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06 (화) 팽이 같이 흔들리며 북진 중인 '힌남노'… 시속 90km 바람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팽이처럼 흔들리며 한반도를 향해 북진 중이다. 한국 남부지방 대부분은 25m/s(90㎞/h)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부는 ‘폭풍 반경’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힌남노’는 규모가 큰 태풍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북위 30도 지역을 지나면서 더 강해졌다. 그 원인 중 하나는 한반도 주변의 기압계 분포다. 북반구에서 고기압은 보통 시계방향으로, 저기압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힌남노가 북위 30도쯤을 지나는 시점에 왼쪽에는 티베트 고기압의 오른쪽 면이, 오른쪽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왼쪽이 ‘힌남노’를 팽이치기하듯 돌리고 있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 예보관은 “약한 태풍에서는 그런 경우가 있지만, 이번과 같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북위 30도에서 다시 강화되는 것은 제가 예보하는 동안 처음”이라며 “태풍 좌우에 고기압이 있는 패턴은 저위도에서 잘 나타나는 패턴인데, 우리나라 부근에서도 이런 패턴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힌남노가 상륙하는 지점은 여전히 부산에서 통영쯤 약 50㎞ 범위다. 힌남노는 북진하면서 주변 건조 공기까지 내부로 끌어들였다. 습한 공기와 건조 공기는 밀도가 달라서, 건조 공기가 회전할 때마다 마치 팽이가 휘청거리듯, 50㎞ 이상 좌우로 중심 위치를 옮기며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상륙 지점을 영국 기상청 통합모델(UM)은 경남 서쪽 남해안 지역으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은 경남 거제 인근으로, 유럽 중기예보센터모델(ECMWF) 모델은 부산 인근으로 예측했다.
상륙 위치와 상관없이 한국의 남부지방 대부분은 힌남노의 ‘폭풍 반경’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폭풍 반경은 25m/s(90㎞/h) 이상의 바람이 부는 구역이다. 한국에 직접 타격을 줄 때 힌남노의 폭풍 반경은 약 140~160㎞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예상대로라면, 전남 대부분·전북 일부·경남·부산·대구·경북·강원 남부 일부가 폭풍 반경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은 총괄 예보관은 “폭풍 반경 안에서는 태풍 진로의 좌우가 무색할 정도로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태풍 진로의 왼쪽에 들어가면 안전하다는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 강풍, 호우, 물결 모두 위험… “안전한 곳에 머물러 달라”
힌남노는 제주 인근에 9월 6일 오전 3시쯤, 경남 해안에는 오전 7시쯤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9월 5~6일 순간 최대 풍속이 최대 60m/s(216㎞/h)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제주, 전남 남해안, 경남 해안, 울릉도·독도에서는 최대 40~60m/s(144~216㎞/h)의 바람이 불 수 있겠다. 강원 영동, 경북 동해안, 전남 서해안에도 30~40m/s(108~144㎞/h)의 바람이 불 수 있다. 그 밖의 남부지방, 충청권, 강원 영서 남부에도 ‘폭풍’에 준하는 20~30m/s(72~108㎞/h)의 바람이 불 수 있겠다.
9월 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전국에 100~300㎜ 수준이다. 특히 제주 산지에는 최대 600㎜가 넘는 비가 올 수 있다. 남해안, 경상 동해안, 제주, 지리산 부근, 울릉도·독도 등에서는 400㎜ 넘게 비가 오는 곳도 있겠다. 9월 6일 오전까지 강수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이 지역에 시간당 50~100㎜로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다. 그 밖의 지역에서도 시간당 50㎜가 내릴 수 있다.
힌남노는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약 2시간 이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해안가에서는 밀물 때와 겹칠 가능성이 커졌다. 9월 6일 만조 시간은 제주 서귀포가 오전 5시 20분, 전남 여수가 오전 5시 5분, 경남 마산이 오전 4시 48분, 거제 오전 4시 41분, 부산 오전 4시 31분이다. 기상청은 지난 9월 4일까지 유의 파고(먼 바다의 높은 파도 1/3의 평균 값)로 10m 정도를 예상했지만, 이날 파도의 높이가 12m가 될 수 있다고 수정했다.
한상은 총괄 예보관은 “우리나라 북쪽에 고기압이 강하게 있으면서, 바람이 강화되며 물결이 더 높게 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 파고 15m를 훌쩍 넘는 큰 파도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은 총괄 예보관은 “지금부터는 시설물 관리가 아니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시간”이라며 “위험 요소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한 곳에서 머물며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안전한 곳에 있도록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제주 수학여행 늑장 취소에… 학부모 발동동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로 북상함에 따라 이번주 제주도나 경주 지역 등으로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중고등학교들이 일정을 전면취소하고 나섰다. 다만 역대급 태풍 소식이 비교적 빨리 예보됐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 위약금 문제 등을 이유로 여행 취소를 빠르게 결정하지 못해 학부모들 사이 불만이 터져 나왔다.
