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하나, 살아 돌아가는 것. 통상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의 인생이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곧 소설이고 드라마이며 다큐멘터리입니다. 말은 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사람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가장 가까이 부모형제가 있을 것이고 나이 들었다면 배우자와 자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 여러 친지친척이 있고 이런저런 이웃들과 친구들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그리려 해도 그 주변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러니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짧거나 길게 정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등장하여 아픔과 슬픔을 나누게 됩니다.
생과 사가 긴박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전쟁터입니다. 극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짧은 시간 내에 이 땅을 떠납니다. 비록 하찮아보여도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주변에는 앞에서 말한 여러 사람들이 관계를 가지고 있게 마련입니다. 소식을 들을 때에 그 아픔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 수많은 사연들이 역사 속에 숨어있는 것입니다. 어느 영화에서 들은 대사가 떠오릅니다. ‘역사는 전쟁의 기록이다.’ ‘아니다. 그 전쟁으로 자식을 잃은 어미들의 눈물의 기록이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맞습니다. 역사는 과연 전쟁의 기록입니다. 전쟁에서는 대부분 승패가 나뉩니다. 패자에게 그 결과는 목숨만큼이나 무겁습니다. 옛날보다야 나아졌다고 하지만 지금도 무거운 짐을 지게 됩니다.
전쟁은 그래서 어떻게든 이기고 볼 일입니다. 물론 일반 백성이야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개인의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아도 전장에 나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병역의 의무’가 있습니다. 외적의 침략을 당했다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목숨을 담보하는 일입니다. 살아서 돌아오고 싶다고 그 원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떠나보내는 가족이나 친지도 마음은 마찬가지입니다. 살아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희망사항입니다. 결과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나 살아있는 몸을 품에 안을지, 전사통보로 받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세계의 화약고라고 중동지역은 이름이 나있습니다. 잘 아는 ‘6일 전쟁’이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짧고 화끈한 전쟁이었습니다. 당시 희생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쟁이 길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전쟁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만큼 희생도 따랐겠지요. 어쩌면 일방적 게임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기간 이후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빠르게 휴전협정이 이루어져서 전장에 있던 병사들에게 그 종전 사실이 쉽게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것으로 인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기도 합니다. 안타깝지만 현장에서는 피할 길이 없습니다. 답답하지만 어찌하든 사태를 이겨내야 합니다.
부대원들이 모두 희생당한 자리에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일단 이 사막을 살아나가야 합니다. 어디가 끝인지도 잘 모를 것입니다. 걷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유엔 긴급군이 철수한 빈 초소를 발견합니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2층에 자리합니다. 사방 드넓게 펼쳐진 사막입니다. 얼마 후 웬 지프차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불행히도 적군입니다. 숨어 기다립니다. 차를 세우더니 역시 건물 안으로 들어옵니다.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먼저 차지한 이집트 병사와 지프차를 가져온 이스라엘 병사, 두 사람 사이에 작은 전투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 다 상대의 총격에 부상을 당합니다. 서로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싸움은 지속됩니다.
이스라엘 병사는 이미 휴전이 선포되었고 전쟁은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집트 병사는 모르는 사실입니다. 이제 서로 총격을 가할 필요가 없는데 한 쪽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전히 적군이고 없애야 자기가 살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병사로서는 이 필요 없는 전투를 그만두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자기를 향하여 총질을 하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살기 위해 역시 맞대응을 해야 합니다. 이 상황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제 서로의 총격에 모두 부상까지 입었습니다. 처음에 제의했습니다. 전쟁은 끝났고 나와 함께 부대로 가면 안전하게 보내줄 수 있다고.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두 사람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족이 있습니다. 그립지요. 떠나올 때 꼭 살아 돌아올게 약속하였지만 모르는 사실입니다. 장담할 수 없지요. 그래도 살아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그 희망은 동일합니다. 어서 돌아가서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사막 한 가운데서 무슨 운명의 장난입니까? 단 두 병사가 서로 살겠다고 총질을 하고 있으니, 누가 살고 누가 죽어야 합니까? 또 하나 문제가 있지요. 살아남은들 이 사막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영화 ‘2솔져스 배틀필드’ (AZIMUTH)를 보았습니다. 2017년 작품입니다. 끝은 괜찮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