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위한 다양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기부 받아 분류하는 로마의 산타 소피아 성당 앞 모습
교회
우크라이나에서 로마의 산타 소피아 성당에 다시 한번 날아든 연대를 위한 호소
로마의 산타 소피아 성당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인도적 지원물품을 기부 받아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지원센터 역할을 해 왔다. 산타 소피아 성당은 12월 14일부터 전쟁과 겨울의 혹독함으로 움츠러든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원하기 위해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했다. 마르코 세메헨 담당 신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넓은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전쟁 종식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Svitlana Dukhovych / 번역 이재협 신부
참혹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9개월이 지난 지금, 국제사회가 보낸 인도주의적 구호품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유일한 생존의 원천이다. 혹독한 겨울의 추위와 러시아의 폭격으로 기반시설이 반복적으로 파괴되는 지금, 우크라이나를 향한 인도적 지원 요청은 더욱 시급하다.
로마를 출발한 지원물품 수송 트럭
산타 소피아 성당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지원물품을 모으는 로마의 센터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낸 자선의 열매를 실은 트럭이 이곳을 출발해 필요한 곳으로 보내진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지역의 주민들이 지역 사제들을 통해 요청하는 물품은 담요, 식료품, 영·유아용 이유식, 의복, 의약품 등이다. 창문, 현관문, 발전기, 보조 배터리 등도 필요하다.
전쟁 종식을 위한 기도
필요한 물품의 숫자와 지원 요청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산타 소피아 성당의 마르코 세메헨(Marco Semehen) 신부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위한 연대를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작은 도움도 희망의 빛을 밝힐 수 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넓은 마음으로 동참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성탄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물품 지원에 동참해 주길, 무엇보다 전쟁의 종식을 위해 함께 기도하도록 이탈리아 주민들의 넓은 마음의 문을 두드립니다.”
이하 마르코 신부와의 일문일답:
마르코 신부님, 전쟁 초기부터 산타 소피아 성당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지원하는 일에 힘써 왔습니다. 전쟁 발발 9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지원을 호소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원을 호소한 이유 중 하나는 물론 우크라이나에서 직접적으로 도움 요청의 목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 발발 초기에 많은 분들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름을 지나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많이 줄었고, 11월부터 저희가 알고 지내는 많은 주교님들, 사제들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늘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보았듯이 발전소에 가해진 폭격은 실질적으로 일상을 마비시켰습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지원하고 이들이 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다시 한번 요청하게 됐습니다.”
최근 수복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주택이 파괴된 지역에 사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인 생활 필수품이 필요합니다. 최근 수복된 지역으로 돌아간 사제들을 통해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퇴각하며 집 안의 거의 모든 것을 가져갔을 뿐 아니라, 주택도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 간단한 물품인 담요부터 시작해 창문, 현관문, 난로, 통조림 등의 식료품, 물 없이 씻을 수 있는 위생용품 등 다양한 물품에 대한 요청이 있습니다. 그들은 최소한 국가가 전기와 수도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모든 물품, 특히 이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한 생필품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원물품을 싣고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도착한 트럭
이탈리아에서 얼마나 많은 지원 물품이 도착하고 있나요? 또한 누가 어떤 물품을 기부했는지, 그 물품들이 어디로 보내지는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산타 소피아 성당에서 처음 지원 물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이후로 현재까지 20톤 트럭 64대를 우크라이나로 보냈습니다. 보안 문제로 모든 트럭이 도착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64대의 모든 트럭이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는 확인서를 저희는 받았습니다. 지난 여름 휴가가 끝나자마자 우니쿠사노 대학에서 보내온 생필품을 실어 보냈던 첫 번째 트럭은 세브추크 상급 대주교님이 계시는 키이우로 출발했습니다. 방한 의복을 실어 보낸 두 번째 트럭은 ‘신중한 업적(Mudra Sprava)’ 재단으로 보내졌습니다. 또한 에사르카토의 주교님과 신자들이 보내온 물품을 두 대의 트럭에 실어 하르키우로 보냈습니다. 저희는 트럭이 하르키우에 잘 도착한 모습, 물품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모습 등을 사진으로 받아 봤지요. 저희는 지금 자포리자로 보낼 트럭을 준비 중에 있으며, 수복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지원을 계획 중입니다. 기증자들은 개별적으로 이곳에 와서 자신들이 도울 수 있는 물품을 기증합니다. 또한 교황자선소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많은 관심을 보내주십니다. 교황자선소장 콘라드 크라예프스키(Konrad Krajewski) 추기경님은 종종 승합차에 생필품을 가득 싣고 와서 전달해 주시고 저희는 그것을 우크라이나로 보냅니다. 그 외에도 적십자, 식료품 은행 재단, 의약품 은행 재단 등 다양한 단체에서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저희의 사명에 물품과 기부금으로 도움을 줍니다.”
우크라이나는 화려한 조명이나 온기를 거의 느끼지 못한 채 이번 성탄을 맞아야 합니다. 이 시기 다른 모든 이를 향해 전하는 신부님의 메시지가 있다면요?
“성탄은 언제나 가정의 축제, 누구나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가는 축제의 날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난방이 되지 않는 불편한 집에서, 또는 집도 없는 상황에서 성탄을 맞이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현실과 함께 우리는 예수님 또한 빛도 온기도 없는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평화가 이 땅에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성탄시기가 온 유럽이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새롭게 하는 시기가 되길 빕니다. 또한 구체적인 손길과 기부, 자선을 통해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돕고 희망의 불을 밝힐 수 있길 빕니다. 이로써 폭격 속에 있는 이들, 가족을 잃은 이들, 절망한 이들이 자신들이 혼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희망의 불이 되길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믿는 모든 이에게 우리 인간의 손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의 손길을 전하십니다.”
전쟁이 발발하고 장기화되면서 산타 소피아 성당의 마당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차에 지원 물품을 가득 싣고 찾아옵니다. 신부님은 이탈리아 사회와 개인들의 이렇게 커다란 연대를 기대하고 예상하셨나요?
“이렇게까지는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부하는 한 사람부터 큰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탈리아 국민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들은 이곳 로마에서 수행하는 지원 사업에만 물품과 기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여러 우크라니아 그리스-동방 가톨릭 교회 공동체가 수행하는 사업에도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회 전체는 전쟁 초기부터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피난민을 위한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지금은 수복된 지역의 주민들을 돕고 있습니다.”
지원사업을 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2만3000유로(약 3000만 원)에 해당하는 위생용품을 기증한 한 기업인이 계셨습니다. 개인으로서 매우 큰 기부였죠. 또 매우 감동적인 기억도 떠오릅니다. 몸이 불편해서 전동 휠체어를 타는 분이셨는데 파스타 두 박스와 밀가루 한 박스를 가져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신부님, 이게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 제가 드릴 수 있는 전부입니다.’ 저는 이탈리아 국민들이 매우 넓은 마음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탄을 준비하며 저희는 다시 한번 이탈리아 국민들의 넓은 마음의 문을 두드리려 합니다. 구체적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무엇보다 전쟁 종식을 위한 기도를 청하기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