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 피아니스트 김건호
시각 장애 피아니스트인 나는 모든 독주회에 제목을 붙인다. 어떤 제목은 포스터에 올라가기도 하고 나만 아는 제목도 있다. 최근에 바하와 베토벤, 슈만, 쇼팽의 작품을 연주한 독주회는 'History, His Story(역사, 그의 이야기)'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매년 꾸준히 연주회를 하다 보니 나름의 역사도 생기고 그에 얽힌 이야기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나는 나를 '피아니스트 김건호'라고 소개한다. 이 단어 하나를 이름 앞에 붙이려고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겠지. 현재 중학교 2학년이지만 나는 내가 어엿한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만 다섯 살 때 뷰티풀 마인드 뮤직 아카데미 오디션을 통해 신정양 선생님을 만났다. 저소득층이거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이 과정은 당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재능을 단번에 알아본 서울맹학교 박영주 선생님이 엄마에게 일단 지원해 보라고 해서 도전했다가 덜컥 합격했다.
신 선생님은 나를 너무 어린 나이에 피아니스트의 길로 몰아간 것 아닌지 걱정한다. 3학년 때 초청받은 독일 뮤직페스티벌의 감독 할아버지 역시 궁금해 했다. 선생님의 의지와 나의 의지 중 어떤게 더 크게 작용했는지.
그런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나는 내 의지를 더 발현할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는 의지가 있어야 비로소 연주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 앉아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연습도 싫지 않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면 뭐든 다 이길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생겨난다. 나는 그걸 '깡'이라고 말한다.
독주회의 피날레로 일 년 내내 나를 괴롭힌 쇼팽의 발라드를 연주할 때도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라는 깡으로 덤볐다. 신 선생님은 무대 뒤에서 나의 도전을 매우 기뻐했다. 역시 '눈에 뵈는 게 없는 놈.'이라면서….
쇼팽은 아름다운 연습곡 24곡을 작곡했다. 연습곡이라고 하면 보통 지루한 하농이나 체르니를 떠올리지만 내 생각에 쇼팽의 연습곡들은 '노래'다. 마치 피아노로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목을 푸는 과정 같다.
사실 악기로 연주가 아닌 노래를 구현한다는 건 대단한 도전 정신이 필요한 일이다. 스스로를 믿고 악기에 몸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내게는 이 과정이 참 힘들었다.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깡이 없었다면 길고 험난한 쇼팽과의 씨름에 도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시각 장애를 지닌 내가 악보 없이 어떻게 음악을 배우고 연주하는지 궁금해 한다. 이 부분 때문에 여러 선생님이 고생했다.
점자 악보를 지도해 줄 선생님을 찾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신 선생님 소개로 만난 국순희 선생님은 눈이 보이지 않아 악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신체적인 문제를 바로잡아 줬다. 음을 듣고 악보를 이해하며 연주할 수 있도록 양 손가락에 번호를 붙여 양손을 따로따로 녹음해 줬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 권현지 선생님은 신 선생님의 설득으로 나와 함께 점자 악보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도 악보를 함께 봐 주는 소중한 분이다.
악보를 배우며 몰랐던 내 모습을 알게 된 것이 참 흥미로웠다.
"건호가 마디의 개념을 모르네요?"
놀라움이 섞인 권 선생님의 첫마디였다. 나는 내 연주가 마디로 나뉘는 게 싫었다. 마디를 나누는 순간 선율이 조각난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당시 악보 읽는 과정에서 선생님과 실랑이를 많이 했다.
클래식은 연주자가 악보에 담긴 음악을 해석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어린 마음에 어차피 나답게 연주할 텐데 힘들게 악보 읽는 법을 배워 내 연주가 영향 받는 게 싫었다.
그런데 악보를 읽기 시작한 뒤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선생님은 악보를 읽을 줄 알게 되어서만이 아니라 악보에 담긴 작곡가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해서 그런 거라고 말했다. 작곡가의 의도를 알고 나서 연주를 해도 나다움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요즘은 연주 녹음과 점자 악보 읽기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덕분에 악보를 더 꼼꼼하고 빠르게 읽을 수 있게 됐다. 쉽진 않았지만 점자 악보 읽는 법을 배우는 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음악을 이해하는 마음이 훨씬 성숙해지고 악보를 마주하는 자세도 좋아졌다.
악보를 익히는 과정이 비시각장애인보다 훨씬 복잡했지만, 그와 비례해 음악을 대하는 마음이 깊어졌다.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연주자의 미덕은 단순히 악보에 그려진 음표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마음을 담아 노래하는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을 노래하고 싶어서 기꺼이 피아니스트가 됐다. 예민함과 나른함, 뻔뻔함이 공존하는 사춘기 소년에게 피아니스트는 못 말리는 꿈이 아닌 현실이다.
김건호 | 피아니스트
과거의 어려움을 딛고 지금, 여기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달 다른 필자가 용기 내 꺼내 놓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젊어지는 여행
바닷가에 쌓인 모래성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무너진다. 여기서 엔트로피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법칙은 자연은 점점 무질서한 방향으로 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엔트로피 법칙에 의하면, 노화란 몸에서 견고하고 균일한 요소가 점차 사라지는 과정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이 법칙에 의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뼈에 구멍이 난다.
오스트레일리아 에디스코완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긍정적인 경험은 엔트로피의 진행 속도를 늦춰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령 여행을 하면 그 경험이 추억으로 남는 것을 넘어 건강에까지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 중 한 명은 "여행은 단순히 휴식과 자유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의 신체 활동과 사회적 교류라는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활동이다."라고 말하며, 여행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산이나 둘레길을 걷는 여행을 마치 효도 관광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나 할 법한 여행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이런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여행과 건강은 서로 분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고 여행 자체를 건강과 관련된 활동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나 자신과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을 떠나 보자. 즐거움과 건강을 함께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김지호 기자
도깨비불 공동묘지 또는 산속에서 원인 불명의 기이한 불빛을 봤다는 괴담이나 설화가 있다. 이는 귀신이나 도깨비의 소행이 아닌 무덤의 유골이나 야생 동물 사체의 뼈에서 인의 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인은 인화성이 강해 공기와 만나면 자연 발화하며 푸른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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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
동트는아침 님 !
편안하고 여유로운
휴일 보내시고
늘 평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고운 걸음주신
목자 님 !
감사합니다 ~
날씨는 매섭지만
지인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행복한 휴일보내시길
소망합니다 ~^^
감사하며
건강하심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