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김 동 길 박사
‘빈익빈 부익부’라고 하면 한자를 괄호 안에 집어넣지 않아도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면 누구나 그 뜻을 다 알 수 있습니다. 한자를 쓰지 않아도 그 뜻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일전에 어떤 유력 일간지에 ‘삼성전자 비상 경영 유감(遺憾)’이라는 제목 하에 글이 한 편 실렸습니다. 그 제목을 보면서, 왜 ‘三星電子 非常 經營 遺憾’이라고 제목을 뽑지 않았을까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유감’이라고만 써도 다 잘 알 수 있는 내용을 한자로 어렵게 적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인지, 나는 그 까닭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본주의가 잘못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한글 24자 중에서 여섯 글자만 골라서 옳게 순서를 만들면 됩니다. ‘빈익빈 부익부’가 바로 그 여섯 글자인데 그 뜻이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하게 되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는 뜻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부자는 날마다 더 부유하게 되고, 가난뱅이는 하루하루 더 가난하게 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면 그런 자본주의는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주의를 권장한 것으로 여겨지는 종교 개혁자 요한 칼빈이 ‘빈익빈 부익부’의 잘못된 현상을 용납했을 리가 없습니다.
‘빈익빈 부익부’는 도덕적 타락이기 때문입니다. 칼빈은 열심히 벌어서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라고 가르쳤지 “너만 잘 먹고 잘 살아라”고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정치에도 경제에도, 교육에도, 문화에도, 꼭 있어야 할 것은 도덕입니다. 도덕이란 무엇인가. 타고난 양심의 가냘픈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그 양심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