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집 안에 ‘롱우드 가든’ 들여 놓으세요
서울대 총동창회신문 제477호 (2017.12.15)
나는 가드너입니다
박원순 에버랜드 가드너 민음사·17,500원
집 안팎에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리서치 회사 마크로밀-엠브레인 연구원들이 집필한 ‘2018 대한민국 트렌드’(한국경제신문)에서는 “직접 식물을 키워 보고 싶다는 의향이 68.5%로 나타날 만큼 식물 가꾸는 일에 부쩍 관심이 늘고 있다”며 ‘반려 식물’을 2018년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소개했다.
식물이 공기를 정화시키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기능적인 효과를 주는 대상에서 정서적 안정과 평화로움을 가져다 주는 대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박원순(원예92-00) 동문의 책 ‘나는 가드너입니다’가 반가운 이유다.
이 책은 현재 용인 에버랜드의 가드너로 재직 중인 박원순 동문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서쪽에 위치한 롱우드 가든에서 체험한 가드닝과 아름다운 정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엮은 에세이다.
롱우드가든은 영국의 큐가든이나 위슬리가든 같은 보태니컬 가든(Botanical
Garden) 즉, 정통 식물원은 아니다. 식물종 수집을 목적으로 두기보다는 가든 디자인, 원예, 교육 그리고 예술로 일반 대중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모토로 한 원예교육에 중점을 둔 식물원이다. 20개의 옥외 정원과 20개의 온실 정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 최고의 정원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USA 투데이 선정)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해 매년 150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박 동문은 지난 2010년 6월부터 이듬해 5월에 이르기까지 일 년 동안 롱우드가든에서 머물며 사진과 글로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기록했다.
여름의 정원으로는 신비스러운 수련, 고유한 물소리로 가득한 물의 정원, 봄부터 겨울까지 두고두고 감상할 수 있는 ‘페레니얼 가든’, 단순하고 고요한 초록의 ‘고사리정원’을 소개한다.
가을의 정원으로 소개하는 ‘천송이 국화의 정원’은 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국화 다륜대작을 재배해 전시한 것으로 하나의 줄기에서 천 송이의 완벽한 꽃이 피어나도록 재배해 주먹만 한 꽃이 반구 형태의 거대한 돔을 가득 뒤덮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겨울 정원으로는 우리 계절과는 반대로 가을부터 더 활발히 생육하는 ‘지중해 정원’과 유럽식 온실 ‘오랑주리’가 등장한다.
마지막 봄의 정원으로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우드랜드가든’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가드너가 구상해 정원을 꽃으로 수놓는 ‘플라워가든’ 등을 소개한다.
박 동문은 “푸른 숲에 가면 왠지 마음이 평온해지고, 꽃을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베란다 창가나 사무실 책상 위에 어떤 식물이라도 키우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가드너”라고 말한다.
박 동문은 모교 졸업 후 출판사에서 편집 기획자로 일했다. 꽃과 정원이 좋아 아내와 딸을 데리고 제주도로 떠나 여미지 식물원에서 4년간 가드닝 실무를 익히던 중 미국 롱우드 가든에서 1년간 국제 정원사 양성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에버랜드의 가드너로 사계절 꽃 축제를 기획, 디자인하고 새로운 식물을 찾아 키우며 에버랜드 곳곳에 만들어진 여러 정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