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지인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일이다. 흔히,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피하라”라는 식탁 예절 수칙 첫 번째를 그녀는 잠시 잊었나 보다. 아마 그날 그녀의 언행은 요즘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럽고 어수선하다 보니 무심코 꺼낸 이야기일 것이다.
그녀는 어느 정당의 정책에 대해 법리에 어긋나는 행태라며 입에 게거품까지 물었다. 평소 정치엔 무관심했던 필자였다. 그러나 그녀의 열변을 듣노라니 갑자기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동안 솔직히 정치 쪽으로는 무관심했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날만큼은 그녀 말에 깊이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엔 나름대로의 정치색이 내재돼 있었나 보다. 이 사실을 깨닫자 왠지 자신이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필자는 그녀 말에 대하여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았다. 안 그래도 그녀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어느 정당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토로하는 중이었다. 이런 그녀 앞에서 자칫 말 한마디 잘못 꺼냈다가는 인간관계마저 틀어질 기세였다. 그만큼 당시 그녀는 감정이 몹시 격앙돼 있었다.
한편 그녀 말에 귀 기울이려니 문득 의문이 일었다. 정치 및 종교 문제를 논할 때 그토록 중요한 문제가 왜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의 불쏘시개로 작용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때 언젠가 우연히 읽었던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그 내용을 곱씹노라니 그녀 말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다름아닌 버지니아대 심리학 교수인 조너선 헤이트(Jonathan Haidt)의 『의로운 마음: 왜 선한 사람들이 정치와 종교로 갈라지나』가 그것이다. 그는 뇌과학과 유전학, 사회 심리학, 진화 모델의 첨단 연구와 방대한 실험을 총동원한 결과를 한 권의 책 속에 오롯이 용해 시켰다. 이 책 내용에서 그는 보수·진보 성향을 미각에 빗대었다.
그렇다면 보수와 진보는 왜 생길까? 이 책에서 저자는 정치나 도덕적 취향도 식성이나 입맛과 진배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이런 성향 역시 유전 요인과 성장 과정의 교육·체험에 의해 발달한다고 언술했다. 무엇보다 보수/진보를 가르는 유전 특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단다. 위협에 대한 민감성과 새 경험에 대한 개방성. 일례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진이 호주인 1만 3천 명의 DNA를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다. 보수 성향인 사람은 세균 감염 위협이나 갑작스런 소음의 위험 신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단다. 반면 진보 성향인 사람은 새로운 경험에 열린 사고를 지녔고 모험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로 보아 인간은 유전 요인뿐만 아니라 성장 과정이 자신의 인생관을 구축하는가 보다. 이게 아니어도 사람은 저마다 가슴에 사연을 안고 산다. 삶을 살며 제각기 인생 이야기를 꾸리며 산다면 지나치려나. 누구나 과거를 돌이킬 때마다 그 사실을 단순화하고 재구성한다고나 할까. 또한 이 사실은 미래 소망과 연결 고리로도 작용할 듯하다.
어쩌면 이 시기쯤 우리네 도덕적 기준도 정립될지 모를 일이다. 이는 개인에 국한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사회에서 공유하는 이야기 속에도 분명코 선과 악, 덕과 해악(害惡)도 존재하잖은가.
이런 사회 속에서 자연 보수와 진보로 나뉘게 하는 것은 그것이 지닌 특성 때문이란 생각이다. 진보의 스토리 구도는 영웅에 기인해서란다. 그것에서 권위주의 위계질서, 전통으로 자신들의 믿음을 포장한다고나 할까. 반면 보수의 이야기는 방어적 영웅주의에서 파생되는 경향이 짙을 듯하다.
이에 보수는 이러한 세상사를 폭넓게 아우른단다. 즉 융통성 있는 사고를 의미하나보다. 그러나 진보는 배려와 공정에 특히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의 각각 사람에게 도덕적 질문을 주고 그들의 정치 성향이나 반대파 성향을 예측케 했다. ‘정의는 한 사회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구 사항’이라는 명제 앞에 진보파는 ‘보수파가 전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하지만 보수파의 동의율은 의외로 높았다고 했다.
