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마저 가을로 물드는 캠핑,
합천 소리길오토캠핑장
캠핑의 묘미 중 하나는 좋아하는 계절, 원하는 풍경 속에 있다는 거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에 소리길오토캠핑장을 찾았다.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소리길 초입에 둥지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소리길만큼이나 캠핑장도 아기자기하다. 2013년 1월에 문을 열어 2년도 채 안 됐지만 이미 캠퍼들 사이에 사랑받는 캠핑장이다.
고개만 들면 가야산 능선이 펼쳐진다.
가야산 아래 집처럼 따뜻한 둥지
소리길오토캠핑장의 김보현 캠장은 캠핑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단숨에 캠핑에 매료된 마니아다. 2008년부터 매주 한 번도 쉬지 않고 캠핑을 다녔고, 심지어 셋째가 태어나기 전날에도 만삭의 아내와 캠핑했을 만큼 캠핑을 사랑한다. 그러다 보니 캠퍼들의 소소한 것까지 세심하게 살핀다. 캠핑장을 부지런히 누비고 다니며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은 물론, 안전하고 편안한 캠핑이 되도록 애쓴다.
소리길오토캠핑장을 이용하는 사람의 90%가 가족 단위 캠핑족이다. 단체 캠핑을 받지 않으니 단체 고성방가에 시달릴 일이 없다. 조용한 캠핑을 원하는 가족들에게 안성맞춤이다. 4인 기준이지만 다자녀나 부모님은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
1만 ㎡가 넘는 부지에 47개 사이트를 조성해 사이트 크기가 넉넉하다. 평균 크기가 8m×9m. 가로세로 10m 넘는 곳도 있다. 샤워장과 개수대, 화장실이 2개소씩 마련되어 있다. 24시간 온수가 나오고 전기 사용이 가능하다. 전자레인지와 대형 냉장고까지 준비되어 있다. 간단한 식료품과 장작, 가스를 판매하는 매점도 운영 중이다. 개수대 옆에는 화롯대를 씻을 수 있는 장소가 별도로 만들어져 있어 캠퍼들의 소소한 불편까지 해결했다. 캠장 김보현 씨 자신이 캠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넉넉한 사이트 구성과 조용한 분위기로 가족 단위 캠핑이 줄을 잇는다. [왼쪽/오른쪽]24시간 온수가 나오는 개수대와 샤워실 등 편리하고 깨끗한 시설이 장점 / 어린이 세면대까지 마련되어 있는 배려 깊은 캠핑장
그네가 있는 작은 모래 놀이터와 돌다리가 놓인 연못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일반 사이트 외에 방갈로가 있어 텐트가 불편한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걱정이 없다. 캠핑이 처음이라면 방갈로로 캠핑을 체험해봐도 좋다. 방과 테라스 구조로 된 방갈로에는 전기온돌, 에어컨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 화롯대와 버너, 코펠, 테이블과 의자, 침낭, 수저 등 4인 기준으로 모든 캠핑장비가 구비되어 있어 음식만 준비해가면 그동안 꿈꿔왔던 캠핑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6개의 방갈로 중 물소리와 새소리는 바로 옆에 텐트를 칠 수 있어 가장 먼저 예약이 완료된다.
