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글밭] 01월 08(월) '영화, 1987에서'
아직도 그 진한 감동이 그대롭니다.
어제, 영화 1987을 보았읍니다.
‘함께하는 시민’ 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하는 그러니까 뜻을 함께하는 님들과 같이서요.
하루 전날, 최고 회의인 ‘함께하는 시민회의’에서 영화를 보기로 결정한 것에 따라
점심 후에 모여 함께 보았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영화를 보려고 극장을 찾았지만 상영 시간이 일찍과 늦게 잡혀 있어
어쩔 수 없이 인기가 많다는 ‘신과 함께 죄와 벌’을 보고 왔었지요.
보고 후회를 했던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닌가 여길 정도였으니까요.
시간에 쫓겨 놓치고 싶지 않은 그 시작의 처음을 놓쳤을 것도 같아 서둘러 자리를 잡았지요.
그리고는 줄곧 영화 속에 빠져 들었읍니다.
이 영화는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을 내용으로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더 좁히면 박종철 고문 죽음과 겹쳐 이한열의 시위 중 죽음이 중심에 놓여 있는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는 기록 영화의 기법인 다큐멘터리로 접근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다 보니 놓치기 쉬운 것이 재미입니다.
그러니 보니 놓치기 쉬운 것이 짜임새와 극적인 긴박감입니다.
하지만 1987은 달랐읍니다.
영화에 빠져들 정도로 재미가 있었으니까요.
탄탄한 구성의 짜임새가 돋보여 숨 쉴 틈을 주지 않을 정도의 긴박감으로 몰고 갔으니까요.
그리고 거듭되는 감동으로 마른 눈물샘을 자극했으니까요.
차라리 흐르는 눈물을 그냥 두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긴 시간, 영화가 흐르는 내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니까요.
영화를 본 후 그냥 헤어질 수가 없어 자연스레 뒷풀이 자리가 마련되었읍니다.
더구나 그 6월 민주항쟁의 한 복판에 서 계시던 함영회님과 연결되어 만나기로 했으니까요.
함선생님과는 오랜만의 만남이어서 기쁨이 컸읍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김대중 옥중서신’ 등을 펴 낸 청사출판사를 운영하셨지요.
또한 숨이 막힐 듯이 답답했던 강릉, 그 강릉의 새벽이고자 했던, 문화운동지 ‘새벽들’이
고향인 강릉에서 만들어 진다는 것에 돈을 받지 않고, 그냥 출판해 주셨지요.
또한 김영삼의 민주산악회와 견줄 수 있는 김대중의 민주헌정연구회 대변인을 맡아
기획을 담당하는 등 김대중의 정치적 머리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셨던 삶도 보여 주셨지요.
이후 고향에 돌아와 강릉의 정치문화를 새롭게 하는 데 온 힘을 쓰신 삶을 이어 가셨지요.
뒷풀이는 ‘1987’에서 느꼈던 감동의 순간들을 술잔에 섞어 마시는 것으로 시작되었읍니다.
물론 1987년의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도 빠지지 않았읍니다.
그러니까 1987년의 그 때와 지금, 영화의 이야기를 섞어 마신 셈이지요.
1년 전에 들었던 촛불은 1987년, 그때에 이미 싹이 튼 것으로 보고 싶습니다.
‘이게 나라인가’를 물었던 물음은 1987년에도, 2017년에도 여전히 물었으니까요.
100년이 걸려 이제, 겨우 우리는 ‘나라다운 나라’를 함께 세워 갑니다.
‘강릉다운 강릉’도 이제, ‘함께하는 시민’이 세워 갈 테지요.
아무튼, 월요일 새벽을 어제의 ‘1987’로 힘차게 열어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