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뜨겁게 하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선임건입니다. 한국인들의 축구사랑은 대단합니다. 열기가 강할수록 한국축구대표팀과 관련된 사항이 나올 때마다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얼마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씨가 선임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마자 뉴스와 인터넷이 활화산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축구인 가운데 제대로 된 대표팀 감독이 나오지 않은데 대해 아쉬움과 서운함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축구 선진국뿐 아니라 이웃 일본도 자국의 감독체제하에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말입니다. 외국감독의 경우 한국 축구의 고질병같았던 학연 지연 등에서 벗어날 수 있고 축구 선진국의 고급 기술을 한국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히딩크나 벤투감독 정도는 한국 축구팬들의 그런 기대감을 어느 정도 채워주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외국감독들은 대충대충 팀을 이끌거나 개인적인 일에 더 몰두해서 공분을 사곤 했습니다. 전 감독이었던 독일의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적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의 말도 안되는 횡포를 겪고 난 뒤어서 특히 제대로 된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기를 모두가 기대했습니다. 그런 상황속에 나온 것이 홍명보 감독입니다. 축구를 그냥 무심코 처다보는 부류들은 오랫만에 한국인 감독 그중에서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인 홍명보씨가 선임된 것을 찬성하는 분위기였습니다.모 여론조사결과 47%가 잘된 일이라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60대 이상의 남성들이 찬성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홍감독 선임이 발표되자 정말 여기저기서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가까이 있었던 인물들이 가장 잘 아는 것입니다. 같이 락커룸을 사용하고 해외에서 같은 방에서 머물고 함께 운동장에서 직접 훈련하고 죽기살기로 경기를 치른 주변 선수들이 가장 잘 아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홍감독 또는 홍선수와 같이 선수생활을 했거나 그가 감독일 때 그 휘하에 있었던 선수들의 평은 놀랍게도 부정적인 것이 상당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너무도 잘 아는 그런 선수 내지 선수출신들이 자신들의 앞날을 두려워하지 않고 홍감독과 축구협회에 대해 강한 어투로 성토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축구의 전설이라는 박지성씨는 축구협회의 홍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타인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자제하던 그이기에 그 반향은 매우 컸습니다. 박지성씨는 "축구인으로서 슬픔이란 감정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했지만 아직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컸다. 지금은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박지성씨의 언급과 함께 홍감독의 과거사가 다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와 관련된 좋지 않은 과거지사를 다시 꺼내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축구생활을 한 동료들과 후배들이 잇따라 홍감독이 대표팀 감독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역 대표팀 선수들가운데서도 상당수가 홍감독체제에서는 대표팀 선수생활을 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도 강한 반대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지도자협회는 아시안컵이후 벌어진 한국축구와 축구협회의 난맥상이후 5개월간의 무능과 반복되던 시행착오를 이번에 종결지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더 심한 혼돈과 또 다른 기만의 서막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를 축협 회장이 보고도 받지 않고 기술총괄이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면서 그런 회장은 있으나 마나 하다라면서 이번 사태는 회장 스스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일이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난맥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아시안컵때 그 불상사를 일으켰으며 회장 사퇴의 의견이 엄청났지만 그냥 모른척 넘긴 것이 대표적입니다. 축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재벌가 인물이 오랫동안 회장을 맡으면서 축협은 고질적인 병에 걸렸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A매치 경기장에 온 관객들이 축협회장에게 야유를 보내는 상황에도 축협회장은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시안컵 축구이후 5개월후 축구감독 선임에 있어서도 납득할 수 없는 사안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와 축구협회장은 정말 성역인 모양입니다. 아시안컵때 그렇게 집중포화를 맞고도 아직도 건재하며 그 이후 축구협회가 개선됐다는 소리는 전혀 들려오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축구인들 사이에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홍명보감독을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속에 대표팀 감독으로 다시 맡겼다는 것은 이제 개선될 생각도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다는 자세로 읽힙니다. 개는 짖어라 기차는 간다 그런 말이겠지요. 한국 축구의 앞날이 정말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축구협회장 한사람도 제대로 인선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마음에 드는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하지 못하는 한국축구의 현실이 암울할 뿐입니다.
2024년 7월 1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