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Daum)에는 현재 150만개 정도의 까페가 있다고 합니다. 천만에 가까운 회원들이 이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그 150만개의 까페 중에 하나의 까페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분류를 한다면 팬클럽이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네멋30’은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이후 네멋)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이 까페는 다른 드라마 관련 까페들보다 회원 수가 월등하지는 않습니다. 1년이 조금 넘은 현재 회원 수는 1만 5천명 수준이어서, 2~4만명 수준의 다른 ‘네멋’ 관련 까페들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수입니다.
그런데 왜 이 까페가 이야기 대상이 되는 걸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수많은 팬덤들과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긍정적 실천력’이라고 아우를 수 있는, 일종의 컨텐츠 소비자로서의 최상의 생산력입니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가 작년 이 맘 때 방영을 시작한 이후, 7%~10%를 오가는 시청율에도 불구하고 많은 매체들이 ‘컬트 매니아 드라마’니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추켜세웠던 만큼, 그 대표적인 팬덤으로 ‘네멋30’의 활동도 주목할만한 활동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멋대로 해라 방영 1주년 사업
최근 ‘네멋30’은 방영 1주년을 맞이하여 두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팬덤들이 몇개월이 지나면 시들해지는 것이 통례이고 보면 1주년 행사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상황입니다. 하지만 네멋 30은 작년 11월 MBC의 드라마 DVD를 독점 제작하는 ‘비트윈’과 ‘MBC’ 측을 자극하여 DVD제작을 성사시키고, 기획에 참여하고, 나아가 DVD 판매 사상 기록적인 판매를 성사시킨 것입니다.
이 DVD는 지난해 11월말부터 2주 동안 ‘네멋30’ 단일 까페에서 진행된 예약판매로만 1200세트, 즉 9600장이 판매되기 시작, 현재 7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작년 발매 최고의 대박 타이틀이 되었습니다. 이런 외형적 성과가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한 열광적 소비자로서의 위치가 아니라 제작을 요구하고, 스스로 참여하여 내용을 기획 협의하고 판매까지 개입하는 과정이 더욱 새롭게 읽힌다는 점이 특기할 사항입니다.
각설하고. 지금 이들이 또 다시 추진하는 1주년 행사는, 우선 촬영장소였던 한강 선유도 공원과 ‘네멋30’이 함께 7주에 걸쳐 매주 말 전편 상영회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명의는 선유도 공원 측이 주최하고 ‘네멋30’이 주관하는 형태지만 사실 상 ‘네멋30’측의 2달 여에 걸친 저작권 협의와 교섭 등을 통해 이루어낸 성과라는 점입니다.
두 번째 사업은 1주년 기념 출판입니다. 400페이지 분량의 두 권의 책으로 구성된 자체 출판 형식의 이 책은 작가의 최종 대본 원고 전편을 수록하고 있으며, 팬픽 형태의 ‘네멋 2부’, 유학생들이 전편을 번역한 영문 대본, 감독과 작가의 인터뷰, 온라인과 까페 내의 각종 감상문들을 담고 있습니다. 정식출판이 아닌 까페 내에서 소장본 자체 출판 형태로 회원들이 직접 나서서 기획에서부터 출판의 전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이미 예약판매 형태로 2000부를 한 달만에 소화했습니다. 이쯤 되면 하나의 드라마를 소비하는 통상적인 팬덤과는 다른 일정한 생산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중문화 팬덤의 위상
지금까지의 한국 대중문화의 팬덤은 조금 ‘빠순이’와 ‘안티’로 대표되는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뉘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기획사 SM에 실력행사에 들어간 문희준 팬클럽의 입장을 다룬 기사의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문희준의 팬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 팬은 4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희준이 오빠가 6월 21일 첫 방송 무대를 가져야 했고, 28일 팬미팅도 예정돼 있었다. 이런 내용으로 희준이 오빠가 사서함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SM에서 음반 발매를 늦추고 있고, 희준이 오빠가 너무나 힘들어한다. 그 사실을 알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집단 행동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또는 방송 토론에 나와 ‘그래도 우리 승준이 오빠를 이해해 주셔야 해요’ 라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출하는 팬문화가 이른바 ‘빠순이’를 대표합니다.
