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립학교들이 학생 배정 거부라는 투쟁수단을 택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의 학습권은 보호돼야 하고, 학교의 자율권도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자율권 훼손을 이유로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던 제주지역 사립고 교장단이 사학법 반대투쟁에는 계속 동참하지만, 일단 2006년도 신입생 배정을 받기로 발표해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건학이념이 독특한 사학의 자율권은 보장되는 것이 마땅하다. 자율에는 책무가 수반되므로 책무 없는 자율은 있을 수 없으며, 학생의 학습권 보호는 사학의 책무인 까닭에 신입생 배정을 받는 것이 순리다.
그렇지만 타 지역의 일부 사학은 "제주지역이 배정 거부 방침을 바꾼 것은 온당치 못한 행동"이라며 학교 폐쇄도 불사할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사학에 대해서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양측 모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엔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곳이 가장 비교육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육 개악은 간단하지만 교육 개선은 쉽지 않다. 교육혁신은 모든 선진 국가가 경험하고 있듯이 이해 당사자들이 인내를 갖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난제다. 교육은 학교사회의 문화를 함께 바꿔나가는 부단한 노력이 축적돼야만 비로소 혁신될 수 있다. 왜곡된 교육정책이 실시된다면 학생들의 인생은 물론 지역사회와 국가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세계 각국은 지금 교육개혁과 혁신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교육은 조기 유학, 교육 이민, 기러기 아빠의 죽음, 학교 폭력 등의 고통은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개정사학법 갈등으로 국가 에너지만 낭비하고 있다. 실로 나라의 미래가 암울하기 짝이 없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개인과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쟁과 진압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교육을 바꿔나가야만 한다.
사립학교의 학생선발권을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 이외에 이 지구상에서 찾기 어렵다. 과거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사립학교를 아예 국립으로 전환한 경우는 있었지만 사립이라는 형태를 그냥 두고 국.공립처럼 통제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따라서 사학 문제 해결은 학생선발권을 되돌려 주는 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종교계 사학부터 단계적으로 학생선발권을 되돌려 주는 것도 해결방안이다. 초.중등학교와 대학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학법이라는 한 틀에서 모든 사립학교를 획일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학교급별, 정부에의 재정 의존 정도, 문제 사학 등 특성에 맞게 분리하는 게 다양화와 분권화를 지향하는 대안이다.
미국.영국.일본의 사학은 국가가 법률로 개방형 이사제를 강제하지 않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실시할 뿐 아니라, 그들이 국가 교육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학생선발권과 교육과정 편성권을 비롯한 학교 행정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조건이 갖춰져야 그들과 대등하게 경쟁해 미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사학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학은 물론 여당과 야당의 수뇌부도 각각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민심은 투쟁과 진압을 원하지 않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투명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미래 창조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을 도출하기를 원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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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미국.영국.일본의 사학은 국가가 법률로 개방형 이사제를 강제하지 않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실시할 뿐 아니라, 그들이 국가 교육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학생선발권과 교육과정 편성권을 비롯한 학교 행정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정부는 세계여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국민을 호도하는데..
무섭다 관제 여론 몰이!!! 역주행의 大假 노무혀니 운전대 잡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