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고기만 잡으면..손주가 웁니다
[애니멀피플]
송사리 10대 실험서 왜소화 확인
성장 늦고 조숙..생태계 전체 교란도
큰 물고기만 골라잡으면 왜소화와 번식력 감소를 불러 결국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진다. 대형 저서 어류인 참바리. 게티이미지뱅크.
낚시인의 꿈은 큰 물고기를 낚는 것이다. 어업에서도 어린 물고기 포획을 막을 뿐이다. 그러나 큰 개체만 골라잡으면 성장과 번식력이 떨어지고 나아가 남획 이후 회복되지 못하는 등 생태계 자체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샬로테 에반겔리스타 노르웨이 오슬로대 박사후연구원 등 노르웨이와 프랑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모델 물고기인 송사리를 이용한 실험으로 큰 개체만 솎아내는 어획 방식이 생태계에 장기간에 걸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모델 어류인 송사리를 10대에 걸쳐 큰 개체만 솎아내는 실험을 했더니 성장률 둔화와 조숙화가 드러났다. 알을 매단 송사리 암컷. 에릭 에덜린, INRAE 제공.
연구자들은 환경조건이 같은 두 수조에 각각 송사리를 넣고 한쪽은 어업에서처럼 큰 개체를 솎아내고 다른 곳에서는 자연선택이 이뤄지는 것처럼 큰 물고기가 주로 번식하도록 했다. 10대에 걸친 사육 실험 결과 큰 개체가 잡혀 나간 수조의 송사리는 그렇지 않은 송사리보다 느리게 성장했고 일찍 성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이 느려 덩치가 작은 물고기일수록, 또 조숙해 일찍 번식에 나서는 물고기일수록 살아남아 형질을 후손에 남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큰 물고기 남획이 어종의 왜소화를 낳고 있으며 번식력이 왕성한 대형 개체의 포획도 어린 물고기를 잡는 것처럼 금지해야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이다
(▶‘번식력 여왕’ 대어를 잡지 말아야 하는 이유).
에반겔리스타 박사는 “(큰 물고기만 잡아내면) 물고기가 점점 작아진다는 사실은 알려졌다. 하지만 그것이 먹이 구조나 생태계 기능 등 더 높은 차원에서 어떤 결과를 빚어내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예를 들어 큰 물고기는 더 큰 먹이를 먹는데 집단 전체가 작아지면 더는 그 먹이를 먹지 않게 된다. 행동도 달라져 더 작은 물고기는 포식자를 피해 더 은밀한 곳으로 다니고 먹는 것과 배설하는 위치가 달라진다.
그는 “대담한 물고기는 더 활동적이고 소극적인 물고기보다 더 많은 먹이를 먹게 되지만 낚시에 걸릴 확률은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낚시터에는 더 작고 비활동적이며 소극적이어서 낚시에 잘 안 걸리는 물고기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낚시터 물고기는 왜 갈수록 안 잡힐까…그 궁금증이 풀렸다).
선택 어획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반 자연 연못. 플로리안 빈센트 제공.
큰 개체만 잡았을 때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반 자연 상태의 소형 연못에서 큰 개체를 솎아내 유전적으로 왜소화한 송사리와 그렇지 않은 송사리를 여러 조건으로 나눠 3개월 동안 길렀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결과는 두 집단 사이의 번식력 차이였다. 큰 개체를 제거한 집단에서 번식력이 현저히 떨어졌는데 특히 개체수가 많은 연못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연구자들은 “큰 개체를 솎아낸 송사리들은 밀도가 높아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수산자원 관리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존의 수산관리 모델은 남획으로 물고기가 줄어들어도 먹이가 충분하기 때문에 곧 회복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는 회복속도가 빠르지 못할 것을 가리킨다.
큰 개체를 잡아낸 집단에서는 바닥에 숨은 먹이를 잘 찾지 못하는 등 먹이행동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조류 등 식물플랑크톤을 먹는 무척추동물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생태계의 구조가 달라진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레저용 낚시나 어업에서 대형 개체 포획을 규제하지 않으면 기후변화 영향도 더해 바다의 물고기는 점점 왜소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픽사베이 제공.
에반켈리스타 박사는 “큰 물고기만 잡는 어획은 당신의 손주가 대어를 낚을 기회를 앗아갈뿐더러 전체 생태계를 바꿔놓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 10.1098/rsos.210842
조홍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