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이 수미산이라..
어제 보고는
'아직은 작으니 내일 따야지' 하고
남겨둔 호박 하나가 밤사이 없어졌습니다.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남의 물건을 말없이 가져가다니' 하고
얼른 생각나는 것이 인과 법문입니다.
내가 남의 물건을 말없이 가져온 인연으로
내 것을 하나 덜어 갔으려니 생각하니
빚을 갚은 셈이 되는데
만약에 그가 가져간 인연으로 인하여
과보를 받게 된다 면에 생각이 미치자
아무리 나의 것을 전부 다 가져간다 해도
그로 인한 과보는 받지 않도록 할수 있는 것이
수행하는 이의 마음이려니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호박 한 덩이는
본시 나의 것도 아니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며
단지 사대가 가합하여 이루어 진
하나의 명과 상일 뿐
그것을 내가 심었다
하는 마음으로 집착하는 때
가지 가지 법이 일어나지만
본시 내것이 아님을 깨달아 돌이키면
상대의 업도 가벼이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본시 나라는 것도
잠시 빌어쓰고 얻어 사용하는
나 아닌 나의 요소들인데
그 나에 대한 전도 몽상이 자칫
삼계유심이요 만법유식의 도리를 지어 내
허망함에 빠지게 합니다.
언젠가 본 기억에 어느 스님이
행색이 추레한 모습으로 산길을 지나는데
이 스님에 대한 선입견으로
좋지 않은 인상을 지닌 촌부가
지게에 잔뜩 짐을 지고 지나다가
무지막지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고 갑니다.
스님은 마음에 아무런 동요를 일으키지 않고
무심히 받아 내고는 고개를 넘는데
자기를 욕하던 촌부가 고개 마루에서
엎어져서 크게 다쳐 있습니다.
스님은 그 촌부를 일으켜 부축하면서
내가 무심으로 인욕하고
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무심에서 한 생각 더 나아가
저 사람이 과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수행자라 할 것인데
내가 조금은 모자랐구나.
하고 생각하였더랍니다.
그렇습니다.
무심하라 무심하라 하지만
진정한 수행자라면 무심이라는
백척간두에서도 진일보 하는 마음으로
일체 중생의 짓는바 업을
정화하도록 마음을 써야 할 것입니다.
상대의 하는 일이 나쁘다 하여
그저 피하고 참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마음 바탕을 바로 할 수 있도록
응무소주하는 마음으로 한 생각 돌이킨다면
즉시에 범부가 성인되고
번뇌가 깨달음과 둘이 아닌
전미개오의 도량이 곳곳마다 생길 것입니다.
금강경에 나오듯
부처님 전생인 인욕 수행자가
가리왕이 할절신체하는 상황에서도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으셨다
하는 가르침이 나오는데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음에 그치고
나와 상대를 무여열반에 들게 하는
바라밀의 완성이 되지 않는다면
인욕은 진정한 인욕이 아닌
굴욕이 될 수도 있는 일임을
생각해 보는 하루입니다
한 생각 돌려서
상대의 잘못조차 감당해 주는 마음이
부처와 보살의 마음임을 생각한다면
악마를 부처로 모시고
사탄을 보살로 보라 하는 역설이
진정한 정안을 갖춘 이의 말이 됩니다.
우리는 좋은 마음으로 선행을 하다가
자칫 그런 인연으로 인하여 오히려
하지 않으니 만 못한 경우가 종종 있음을
세상사는 모습에서 보게 되는데
(나의 봉사활동에 이런 경우가 있었음)
공부하는 이라면 모두가 다
나의 한 생각 다스리지 못한 소치일 뿐
상대의 잘못을 보지 말라 하시는 것이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요 진실입니다.
ㅎㅎ
호박 한 덩이에 걸려서
허물을 수미산 만하게 지으니
누가 와서 네 눈 하나 달라 한다면
얼른 빼서 깨끗이 씻어 가지고
여기 있습니다. 하고 드릴 수 있는
사람은 분명 못되는 사람입니다
禪門拈頌 1017話/수미산화(須彌山話)
雲門因僧問
學人不起一念 還有過也無
師云須彌山
어떤 스님이 운문 스님에게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았을 적에도
허물이 있습니까? " 묻자
운문이 " 수미산 이니라 "
허물이 수미산이라 하고
또 한 생각 일어나도
동념즉괴(어긋난다)라 하시니
가장 가까운 사이
가까운 관계부터 살피소서.
출처: 영주암 시민선원
카페 게시글
살며 살아가는 이야기
허물이 수미산이라..
寶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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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4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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