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의 시세계
이백의 [장간행]
채머리 간신히 이마 덮을 때
문앞에서 꽃을 따고 놀았더랬다
임꼐선 죽마를 타고 와서는
침상을 둘러싸고 청매를 갖고 놀았다
장간리에 함께 살면서
어린 우리는 시기하지 않았다
열네 살에 그대에게 시집을 가니
낯이 부끄러 웃음지지 못했네
고개 숙이어 지그시 담만 바라보고
천번 불러도 한 번 돌아다 못 봤네
열다섯에 비로서 낯을 펴고서
한평생 함꼐 살다 재가 되자고
언제나 굳은 맹세 신의로 지켜
일찌기 망부대에 올라
열여섯에 그대 멀리 떠나
구당 염예퇴 험한 곳으로 갔다
오월 물줄기 세차서 대지 못하고
잔나비는 하늘 위서 애처로운 곳
그대 떠날 때 문전의 발자국마다
푸른 이끼만 돋아나고,
추풍이라 낙엽은 벌써 지고
팔월이라 호랑나비 오기는 해도
쌍쌍이 서원 풀에 날고 있어
내마음 이로써 슬피 느끼며
외로이 앉아 홍안이 늙는구나
조만간 삼파에 다다르거든
우선 편지를 보내 주시오
마중 길 멀다 않으리니
곧바로 장풍사에 나가 맞으리
-이태백집
난설헌[장간행]
① 집이 장간 마을에 있으니
장간 길 오가며 살아왔지요
꽃을 꺽어 낭군에게 물어보기를
어떻소, 내 모습 곱다란가요
② 어젯밤에 남풍이 일어나니
배의 깃발이 파수를 가리키네
북에서 오는 뱃사람 만났으니
알기에 낭군께선 양주에 계시다고요
-난설헌 전집12
p390
난설헌 [제화시]1수
무지개가 공중에서 하늘 사다리 되고
신선의 하얀 발이 쌍무지개 밟으며 가네
거친 바람 산 절벽에 불어치니 파도가 일고
소낙비 하늘에 자욱해 구름 빛이 나직하다
용은 불구슬을 안고 물속에 잠겨 있고
붕새는 날개를 번쩍이며 지평선에 사라지네
침침한 깊은 대궐 안에는 귀신이 울고 있는 듯하고
채필의 솜씨 넘칠 듯 힘차 정신이 아득하다
① 구름위로 솟은 산마루에 물기 머금은 부용
나무는 붉은 낭떠러지에서 안개 기운 짙네
판각에서 염불 마치자 스님은 선정에 들고
법당에선 재를 끝내니 학이 소나무로 돌아오네
담쟁이 넝쿨 매달린 절벽엔 산도깨비 울고
안개 자욱한 가을 못엔 촉룡이 누워 있구나
밤이 되자 등불 석탑을 비추고
동녘 어스름한 달빛 속에 종소리 드물게 들려오네
② 요단을 닦고 옥황님꼐 예를 올리니
새벽 별 희미하게 붉은 은하수 가에 떠있네
향기는 선녀들이 봄을 즐기는 버선에서 풍기고
물소리는 상아가 빗속에 타는 거문고 소리네
솔바람 차가워 불전 꿈 속에 스며들고
눈꽃은 석루에 낀 안개 맑게 적시네
현묘한 마음은 이미 삼삼경 깨달았으나
온종일 평상을 마주하고 앉아 선정에 들었네
허난설헌의 시문학/ 저자 김명희/ 출판 국학자료원 발매
2013.08.22.
카페 게시글
詩詩한 요일
허난설헌의 시문학
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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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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