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은 지난 18일 가천문화재단(이사장 이길여)이 주는 '심청효행대상'을 받았다. 상금 1000만 원은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쓸 계획이다.
수상이 결정되자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 "현대판 효녀 심청을 만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그는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저와 제 가족에겐 평범한 일상인데 상을 받았다고 특별한 시선으로 보는 게 부담스러워요. 자랑할 일인지도 모르겠고요."
"평범한 일상이라도 듣고 싶다"고 거듭 요청해 시상식 당일 인천 연수구 가천문화재단 사무실에서 김양과 부모를 만났다. 볼에 난 붉은 여드름 자국을 감추지 않은 민낯 소녀였다. 주름 잡힌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었고 목소리는 차분했다.
김양 아버지 직업은 안마사다. "누가 아빠 직업을 물어보면 '안마사 하신다'고 말해요. 아빠를 부끄러워하거나 아빠 직업을 숨긴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자랑을 했다. "컴퓨터 음성 기능을 이용해 책도 많이 보셔서 박학다식하세요. 장애에도 좌절하지 않고 노력해서 이만큼 오셨잖아요. 아빠는 제가 본받을 게 많은 분이에요." 김양은 "열심히 사시는 아빠가 자랑스럽고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김양이 한의사를 꿈꾼 건 아버지 영향이 컸다. "아버지 안마를 받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막연히 한의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버지가 경혈이나 약초에 대해서도 자주 알려주셨죠."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어머니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스페인으로 한 달간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고교 수석 입학으로 받은 장학금 덕에 아낀 학비에다 틈틈이 모아온 용돈을 보탰다. 수능을 불과 1년 앞둔 때라 학교 선생님들은 "다시 생각해보라"고 만류했지만 김양 생각은 달랐다. "고3 되면 여유가 더 없을 테고, 엄마 건강도 고려할 때 지금 가야 한다"고 고집했다.
고 3이 된 뒤에도 주말엔 청소와 빨래를 하고 남동생(17) 공부도 봐줬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하루 종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가족 한 사람이니 제 손이 비어 있을 땐 당연히 집안일을 해야죠." 돈 많고 건강한 부모 딸로 태어났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누구에게나 나름대로 고충이 있잖아요. 집이 부자여도 부모랑 단란한 시간을 못 보내는 자식도 많아요."
사교육을 받지 않은 김양은 "평일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 한 게 전부"라고 했다. "제 머리가 특별히 좋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신문과 책 읽기를 좋아한 게 도움이 됐어요. 고 3이 되고도 문학, 과학, 철학 관련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꾸준히 빌려 봤어요."
김양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네 식구니깐 각자 4분의 1씩 감당하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자식을 잘 키우지
않으려는 부모도 있나요? 그저 명은이가 잘 자라준 것뿐이죠."
내년 3월 대학 입학을 앞둔 김양은 다음 달부터 아버지가 일하는 지압원에서 청소 일을 도와줄 계획이다. "제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불쌍하다' '힘내라'는 말이 저는 듣기 불편해요. 좋은 뜻으로 하시는 말인 건 알지만 그냥 '열심히 사는구나'라며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힘내라! 김양!그렇게 사는게 참으로 가치있는 인생이다.
감사합니다, 담아가 나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