◆ 전국 중고등학교, 제주·경주 수학여행 속속 취소
9월 5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 북구와 수성구에 있는 사립고 2곳과 서구에 있는 공립고 1곳 등은 당초 이날부터 9월 8일까지 3박 4일간 제주도 수학여행을 추진했다가 계획을 철회했다. 울산에서도 태풍 영향 기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계획한 고등학교 5곳이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번주 제주도와 경주로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고등학교 4곳, 중학교 2곳, 초등학교 2곳이 역시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수학여행을 전격 취소했다.
광주 지역에서는 제주도와 수도권 등으로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초등학교 2개교와 고등학교 3개교가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고등학교 1곳은 수학여행 일정을 연기했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9월 4일 장상윤 차관 주재로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태풍 대비 상황을 점검했다. 교육부는 회의에서 재해 취약시설에 대한 사전점검, 학사운영 조정과 비상 근무체제 유지 등 대처 계획을 각 시·도 교육청과 공유하고, 학교 시설 안전조치와 피해 예방대책을 논의했다.
◆ 태풍에도 여행 가겠다는 학교… 학부모들 원성
태풍 북상 소식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수학여행 취소에 따른 위약금 문제 등을 이유로 취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었다. 지난 9월 3일 대구시교육청 자유게시판에는 9월 5일부터 9월 8일까지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태풍에도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겠다는 고등학교 교장을 징계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학교 측에서 일정 변경이 쉽지 않아 비행기 결항만 되지 않으면, 수학여행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알리고 난 뒤다.
학부모들은 "애는 설득도 안 되고, 선생님이 다 알아서 한다고, 철썩 같이 믿고 간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냐" "한 학생당 취소 위약금이 18만원 정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위약금 문제로 취소 결정을 못 내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등 강한 어조로 학교 측을 비판했다. 결국 해당 고등학교는 제주도 수학여행 계획을 뒤늦게서야 취소했다.
◆ 학교 측 안전 불감증 비판… 위약금 문제는
다른 지역 학교에서도 제주도 수학여행 계획 취소 여부를 두고 "일단 가서 실내활동 위주로 하면 된다"라거나 "학교 차원의 취소가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취소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안내해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교육청에서는 수학여행 일정 진행 여부는 학교 측 재량이어서 적극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제주도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학교의 경우 항공권, 숙박료 등에서 위약금이 발생하는 부분과 관련 현재 지원 방법을 찾는 중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수학여행 계획을 취소한 학교들과 계속을 주고 받으며 논의 중"이라며 "교육청에서 현장체험학습비용으로 학교에 지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위약금이 발생하면 이같은 비용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충북도교육청은 예비비 등을 위약금으로 지급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 교육청 관계자는 "수학여행, 체험학습이 취소돼 위약금이 발생한 학교는 현황을 파악해 학부모, 학생의 피해가 없도록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성균관 "명절에 전 부칠 필요 없다, 음식은 최대 9개까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온 성균관이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놨다. 성균관유도회가 9월 5일 제시한 간소화 방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전을 부치느라 더는 고생하지 말라는 것과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개면 족하다는 것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다만,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도 가족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성균관 유도회 측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大禮必簡)고 한다"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성균관유도회 측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추석 음식 준비를 하며 노력과 시간을 쏟았던 전(煎) 부치기를 더는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기름진 음식에 대한 기록은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나온다.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했다고 성균관 측은 소개했다.
그간 차례상을 바르게 차리는 예법처럼 여겨왔던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으로,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했다. 이 밖에 조상의 위치나 관계 등을 적은 지방(紙榜) 외에 조상의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되며, 차례와 성묘의 선후(先後)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인 최영갑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회견문에서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가정의례와 관련해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 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바랐다.
성균관유도회 측은 이번 표준안을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예법 등을 두루 고려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성균관유도회 측이 지난 7월 28∼7월 31일 20세 이상 일반 국민 1천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할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로는 국민 49.8%가 5∼10개, 24.7%가 11∼15개를 꼽았다. 유림은 35.0%가 11∼15개, 26.6%가 5∼10개를 적당한 가짓수로 봤다. 현재 몇 대 조상까지 차례를 지내는지 묻는 말에 국민과 유림 모두 조부모(2대 봉사)라는 답이 각각 32.7%, 39.8%로 가장 높았다. 적당한 차례 비용으로는 국민은 10만 원대(37.1%), 유림은 20만 원대(41.0%)를 꼽은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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