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배보다는 짧고, 한국리그보다는 길다.
제한시간 1시간의 olleh kt배는 장고의 시간을 제공하면서도 40초 3회의 초읽기로 제한시간후 급박함을 느끼게 되어있다. 40초라는 게 중요하다. 장고의 흐름에서 급격하게 초속기로 분위기를 바꾸니까, 1분 1회의 초읽기를 가진 농심신라면배보다 대국자들은 더욱 초조해진다.
이러한 초읽기의 급격한 변동에 적응력이 강한 기사들이 있다. 수읽기가 빠른 랭킹 상위권 기사들이야 모두 이런 적응에 빠른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이세돌과 강동윤이 우리 바둑팬들의 체감상 발군이라 할 수 있겠다. 결과를 놓고보니 또 그렇다. 2010 olleh kt배 결승5번기 무대의 주인공은 이세돌(83년생)과 강동윤(89년생)이다. 둘 모두 올해 아시안게임 한국 바둑 대표선수로 출전한다.
두 기사의 통산 전적은 이세돌 기준 13승 7패다. 2005년 농심배 통합예선에서 강동윤이 이세돌을 '똑' 떨어뜨리며 전적이 시작됐다. 둘 간의 결승무대는 두번 있었다. 2008년엔 명인전 결승5번기에서 붙었고, 2008~2009년도엔 천원전 결승5번기를 붙었다. 명인전서는 이세돌이, 천원전서는 강동윤이 우승했다. 특히 강동윤은 이해 천원을 우승하고나서, 후지쯔배까지 우승해 세차게 비상했다. 종합전적은 이세돌이 앞서지만 결과만을 놓고 보면 중요승부에서 강동윤이 나름 '제법'이다.
어느 필자가 쓴 글에 '이세돌의 천재성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둑TV에 처음 비친 강동윤의 모습을 보고 그야말로 전율을 느꼈다.'라는 식의 내용이 있었다. 글의 전개는 마치 천재가 천재를 잡는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결승 5번기 대결이야말로 전율이 느껴지는 천재들의 대결이 아닐까?
물론 천재라는 수식어가 이들의 대결에 어색한 면이 조금 있다. 1인자 이세돌은 이제 '천재'소리를 듣기에는 너무 민망할 정도로 성장했고, 강동윤은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팬들에게 욕(?)을 먹는 경향이 있기 때문.
강동윤의 경우 최근 1년간 세계대회 성적이 신통치 않았는데 이게 팬들의 높은 기대치에 부합치 못해 그런 경향이 생겼다. 국내기사인 이창호에게만 강하고 세계대회에서는 약하다는 그러한 류의 비평들이다. 어찌됐든 이세돌 9단과 강동윤 9단에게는 세번째 결승무대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보게 될 지 모를 결승조합이다.
이세돌-강동윤의 첫판, 결승 1국은 26일 저녁 7시에 열린다. 1국 해설을 맡은 진동규 5단은 해설을 수락하며 "이세돌-강동윤의 승부는 5:5"라고 힘주어 말했다.
- 팬들의 예상과는 많이 다르다. 팬들은 '이세돌이 일방적으로 이기지 않을까?'하는 마음까지 있는 모양인데? "그렇지는 않을 거다. 강동윤이 얼마나 센데." - 혹시 해설자가 개인적으로 강동윤을 응원하는 맘이 있는 거 아닌가? "어? 그런 거 없다. 누가 우승해도 밥한끼 얻어 먹을 일이 없다. 그 만큼 친하지 않다. 직관적으로 5:5가 맞다. " - 결승전 내용은 어떨거 같나? "짜릿하지 않겠나?"
2010 olleh kt배의 우승상금은 1억원. 제한시간은 1시간, 초읽기는 40초 3회다. 매회 바둑TV에서 생중계로 진행되며, 프로기사의 해설로 인터넷 생중계한다.
○●... 이세돌-강동윤 결승 5번기 (오후 7시)
1국 10월 26일 해설 : 진동규 5단 2국 10월 27일 해설 : 허영호 7단 3국 11월 08일 4국 11월 09일 5국 11월 1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