방갈로 사이트 4인 기준 캠핑장비가 구비되어 있는 방갈로 내부
전 사이트는 소리길오토캠핑장 카페를 통해 예약제로 운영된다. 아쉬운 점은 금·토·일 주말만 운영한다는 점이다. 여름 성수기인 7~8월에는 평일 이용이 가능하며, 공휴일이 있는 연휴 기간에도 특별 운영한다. 합천 지역 관광두레에도 참여하고 있는 김보현 캠장은 지역의 농장, 공방, 다원과 힘을 합쳐 계절별로 다양한 테마 캠핑을 준비 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3월에는 청정 미나리단지에서 미나리와 삼겹살을 즐기고, 5월이면 딸기와 오디로 잼을 만들고, 여름에는 가까운 공방에서 염색체험을, 가을에는 블루베리 수확체험을 계획하고 있단다. 그렇게 된다면 지역의 관광자원도 활성화하고, 캠퍼들은 캠핑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단점도 없지 않다. 신생 캠핑장이라 나무가 어리고 그늘이 부족하다. 그리고 소리길 초입에 있다 보니 관광객들의 무단침입이 잦다. 화장실을 이용하러 들어오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텐트 안을 기웃거리거나 쓸데없는 말장난을 걸어와 캠핑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모래 놀이터와 연못 돌다리
해인사로 가는 소리길을 걷다
소리길오토캠핑장은 어떤 캠핑장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연 조건을 가졌다. 캠핑장 어디서나 고개만 들면 가야산이 보인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가야산 능선은 바라보기만 해도 도시의 묵은 때가 말끔히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캠핑장 옆으로는 홍류동계곡이 흐른다. 가야산에서 내려온 맑은 계곡물 소리가 번잡한 캠핑장 소음을 잠재우고 밤새 자장가를 불러준다. 덕분에 꿀처럼 단잠을 자고 개운한 아침을 맞는다. 날아갈 듯 상큼한 공기와 청아한 새소리를 즐기며 한껏 게으름을 부려본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단풍을 즐기러 나선다. 가을이면 전국에서 몰려든다는 유명한 가야산소리길이지만 코앞에 두었으니 해가 중천이라도 급할 것 없다. 캠핑장을 나서 왼쪽으로 가면 황산2구 경로당이 나오고, 경로당을 지나 우회전하면 소리길탐방지원센터가 있다.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소리길이 시작된다.
[왼쪽/오른쪽]캠핑장을 나서면 가야산소리길 탐방로로 이어진다. / 가을 단풍이 붉어 물조차 붉게 물들인다는 홍류동계곡 따라 걷는 소리길
가야산소리길은 대장경테마파크 앞에서부터 해인사에 이르는 길이다. 본격적인 계곡 풍경은 소리길오토캠핑장에서부터 시작된다. 계곡 옆에 놓인 데크를 따라 걷고, 계곡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넌다. 우거진 숲길에 가을 단풍이 붉어 물조차 붉게 물들인다는 홍류동계곡이니 울긋불긋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야산 19경 중 16경이 이곳에 숨어 있다. 그중 까마득한 절벽 사이 낙화담과 최치원이 수도했다는 농산정에서 바라보는 가야산의 절경이 단연 으뜸이다.
캠핑장에서 해인사까지는 약 5km. 걸어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비교적 편안한 길이라 아이들이 걷기에도 부담 없다. 돌아올 때는 소리길을 되돌아 걸어도 되고, 해인사 상가 지역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청량사 입구에서 하차해도 된다. 버스는 오전 6시 40분부터 오후 7시 50분까지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요금은 1,300원이다.
까마득한 절벽 사이 낙화담은 소리길 최고의 절경 [왼쪽/오른쪽]마음조차 붉게 물들이는 소리길 단풍 / 소리길 끝에 자리한 해인사
소리길은 걷는 내내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그리고 함께 걷는 이의 다정한 목소리까지 마음을 가득 채운다. 길 끝에는 해인사 풍경 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소리길을 걷고 돌아온 캠핑장에는 밤새 눈부신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밤새 별이 쏟아지고 물소리 끊이지 않는 소리길오토캠핑장
여행정보
소리길오토캠핑장
주소 : 경남 합천군 가야면 매화산로 670
문의 : 010-5572-6662
1.주변 음식점
부산식당 : 산채정식 /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 / 055-932-7358 / korean.visitkorea.or.kr
향원식당 : 해인한정식, 산채정식 / 합천군 가야면 치인1길 9-1 / 055-932-7575 / korean.visitkorea.or.kr
삼일식당 : 자연송이국정식 / 합천군 가야면 치인1길 19-1 / 055-932-7254 / korean.visitkorea.or.kr
2.숙소
해인사관광호텔 : 합천군 가야면 치인1길 13-45 / 055-933-2000 / korean.visitkorea.or.kr
산장별장여관 :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 / 055-932-7245
오도산자연휴양림 : 합천군 봉산면 오도산휴양로 398 / 055-930-3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