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이 디도에게 감독의 조건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로와 감독은 당시 교회의 영적 지도자로서 오늘날의 목회자와 같은 직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장로란 교회 안에서 연장자로서 또 존경의 대상으로서 사회적 지위와 직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감독이란 직무상 그가 가지고 있는 직분자로서 강조점을 둔 호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감독’이라는 말의 의미는 ‘돌보는 자’, ‘보호자’, ‘관리자’라는 뜻입니다. 성경에서 이 단어는 하나님께서 어려움 가운데 있는 자신의 백성을 돌아보신다는 것을 묘사하는 데에 쓰인 단어였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점에서 볼 때 감독은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을 돌아보시는 것과 같이, 영혼들을 돌보는 자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도 바울은 감독에 대해 ‘하나님의 청지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당시 감독은 교회의 지도자로서 교회의 재정을 비롯한 모든 제반사항을 총괄하는 지도자였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자세는 자신이 ‘하나님의 청지기’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하나님의 청지기임을 기억할 때,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겨주신 모든 것으로 하나님을 대신하여 성도들의 영혼을 돌보는 일에 전적으로 사용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참된 의미의 감독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감독은 책망할 것이 없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장로의 조건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격에 흠이 없는 좋은 성품과 그에 따른 바르고 윤리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이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 사도 바울은 ‘제 고집대로 하지 않는 자’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 고집대로’라는 말은 ‘자기를 기쁘게 하는’, ‘자기만족의’, ‘독단적인’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단어입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감독이란, 하나님과 성도들의 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삶을 살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 사도 바울은 감독은 ‘급히 분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급하게 분을 낸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며, 온유하고 인내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본받지 못한 자라는 의미가 됩니다. 언제나 자기 자신의 감정대로 나타내지 않고, 어떠한 상황과 문제 앞에서도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과 생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영적 이성을 지녀야만 참된 감독일 수 있음을 사도 바울은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 감독은 ‘술을 즐기지 않고 구타하지 아니하며 더러운 이득을 탐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술과 구타와 더러운 이득을 탐한다는 것은 당시 세상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을 통칭하는 것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그들은 술에 인박힌 삶을 살았으며, 자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해를 입혔습니다. 그리고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물질적 이득을 탐했습니다. 감독은 이처럼 세상 사람들이 갖고 있는 모습들로부터 철저히 자신을 구별시키는 자가 되어야 함을 사도 바울은 전하고 있습니다. 세상 풍조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부단한 경건의 노력이 있어야 함을 사도 바울은 말한 것이며, 이러한 삶이 결국 성도들에게 본이 될 것이기에 감독은 이 일에 힘써 노력해야 함을 사도 바울은 밝힌 것입니다.
- 오늘 본문 역시 장로와 마찬가지로 특정 직분자인 감독에게만 해당되는 권면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영적 자세이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 바울이 제시한 것처럼, 하나님을 대신하여 사람들을 영혼을 돌보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모든 일을 행하시듯, 내게 맡겨주신 영혼들을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되어 돌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는 내게 시간과 물질과 건강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우리 손에 맡기셨습니다. 나를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닌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다른 이들을 섬기도록 하시기 위한 섭리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에게 맡겨진 귀한 사명을 기억하고, 이에 합당한 삶을 살기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 사도 바울은 우리가 책망받을 것이 없어야 하고, 제 고집대로 행하지 않아야 하며, 급히 분내지 않고, 세상 사람들과 다른 구별된 가치관과 삶을 이루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부단한 경건의 훈련을 통해서만 주어지는 것들입니다. 흠이 없는 인격과 좋은 성품을 갖고 온전한 삶을 살게 되는 것도,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귀를 열어 독단을 행하지 않는 것도, 자신의 감정에 빠지지 않고 영적이성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도, 세상과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되는 것도, 오직 부단히 경건의 훈련을 해야만 얻어지는 것들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우리는 경건의 훈련을 꾸준하게, 성실하게, 열심을 다해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