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태 선생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다. 불모지와도 같던 국내사진학 교육계의 1세대 교육자로서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와 국내사진의 한계를 고민하고 넘어서려는 창조적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다. 사진입문 초기에는 고 임응식 선생의 리얼리즘 사진의 영향을 받아 다큐멘터리 사진에 천착해서 한국적 정서를 기록했으나 이후 현대사진의 새로운 흐름에 빠르게 힘입어 문명 비평적 시각의 사진들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여 왔다.
특히 이 전시는 ‘장날’이라는 전통적 주제를 가지고 선보이게 된다. 장날은 단순히 생필품을 거래하는 교환 장소가 아닌 삶 자체를 공유하는 한국적 공동체문화의 대표적 모습인 것이다. 이런 장이 열리는 날이면 작가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전통적인 장터 모습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삶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인화지위에 드러난 장날의 모습은 정과 흥이 넘쳐난다. 정성스레 기른 돼지를 신주처럼 안고 나온 노인, 아찔한 차력 쇼에 넋이 아이들의 모습과 삼삼오오 장터로 마실 나오는 노인들의 새 하얀 베옷 뒤로 넉넉하게 흘러넘치는 우리네 정서가 엿보인다.
그러나 장날은 어느 새 자본주의적 유통구조 속에서 생겨난 기업형태의 대형마트와 거대상설시장 등에 밀려서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나마도 명맥만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로 말미암아 우리는 문명적 발전이라는 편리함을 얻었지만 동시에 전통과 우리민족이 지녀온 정신을 잃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생산과 소비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양식자체가 서구적 구조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순태 선생이 기록한 장터는 사라져가는 전통이자 그리움이며 우리가 배워야할 조상들이 간직해왔던 순수하고 소박한 삶과 정서 그 자체인 것이다.
이번 전시는 관람하는 모두에게 우리가 간직해야할 옛 정신과 전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줄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글 / 한미사진미술관
사라져 가는 정겨운 장날 정경
사진을 시작한지 50여년의 긴 세월, 사진의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덤비던 초년병 시절을 거쳐 임응식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다큐멘터리 사진이 사진창작의 진실임을 깨달으면서 더욱 열을 올려 한국의 전통미, 농촌의 인간상, 한국의 인간상, 이 땅을 지키는 사람들, 장날, 청계천, 한국의 서정, 이산가족, 낙동강 등을 주제로 철저한 다큐멘터리 정신으로 기록성의 뿌리를 내렸으나 현대사진의 새로운 흐름에 힘입어 문명 비평적 시각으로 선회하여 서울의 찬가, 변화된 풍경, 한강 재개발, 조형과 추상 등을 주제로 사진에 몰입했으며, 후반부에는 세계 각국의 생활상과 풍물을 기록하는 여행 기행사진에 몰입하여 100여 개국이 넘는 나라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진인생을 정리하고자하는 입장에서 첫 번째 손꼽은 주제를 ‘장날’로 귀착시킨 데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우리의 지난 과거의 생활모습을 가장 리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일한 주제이다. 전국의 장날이면 어디에나 참가하여 전국에 산재해서 벌어지는 장날이며 어김없이 기록했다. 처음에는 막연히 기록했으나 날이 가면 갈수록 장날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장날이면 온 마을 사람들이 예쁘거나 멋지게 단장하거나 차려입고 꿍쳐둔 돈과 그동안 생산한 농산물을 보따리에 넣어 짊어지거나, 우마차에 싣고 혹은 지게에 지고 수 십리 먼 길을 거쳐 장터에 다다른다. 좋은 자리를 잡아 펼쳐 놓고 호객을 하여 가져온 물건들을 팔아 아들딸 시집 장가가는 혼숫감을 마련하거나 제사상에 올릴 제물을 사거나 갖가지 일용품을 사기도 하며, 오랜만에 이웃 동네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며 순댓국 국물에 막걸리를 마시며 오랜만에 해후를 한다. 총각, 처녀들은 부끄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숙이고, 농사지은 소를 장만하거나, 그동안 자란 소를 팔아 자식의 학비나, 자식들의 결혼 비용을 마련하기도 한다. 장날이면 전국을 돌며 장사하는 약장사의 기합소리, 옷감과 옷, 각종 생필품을 파는 호객소리, 흥겹고 즐거운 농악소리, 대장간의 철을 두드리는 망치소리. 이것은 한국의 소리이고 전통문화의 장이며, 흐뭇한 한국적 인심과 관습의 종합적인 집결체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대량 경제체제로 서서히 바뀌어 가면서 면소재지나 마을이 점차 커져가면서 상설시장이 확대되고 정착화 되면서부터 장날은 점차 쇠퇴하거나 없어져 이제는 이러한 삶의 정경을 찾아볼 수 없게 되고 설령 장날이 생존해서 열리고 있다 하더라도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전통성과 우리 민족의 순수한 뿌리는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민족사를 기록 정리하여 영원히 후대에 남기는데 전시의 목적을 두었다. 지난 세월의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풍물이기는 하나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이 이러한 전통의 뿌리 속에서 오늘날과 같은 굳건하고 작은 나라이지만 긍지를 가지고 사는 민족이 가능했던 저력에는 장날과 같은 협동체의 생활사의 결집이었음을 제시해 주는데 있다.
