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갈치 조수일
야행성이었다 달이 뜬 후에야 낡은 통통배를 밀고 바다로 향했다 대낮엔 모래 틈이나 펄 바닥에 엎드려 밤을 기다리는 갈치를 닮았다 딱 한 번 흙탕물에 발이 빠졌을 뿐인데 당신의 얼룩은 평생을 따라붙었다 어둠이 더 편한 밑바닥의 생 북항의 밤은 늘 멀리서 찬란하였다 날렵한 지느러미에 주눅 든 새끼들을 싣고 밤하늘의 유성을 따라가고 싶을 때도 있었을까 은빛의 유려한 칼춤으로 자신의 바다에서 단 한번도 刀漁가 되어본 적이 없는 아버지 갈라터진 엄마의 울음이 뻘밭에 뿌려지던 날 마지막 실존이었던 銀粉마저 다 털려 유영의 꿈을 접었던 평생 들이켠 바다를 다 게워내느라 갑판 위가 흥건했다 짠물을 다 마시고도 채우지 못한 허기 삶을 지탱하는 힘이 어쩌면 꿈을 좇는 허영인지도 모른다 바다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한 갈치 떼 가쁜숨 몰아쉬며 눈먼 만삭의 어둠 속에서 습관처럼 살점 저며주고 뼈만 남은 먹갈치 한 마리 또 한 번 서툰 몸짓으로 비상을 꿈꾼다
(2023년 수주문학상 당선작) 조수일 시인
전남 나주 출생. 전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제3회 2002년 기독공보 신춘문예 시 부문 수상, 제10회 동서문학상 시 부문 은상, 제4회 항공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제4회 등대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제1회 송수권문학상 신인상을 수상. 2017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하고 2022년 첫시집 『모과를 지나는 구름의 시간』 출간. 시산맥시회와 나주문협에서 활동 중이며 광주시교육청 산하 중학교 사서. 광주남문교회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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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시 문학상은 다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