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杜牧)<청명(淸明)>
세설신어 [世說新語] [540] 구만소우 (求滿召憂)
명나라 왕상진(王象晉·1561~1653)의 일성격언록(日省格言錄) 중 '섭세(涉世)'편의 말이다.
"무릇 정이란 다하지 않는 뜻을 남겨두어야 맛이 깊다.
흥도 끝까지 가지 않아야만 흥취가 거나하다.
만약 사업이 반드시 성에 차기를 구하고,
공을 세움에 가득 채우려고만 들 경우,
내부에서 변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반드시 바깥의 근심을 불러온다
凡情留不盡之意, 則味深.
凡興留不盡之意, 則趣多.
若業必求滿, 功必求盈, 不生內變, 必召外憂."
사람들은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남는 것은 회복 불능의 상처뿐이다.
더 갈 수 있어도 멈추고,
끝장으로 치닫기 전에 머금어야 그 맛이 깊고 흥취가 커진다.
저만 옳고 남은 그르며, 더 얻고 다 얻으려고만 들면,
없던 문제가 생기고 생각지 못한 근심이 닥쳐온다.
한 대목 더.
"내게 거슬리는 것을 가만히 잠깐 살피기만 해도
문득 차분해져서 마음이 시원스럽게 된다.
그래서 두목(杜牧)은 그의 시에서 '참고 지나가면
그 일도 기뻐할 만하다네'라고 말했다
逆我者, 只消寧省片時, 便到順境, 方寸廖廓矣.
故少陵詩云 '忍過事堪喜'."
내 앞길을 막는다고 맞겨루려고만 들면 다툼이 그칠 새 없다.
가라앉혀 상대의 입장으로 생각하자
이내 차분해져서 좀 전 성내던 일이 부끄러워진다.
두목은 그의 시 '견흥(遣興)'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거울 보며 흰 수염 만지작대니, 어쩌다 이렇듯 늙은이 됐나.
뜬 인생 언제나 정신이 없고, 아이들은 자꾸만 칭얼거린다.
참아내면 그 일도 기쁠 것이요, 편해진들 근심이야 없을 수 있나.
가라앉혀 마음을 차분히 가져, 막힌 길 나와도 괘념 않으리
鏡弄白髭鬚, 如何作老夫.
浮生長勿勿, 兒小且鳴鳴.
忍過事堪喜, 泰來憂勝無.
治平心徑熟, 不遣有窮途."
거울을 보는데 구 레나룻과 수염이 허옇다.
돌이켜 보면 늘 경황 없이 발만 동동 구르며 살아왔다.
커가는 자식들은 부모에게 원하는 것이 그때마다 달라진다.
어쩌나 싶어 안타깝던 일도 지나고 나니 다 견딜 만한 기쁜 추억이 되었다.
형편이 괜찮을 때도 근심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이렇게 마음을 가라앉히자,
지금의 나쁜 상황도 다 잘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되더라는 얘기다.
정민(鄭珉)교수의 세설신어(世說新語)
(한양대 교수,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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