그는 보수가 진보보다 도덕적 취향의 폭도 넓고 포용력도 더 낫다고 했다. 그래서 도덕적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단다. 그럼에도 자신은 진보주의자라고 당당히 밝혔다. 이 내용에선 매우 파격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책은 비록 미국 사회의 보수와 진보에 관하여 서술했다. 하지만 요즘 우리의 정국을 살펴보건대, 필히 염두에 둘 내용이어서 매우 인상깊다. 그래 필자는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어 몇 번이고 탐독했다.
김혜식 수필가/前 청주드림 작은도서관장
지하철에 두고 내린 근심
2023년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사진 공모전 금상 - 김형민「노을」
몇 달 전 이사를 하면서 출퇴근이 그야말로 고역이 되었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버스를 타고 회사까지 쭉 앉아 갈 수 있어 편했는데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사람들로 가득 차서 숨쉬기도 버거운 지하철에 몸을 실어야 했다.
내가 타는 4호선은 동작역과 이촌역 사이 한강을 건너는 구간이 있어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콩나물시루처럼 승객이 빽빽한 '지옥철'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처음에는 숨이 턱턱 막히며 몸을 가누기 힘들었던 지하철에서 이젠 제법 사람들 틈을 야무지게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일터로 향한다.
그날은 마무리할 일이 있어 퇴근이 늦어진 날이었다. 사람이 붐빌 때가 살짝 지난 시각이라 다행히 지하철은 한산했다. 지친 몸으로 좌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든 나는 즐겨보는 동영상 플랫폼에 접속했다. 10분 쯤 갔을까? 한창 숏폼 영상을 보고 있는데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승객 여러분, 우리 열차는 지금 한강을 지나고 있습니다.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으시고 한강과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내일은 주말입니다. 근심과 걱정은 모두 열차에 두고 내리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노을지는 한강의 풍경이 창밖으로 예쁘게 펼쳐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한강을 건너는 구간을 지날 때마다 풍경사진을 찍을만큼 감성적이었는데 마음이 언제 이렇게 무뎌진것일까. 모처럼 저녁놀이 내려앉는 한강을 감상하는 동안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면서 근심과 걱정은 두고 내리라는 그 말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이윽고 내려야 할 역에 다다랐다. 신기하게도 기관사의 말처럼 모든 근심 걱정을 두고 내린 듯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비단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방금 나와 함께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어쩐지 씩씩해 보였다.
김소원 서울 동작구에서 5살 딸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남편과 함께 끈끈한 전우애를 나누며 열심히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아이를 등원시키고 부랴부랴 지하철에 오르지만 한강 풍경을 감상할 만큼의 여유를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세계자연유산 한라산 백록담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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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맙게 잘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망실봉님!
立春을 기점으로 눈이 많이 내리고 있어요.
날씨도 많이 추워졌구요.
요즘 감기 조심하셔야 합니다.
특이하게 폐렴으로 전이가 된다고 하더군요.
건강이 제일입니다.
주말 휴일 즐겁게 보내셔요.
늘 ~ 고마운 마음입니다.
반갑습니다
바다고동 님 !
따듯한 고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편안하고 여유로운
복된 주말보내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하는데요
빙판길 조심 하시고 추위에 따뜻하게 여미고 다니세요
오늘도 감동방에 좋은 글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다녀가신 고운 발길
감사합니다 ~
매서운 강추위지만,,
보온에 유의하셔서
행복한 주말보내시길
소망합니다
~^^
감사합니다
고운 발걸음주셔서
감사합니다 ~
초록상록수 님 !
입춘의 좋은 기운 듬뿍받아
늘 행복하시고 모든 일
만사형통하시길
기원합니다 ~^^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고운 멘트주셔서
감사합니다 ~
편안하고 여유롭게
복된 주말보내세요
~^^
좋은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고운 흔적주셔서
감사합니다 ~
목자 님 !
입춘의 좋은 기운 듬뿍받아
늘 행복하시고 모든 일
만사형통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