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오부면(梧釜面)오휴마을에서 바라보면 소룡산(巢龍山·760.9m)과 바랑산은 이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장막과 같다. '소룡산'이라는 이름을 굳이 뜻풀이 하자면 '용의 둥지'쯤이 될 법하다. 소룡산 등산의 맛은 정상 부근의 전망좋은 암릉길과 봉우리 너머 기암절벽인 새이덤을 올려다보는 재미, 오염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짙고 푹신한 능선이 매력이다. 제법 굴곡도 있어 워킹산행지로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산행초입은 오휴마을입구 오휴경로당앞이다. 버스정류소이며 택시를 타고 들어가도 내리기 좋은 장소다. 경로당 바로 맞은 편 시멘트다리로 개천을 건너 10여m 걸아가 오른쪽 골목으로 접어든다. 마을이 끝나면서 넓직한 논밭사이 포장된 농로를 타고 산쪽으로 올라붙는다. 10여분 올라서면 오르막 포장로가 평평해지면서 흙길로 바뀐다. 흙길이 시작되는 지점 10m앞에서 왼쪽갈림길로 90도 꺾어 접어든다. 이 길 역시 농로로 보인다. 10분 정도 가다보면 묵은 잡목지대를 잠깐 거치는데 여기를 빠져나와 5분만 더 나가자 오른쪽에 물이 완전히 마른 작은 저수지터가 나온다.
저수지터 왼쪽으로 난 길로 접어든다. 점점 산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제대로 된 산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중간중간에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는 갈림길과 마주치지만 무시하고 계속 능선을을 타고 오른다는 기분으로 산행을 이어가야 한다. 능선위 숲속오르막을 가다보면 이내 바위길이 시작된다. 능선에 박힌 바위는 산행재미도 더해주지만 숲이 걷히는 곳에서 시원한 조망을 마련해준다.
초입 출발 50여분 만에 올라선 바위전망대에서 보면 나아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3시방향 웅석봉과 왕등재, 4시방향 왕산 필봉과 그 뒤로 웅장한 모습의 지리산 천왕봉이 탁 트였다. 이 전망대에서 능선을 이탈해 오른쪽으로 잠깐 내려서면 마을사람들이 말하던 동굴이 나온다. 아늑하고 따뜻해 겨울산행의 식사장소로는 적격이다.
동굴에서 다시 10여분 바위능선을 타면 소룡산 정상. 정상표지석이 쓰러진 나무에 가려져 있다. 주변 산세뿐만 아니라 산촌마을의 전경이 그림같다. 정상에 난 길을 따라 곧장 반대편으로 내려서면 이내 매우 경사가 급한 내리막 낙엽길로 이어진다. 이 길 중간 바위전망대에서 보이는 오른쪽 바위절벽이 새이덤. '천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하는 낭떠러지다. 30여분 내려서자 평평한 고개 2곳이 잇따른다.
오른쪽으로 거창군 신원면 대현, 왼쪽으로 오휴마을로 하산길이 나 있다. 이 고개를 통과하면 꾸준한 오르막이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조용한 숲길을 걷는 재미가 빼어나다. 안부와 오르막을 번갈아 가므로 지쳐버리기 쉬운 구간. 체력안배에 신경쓴다. 길 자체는 단순해 40분 정도면 맞은 편 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다. 이 봉우리가 바로 바랑산 정상이다.
정상 경치는 잡목에 가리지만 바로 아래 능선상에서 보는 경치는 꽤나 시원하다. 정상에서 올라선 방향을 기준 오른쪽의 좋은 길을 택해 하산하는 순간 또한번 오른쪽 멀리 황매산의 우람한 산세에 반한다. 20여분만 내려서면 거창군 신원면 예동에 속하는 산골 외딴집앞으로 내려선다. 마을로 향하는 길을 따라 15분 더 걸어나가면 거창군 신원면 과정이나 산청방면으로 나갈 수 있는 예동마을앞 도로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