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 킥을 찬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응당 골을 넣는 것을 당연시하기에 골을 넣어도 본전이다.
그러나 그 당연한 것이 실현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것은 인간의 나약한 마음 탓일 것이다.
골키퍼는 정자세를 취하고 태산 같은 자세로 골문을 지킨다.
키퍼가 어느 방향으로 미리 움직이면 키커에게 속내를 내보이는 일이다.
FIFA 규정이 엄격하다 하더라도 실제 게임을 보면
키퍼에게 어느 정도 행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패널티 킥을 차는 방법은 키퍼의 양옆 아래와 상단의 크로스바 쪽이다.
선수들은 컨디션이 좋으면 양옆 크로스바 바로 아래 상단을 노린다.
그러나 그렇게 차는 경우는 좀체 드물다.
그런데 정말 배짱 좋은 선수는 골키퍼를 향해 정면으로 찬다.
찬다는 표현보다 냅다 지른다는 표현이 타당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는 아주 빠른 속도로 골문의 아래 모서리를 향해 차는 것이 일반적이다.
골 모서리 아래, 골문과 가까울수록 성공의 확률이 높다.
그러나 행여 노파심 때문에 어중간하게 차다보면
키퍼가 다른 한 쪽을 포기하고 공이 오는 방향으로 몸을 던졌을 때 잡히고 만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 위대한 ‘매시’도 페널티 킥을 실축했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케인'은 상단의 크로스바 아래 빈 공간을 향해 찼는데 그만 공이 뜨고 말았다.
2002년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대한민국의 8강을 향한 시합이 광주에서 있었다.
시합은 무승부로 끝나고 페널티킥으로 승부를 가리게 되었다.
세 명의 키커가 모두 골을 넣고 네 번째 키커로 나온 선수가 ‘호아킨 산체스 로드리게스’였다.
패널티 라인에 놓인 공이 놓여 있다.
젊디 젊은 그의 표정에 뭔가 불안함이 일렁였다.
공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였다.
그는 골문의 모서리 아래를 겨냥했다.
공을 찼다.
대한민국 이운재 골키퍼의 몸을 날린 방향이 마침 그가 공을 찬 방향과 일치했다.
공은 이운재의 손을 맞고 골문 밖으로 튀어 나갔다.
아, 호아킨의 그 망연자실한 표정이 클로즈업되었다.
그에 반하여 득의만만한 이운재의 얼굴이 화면에 비쳤다.
그는 땅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그가 스페인 8강 탈락의 오명을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했다.
그러나 호아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한 선수였다.
호아킨은 스페인 세비야 근처 어촌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축구에 비범한 재능을 보인 그는 열여섯 살에 ‘베티스’에 입단하고
스무 살이 되던 2001년에 스페인 리그 ‘라리가’에 입성했다.
그 이듬 해 2002년에 스페인 국가대표가 되고 운명의 한일 월드컵에 출전하였던 것이다.
호아킨은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
3년 후인 2005년, 출중한 실력으로 스페인 국왕컵을 ‘베티스’팀에 바쳤다.
그리고 2006년 구단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를 받고 ‘발렌시아’팀으로 이적하였다.
그 이후 ‘말라가’와 이탈리아 ‘피오렌티나’팀에서 뛴 후 중국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그의 축구의 영혼이 담긴 ‘베티스’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아직도 마흔두 살의 쟁쟁한 현역이다.
세계는 둥글고 축구공 역시 둥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