홍순태 작가노트 中
---------------------------------------- 홍순태(Hong ,Soon-Tae)
1934 서울출생 1960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졸업
양정고등학교와 보성고등학교 교사를 지냈으며, 덕성여대, 성신여대, 등에서 강의하였다.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신구대학 사진학과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강사로 재직 중이다.
1980 국전초대작가 1986 86 서울아시안게임 공식기록 사진가 1988 88서울올림픽 공식기록 사진가 1989 사진예술지 편집주간 (-- 현재) 1993 엑스포` 93 멀티비전 총감독 한국 민족사진가협의회 의장
저서 홍순태, 『풍경사진 입문』, 서울, 대원사, 1998. 홍순태, 『사진 입문』, 서울, 대원사, 1998. 홍순태, 『현대사진의 전개와 비평』, 서울, 신구, 1994. 홍순태, 『현대사진의 조류』, 서울, 신라, 1985. 홍순태, 『풍경사진 기법』, 서울, 신라, 1986. 홍순태, 『사진이론을 버려라』, 서울, 대원사, 2000.
번역서 시게모리고엥, 『풍경사진 입문』, 홍순태(역), 서울, 해뜸, 1987. 와따나베 쯔도부, 『현대일본사진가』, 홍순태(역), 서울, 해뜸, 1988.
사진집 『아메리카 작품집』, 도서출판 시각, 1982. 『작품집 NUDE』, 도서출판 시각, 1984. 『홍순태 사진전집』, 사진과 평론사, 1991. 『끝없는 구도의 땅 티벳』, 서울, 불광, 1993. 『홍순태 사진집 1960-1994』, 사진예술사, 1994. 『홍순태 정년기념 사진집/존재』, 신구대 사진과, 2000.
개인전 제1회, <투시>, 미도파화랑, 서울, 1978. 제2회, <시점>, 미도파화랑, 서울, 1979. 제3회, <아메리카>, 롯데화랑, 서울, 1980. 현대칼라화랑, 부산, 1980. 어린이회관화랑, 춘천, 1980. 제4회, <한국의 미>, 삼일당화랑, 미국 L.A, 1981. 제5회, <동양을 통한 서양의 해석>, 미문화원, 서울, 1981. <아름다운 미국>, 미국문화원, 광주, 1981. 제6회, <미국여성>, 파인힐 화랑, 서울, 1983. 제7회, <누드>, 한마당화랑, 서울, 1984. 제8회, <이 땅을 지키는 사람들>, 뉴코아화랑, 서울, 1987. 제9회, <포라로이드>, 조선화랑, 서울, 1987. 제10회, <시점2>, 파인힐 화랑, 서울, 1987. 제11회, <네팔과 히말라야>, 백상기념관, 서울, 1990. 제12회, <풍경>, 제일은행 본점, 서울, 1990. 제13회, <환상의 파리>, 파인힐 화랑, 서울, 1991. 제14회, <시점3>,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1991. 제15회, <북아프리카>, 일본, 1991. 제16회, <환상의 티벳>, 후지포토살롱, 서울, 1992. 제17회, <홍순태사진 콜렉션전>, 예인의 집, 서울, 1993. 제18회, <이스탄불>, 후지포토살롱, 서울, 1993. 제19회, <조형공간>, 예인의 집, 1993. 제20회, <부탄왕국>, 갤러리아 아트홀, 서울, 1993. 제21회, <홍순태 회고전 1960-1999>, 서울갤러리, 서울, 1994. 제22회, <무스탕 왕국>, 삼성포토갤러리, 서울, 1995. 제23회, <죠르단과 시리아>, 삼성포토갤러리, 서울, 1996. 제24회, <성산카일라>, 삼성포토갤러리, 서울, 1997. 제25회, B&W 일본의 인상, 한강갤러리, 서울, 1998. 제26회, Image of Painting, 시바포토갤러리, 서울, 1999. 제27회, <세계의 벽화>, 율동공원 갤러리, 성남, 1999. 제28회, <홍순태 사진전>, 성남시청 전시관, 성남, 1999. 8. 20. 제29회, <홍순태 2000>, 서울갤러리, 서울, 2000. 제30회, <홍순태 사진전>, 성남, 2000. 제31회, prospect of the korea society (1960s~70s) (60~70년대 한국사회의 조망), 김영섭 사진화랑, 서울, 2003. 제32회, <다시보는 청계천>, 김영섭 사진화랑, 서울, 2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