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무기력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은 있음에도 정작 움직일 줄을 모른 채 살고 있다.
지난날에 다녀왔던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하나 둘 지워나가는 일들이
이제는 다반사가 되어버렸으니 한편으론 새로운 의욕이 없어진 까닭일 테다.
긴긴 겨우내 추위에 움츠려 지내느라 외출 한 번 변변치 못해 자칫 그냥 주저앉을까 싶은데..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스멀스멀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몇 해 전부터 추위와 담을 쌓은 후로 겨울은 잃어버린 계절이 되어버렸기에
봄은 나에게 기쁨이 되었다.
며칠 전, 아파트 잔디를 정리하다 아직 해동이 안된 그늘 쪽 한편에
숨어있던 복수초를 만났을 때의 짜릿했던 기억이 시작이었을까?
며칠 동안의 생각을 정리하고 통도사로 출발했다.
새벽 2시 출발을 계획했으나 그러지 못하고 두 시간 지나 출발한 것이 지나고 나니 아쉬움이 되었다.
4시간 반 거리였으니 밤새 달려 도착한 시간이 8시 반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경기 북부 지역에서 남쪽으로 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에...
통도사도 매화도 처음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여느 여행(산행) 전문가 못지않게 다녔기에 당연히 가 봤을 거 같지만
정작 통도사와 매화와 영남 알프스의 간월산 영축산 일대는 태어나 처음인지라
매화와는 깊은 인연이 없었어도 한 번은 만나야 후회되지 않을 듯싶었다.
매화가 제일 먼저 핀다는 통도사다.
수령도 오래되어 그 자태가 귀하며 꽃 향기도 그윽하다니..
자장매, 만첩홍매, 담홍매, 홍매
날씨에 따라 상태가 예측키 어려운 꽃이 매화이기에 개화 상태를 지켜보던 차에
복잡할 주말을 피해 금요일(14일)로 결정하고 왔는데..
도착하니 이미 적잖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자장매와 분홍매 그리고 홍매는 가장 멋지게 피어있었으니
여기저기서 기쁨이요 카메라들은 쉼 없이 모여들었다.
9시를 지나면서 늘어나기 시작한 내방객들은 10시가 되니 점점 더 매화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2시 출발을 못한 아쉬움은 두고두고 아쉬워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