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요이 꽈!" 우리 말로는 "대단히 잘한다" 뭐 그런 뜻인데, 저의 축구 실력은 여기에서 이 정도입니다. 하하하
신부님...정말로.."요이 꽈!" 맞습니까..???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