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이 여삼추고
이거야 원! 세월이 왜 이렇게 안 가는 거야?
사흘 밤을 새느라고 눈썹이 하얗게 샜는데
어째? 할 수 없어 물을 들였지
포항을 갔지.
그동안 집안에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친척 어른들 찾아 보느라고 오후 6시쯤 되었을 거야
그런데 야를 어디로 불러내지
여자아이를 혼자 술집으로 찾아 오게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식당에서 찌게 시켜 놓고 미인을 기다리기도 뭐 하고
그래 사전 답사를 하자
내가 뭐 아는 곳이 있어야지
송도에서 육거리로 넘어 가는 다리를 건너 가면서 좋은 곳을 물색했지
눈에 띄는 곳이 별로 없어
육거리에서 오거리로 내려 오면서 봐도 별무 신통이야
시간은 자꾸만 가는 데
아사! 누구 노래같다
조흥은행 맞은 편에 찻집이 하나 보이길래 저리로 나오라 해야겠다
아니 조흥은행이 맞는지 모르겠다
옛날 거기가 조흥은행 자리였는데
자! 이제는 좀 조용한 곳으로 가서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서
골목길로 접어들었지
조금 걷다가 옛날 내가 다니던 제일교회 담벼락 근처서
마음을 가다듬고 전화를 했지
또르르르 신호음이 가더니 뚝 끊어지네
이거 왜 이래
아뿔사 핸드폰 약이 다 떨어졌어
세상에!
이렇게 중요한 순간 어쩜 이럴 수가 있지
외숙아
정말 핸드폰이 모처럼 내 기분을 이렇게 잡칠 수 있어?
이거 동전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 하다가
번개처럼 머리를 스쳐가는 영감이 있었어
맞어! 형님 가게가 요기서 가까우니까
가서 형님 핸드폰 얻어 쓰야겠다
아니! 가는데 말이야 길을 잃어버렸어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어디를 어떻게 헤매다가
간신히 가게에 도착하니 문을 닫아 버렸지 뭐냐?
맙소사
또 한참을 바보가 되었다가
어찌 어찌해서 동전을 구했는데 그 방법은 상상에 맡긴다
마침내 전화를 했지
또 “응 일이 아직 좀 남았는데 영석이가 온다하네 같이 만날까”
그게 8시쯤 될 거래
알았다 하고서 어쩌겠수
정호에게 전화했지. 사정이 있대
야! 이거 진짜 정미하고 일 대 일 데이트아냐?
복 터졌다.
속으로 ‘정호 너 정말 착한 놈이다. 미안하다고 사과할 것 없어
내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큰 표창장하고 상을 듬뿍 줄게‘
아! 아니지 영석이 패거리가 온다 그랬지. 이거 좋다 말았네
그건 그렇고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뭐 하지?
아! 그래. 내가 오랜만에 포항 와서 형님하고 술 한 잔 안하고 밖에서
취해서 들어 가면 이건 예의가 아니지.
집으로 가서 형님보고 밖에 가서 술 한잔 하자고 했지
송도 다리 근처에서 형님과 홀짝 홀짝 반 병 넘게 마셔버렸어.
아이고 벌써 내 주량을 다 채워버렸으니 이 일을 우짤꼬
정확하게 8시에 전화를 했지
영석이 하고는 약속이 펑크가 났나 봐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차를 갖고 나를 태우러 오겠대
그런데 형님이 말이여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보더니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보잖어. 그래서 알아 듣도록 애길 했지
집사람도 아는데 오늘 내가 만난다는 건 몰러 그랬더니 그러냐 하더라
그래서 정미 차를 타고 어디 좋은 곳 알어? 했더니북부 해수욕장이 끝내
준다고 해서 갔더니 밥 주는 곳은 아니더라. 가만히 눈치를 보니까 술만 파는 것 같더라
저녘은 어쩔까 싶어서 속은 비워 놓았는데
흥! 그래도 이게 어디냐?
내 주제에 언감생심 이런 미인과 단 둘이 술을 마실 수 있다냐?
그런데 사실은 말이여 내가 걱정을 무지 했어
내가 가끔은 여기서 농담도 하고 그러긴 하지만
미인 앞에선 대화 잘 주도하지 못하거든
내가 적당히 말하고 상대방에게 기회를 주고 해야하는데 말이야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수줍음을 타
대화의 맥이 끊기면 어떻게 하나 진짜 걱정 많이 했어
근데 말이여 외숙아!
내가 전작이 있잖어. 형님하고.
그래서 정미하고 한 석 잔 먹으니까 취기가 막 오르는 거야
이제는 대화 걱정이 아니라
이야! 내가 오늘 실수하면 안되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는 거야
정미하고 두병을 마신 것 같애
그 녀석 앞에서는 안 취한 척 할려고 했는데 눈치챘을 거야
그러다가 그녀의 바깥 양반이 오셨는데 개량 한복을 중후하게
차려 입으시고......근데 내가 일어서서 인사를 했는 지 안 했는 지
지금 생각이 안나.
아이고 내가 음식을 다시 좀 더 시켜 드려야 했었는데
정미야! 미안타. 내 사과 말씀 좀 전해다오.
다음 날 일어나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진짜 미안하다.
다음 기회에 신뢰하는 두 부부 식사대접 한 번 할게.
기회를 한 번 만들어 다오.
아니, 서울 이사가거든 연락 한 번 주라. 내가 만들어 볼게.
첫댓글 아이구 머니~~~~ 이게 뭐냐?? 세상에, 세상에~~ 소문 다 났네! 저녁 먹었냐고 자꾸 물어본게 그래서 였구나~~ 사실은 나도 저녁은 안먹었지 ㅎㅎㅎ 거참 ! 오랜 만에 먹는 술이라 그런지, 공짜 술이라 그런지 억수로 맛있더라 ㅋㅋㅋ
아즉 정미가 살아 있었구나..성학이 설 잘 보냈냐???
이것뜨리?
응, 광주야. 너도 복 많이 받아라. 체육대회 사진을 보니까 야! 정말 우람하더라. 언제까지나 건강하고. 장고는 이것뜨리가 아니고 너는 전화 통화가 안 되더라. 넌 술 복이 없는 거지 뭐. 정미야, 바쁘고 행복하게 잘 살어. 가끔 글 올리고.
영석이 패거리들이 없어서 다행이었는줄 알아라.....그녀석들의 패거리는 악마(악동,마귀할아범...)들이니까...그래도 지금은 쬐끔 조숙하게 지내고 있지만, 셔블 나들이 기회있으면 연락하자꾸나..
에고~~~ 부러붜라...ㅎㅎㅎ^0^***
하모. 다행이었제. 니가 왔으면 내가 술을 더 먹었을 거고 그 다음 상황이 심히 걱정되니까. 서울가는 기회가 있으면 연락하지. 여기에 전화번호 남겨 봐라.
ㅎㅎㅎㅎㅎ미인하구의 데이트라 ... 잘~했다. 퐝가서 회도 많이 묵구 오지 그랬어 ~! 성학아~새해 복 많이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