반면 ‘안티’ 문화는 인터넷을 통해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여론화하는 흐름으로, 최근에 드라마 ‘인어 아가씨’에 반대하여 임성한 작가의 절필운동과 종영 요구를 주도한 ‘정정당당 안티’의 활동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빠순이’의 무비판적 스타추종의 부정적 측면은 재차 언급할 필요 없이 논외로 한다 하여도, ‘안티’ 쪽의 흐름역시, 그 비판적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대안이나 생산적 활동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90년대 지식인 사회에서 바라보던 대중문화에 대한 사회학적 혹은 분석적 접근 시도가 소비대중과 만나지 못한 채 표류하는 동안, 적극적 문화 소비자들은 이런 극단적 형태의 미숙한 팬덤을 형성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상황인식이라고 봅니다.
팬덤 커뮤니티로서의 '네멋 30'의 특이성과 자생성
그런 맥락에서 ‘네멋30’이라는 작은 커뮤니티에서 시도되고 있는 대중문화의 소비와 그것을 통한 이차적인 자기 생산의 과정, 그리고 거대한 대중문화 시스템에 부분적이나마 개입하는 형태는 인터넷 시대와 함께 예상되었던 ‘대중문화의 생산과 소비 주체의 통합’이라는 개념과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새로운 의미의 팬덤은 ‘네멋30’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서태지의 등장과 함께 진지한 의미의 팬덤은 발생하기 시작했고, 대중가요의 판을 바꾸기 위한 조직들도 팬덤을 중심축으로 삼아 만들어졌습니다. 드라마 영역에서는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이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같은 작품이 매니아들을 생산하며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팬덤을 유지해온 전례가 있습니다. 이런 흐름들은 공히 무언가 대중문화 일반과는 차별점을 갖는 새롭고 가치있는 컨텐츠들을 통해 촉발되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드라마 ‘네멋’도 다르지 않아, 매니아들은 약간의 과장을 보태 ‘한국의 드라마는 네멋 이전과 네멋 이후로 나뉜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진부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리티 혹은 주변부 문화에 대한 애착, 비속어가 아닌 일상어의 적극적인 수용, 죽음과 가족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접근 등이 배신과 갈등, 삼각관계와 비약이 난무하는 드라마의 나쁜 통속성에 정면으로 대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멋30’의 회원들이 대부분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고 말할 정도로 대중문화의 비현실적인 통속성에 진부해하고 거부감을 갖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까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30대를 위한 진지한 공간이라는 의미로 태동을 시작했을 정도로 10대들의 팬덤과는 다른 성격을 가집니다. 물론 현재 까페는 10대에서 40대까지의 폭넓은 연령층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지만 말입니다.
‘네멋30’의 지속적인 생명력은 이런 새로운 대중문화 텍스트에 대한 갈망에서 잉태되었지만, 그 유지와 자체적인 생산력은 까페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특이하게도 네멋 팬덤은 인정옥 작가와 박성수 감독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이나영이나 양동근같은 배우들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존재하나 그것은 철저히 ‘네멋’이라는 드라마가 갖는 의미 안으로 국한되어 있습니다. 까페에 ‘오빠 넘 좋아요’ 따위의 글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그런 글들은 자체적으로 정화됩니다. ‘여기는 양동근 팬클럽이 아닙니다. 취지에 맞는 글들을 올려 주십시오’ 같은 댓글이 진압을 시도하고 바로 정리되곤 합니다.
한국의 대중문화의 소비 방식도 단순한 혹은 일방적 방식의 소화와 맹신적 열광의 문화가 아니라 스스로 이차적 생산물을 만들고 생산 메카니즘에 의견을 가지고 개입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작은 단초를 우리는 여기서 발견합니다.
스타 문화와 팬덤간 상호침투성의 긍정적 결과
그런 의미에서 ‘네멋30’의 이번 상영회와 기념출판은 어떤 새로운 계기로 읽힙니다. 드라마 대본과 자신들이 생산한 감상과 비평들, 그리고 활동의 결과물들을 스스로 묶어서 책을 만들겠다는 발상. 그리고 트렌드로 스쳐 지나가는 텍스트가 아닌 1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볼만한 대중문화 텍스트에 대한 예의로서의 전편 상영회. 이 두가지 행사를 다른 누구도 아닌 소비자의 주도로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가 한국 팬덤 문화의 작은 신화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다시 매체를 만드는 대중문화의 1차적 생산자들에게 작은 자극이 되리라고 예상합니다.
일종의 '선순환'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청율이라고는 다른 드라마의 반 밖에 안되었지만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과 지지 덕분에 흐트러지지 않고 주제의식을 잡고 나갈 수 있었다는 작가와 감독의 실토는 시청율 지상 주의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제작 주체들에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DVD 판매로 보여준 현실적인 비즈니스적 가능성까지 생각한다면 무언가 식상한 트렌디 드라마들만이 횡행하는 판에 새로운 자극으로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과장일까요? 욕심일까요?
상영회에 사용되는 DVD는 한국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감독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여 146곳을 수정한 디렉터스컷입니다. 기념출판물에는 작가가 아무런 댓가를 받지 않고 자신의 대본 최종고를 제공하였습니다. 제작 주체들이 팬덤의 생산적 활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전례가 우리에게는 많지 않습니다. 이것이 가능성이 나일까 생각합니다.
'네멋대로 해라'의 최종회 엔딩은 그 흔한 ‘그 동안 시청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가 아니었습니다.
마음을 나누어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세상 속에서 행복하시길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대중문화 택스트가 소비적인 판타지가 아니라 생산과 향유의 주체가 행복하게 만나고, 다시 현실 속에서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찾아가는 매개이기를 바라는 그것이라면, 우리는 이제 사소한 기대하나를 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헉,,,덕삼오라버니가 손동수였지..참나,,,어디서 많이 들어봤다했더니,,글을 읽으면서 이사람,,우리 카페에 대해 왜케 잘알아? 햇더니,,,오라버니,,보고잡파요,,ㅠ.ㅠ 저 위의 떨거지님 "저 사람",,,헉,,,저사람이 누구냐면요,,,우리 카페의 정신적 지주여요,,지주,,,정말,,없으면 안되는 사람,,,오빠,,빨리 잠수풀고 돌아?
첫댓글 아.. 이런 이유들로써 아직까지(카페) 숨쉴수 있는건가!(?)
시청률 7~10%?
아, 이분이 그 유명한 시현님 ^^, 또 다른 이름도 낯설지 않을만큼 ...향기나는 글이군요!
감동임니돠..
저두 정정...시청률, 그렇게 낮지 않았습니다. 17~18%까지 나왔는걸요...^^ 시청률면에선 대박은 아니었어도 평년작이었습니다. 물론 그완 상관없이 작품성은 대박~~!!!
후반에 20%까지 나와줬는데... 먼 소리야... 글구 첨시작할때 시청률 12%정도 됐었고... 평균 15%~17% 정도였는데... 저 사람 제대로 알고 쓰지...
헉,,,덕삼오라버니가 손동수였지..참나,,,어디서 많이 들어봤다했더니,,글을 읽으면서 이사람,,우리 카페에 대해 왜케 잘알아? 햇더니,,,오라버니,,보고잡파요,,ㅠ.ㅠ 저 위의 떨거지님 "저 사람",,,헉,,,저사람이 누구냐면요,,,우리 카페의 정신적 지주여요,,지주,,,정말,,없으면 안되는 사람,,,오빠,,빨리 잠수풀고 돌아?
난 여직 사씨인줄 알았네 어허~
멋있네영. 네멋30 여러분들 다들 멋있네영. 글구 내가 내멋30 회원이라는것이 자랑스럽네영 ㅎ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