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을지면옥 평양냉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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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은 왜군과의 명량대전에서 승리한 뒤 아이가 건넨 토란을 입에 넣으며 이렇게 말한다. “먹을 수 있어 좋구나.” 전쟁에 이겨서 기쁘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흡족하다는 말이겠다.
가끔, 아주 가끔씩 먹는 재미를 스스로 억압하거나 애써 부인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음식을 밝히는 게 때론 아주 미개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까닭이겠다. 아니면 먹는 행위를 진심으로 귀찮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몸을 움직이고 뇌를 돌릴 정도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으로 먹는 재미를 고사한다. 어떤 사람들은 입이 까다롭다. 고기를 외면하기도 하고, 과일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정말 음식 취향만큼 특이하고 깔깔한 것도 없다.
사람마다 먹는 취향도 다양하고, 싫어하는 음식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간단한 음식을 먹더라도 껄끄럽고 이상야릇한 맛보다는 입안을 즐겁게 해줄 맛을 누구나 선호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인생의 큰 행복 중 하나라는 반증이겠다.
입맛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이 다가온다. 이 계절에 사람들을 가장 유혹하는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냉면이다. 인터넷에 보면 냉면 맛집을 소개하는 포스트가 수두룩하다. 이따금 더위가 지겹고, 지치게 만들 때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맛집을 찾아 한사발 즐길 것을 권한다. 스트레스와 짜증을 훌훌 날려버리도록 냉면이 도움을 줄 것이다. 가끔 과음을 한 뒤 먹는 냉면도 좋다. 숙취 때문에 먹은 음식을 왝왝 토할 것 같지만 시원한 냉면 육수를 마시면 어느 순간 속이 진정된다.
냉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먹으면 더욱 맛있겠다. 냉면은 엄연히 족보가 있는 음식이다. 그래서 잘하는 집과 못하는 집의 차이가 너무 크다. 특히 인스턴트 육수와 면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 진정한 냉면 맛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업소 정보를 꼼꼼히 따져보고 방문해야겠다. 같은 재료도 요리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거기에 색다른 재료가 첨가되면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냉면도 그렇다. 평이해 보여도 음식점마다 맛내는 비법이 따로 있다.
음식점에 가면 메뉴판에 다짜고짜 물냉면과 비빔냉면이라고 쓰인 곳이 있다. 가끔 회를 고명으로 얹은 회냉면도 보인다. 대부분 정체불명의 인스턴트 면을 사용한데다 레시피 또한 정도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정체가 모호하다. 냉면 흉내만 낸 냉면이라 할 수 있겠다. 냉면 마니아들은 냉면을 평양냉면, 함흥냉면, 진주냉면으로 나눈다. 각각 면의 속성도 다르고, 먹는 방식도 구분된다. 보통 메밀면을 사용하면 평양식, 고구마나 감자면을 사용하면 함흥식, 고명을 화려하게 얹으면 진주식으로 보면 된다.
평양냉면은 메밀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면을 차가운 육수에 넣은 것으로, 면발을 씹으면 면이 쉽게 뚝 끊어지는 게 특징이다. 평양냉면은 시원한 맛에 먹기 때문에 여름보다 겨울에 먹어야 더욱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양냉면의 육수는 쇠고기, 꿩, 동치미 국물을 사용한다. 평양냉면은 육수를 훑어내듯 흡입한 뒤 가만히 씹으면서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 평양냉면에 사용하는 메밀 면을 이용해 비빔냉면을 파는 곳도 많다. 그러면 면이 뚝뚝 끊어져 비빔냉면의 풍미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음식점에서 파는 물냉면은 평양냉면이 원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함흥냉면은 고구마나 감자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면은 탈력이 강해 씹는 맛이 좋다. 함흥냉면은 고기와 함께 매운 양념장에 비벼먹는다. 고기뿐만 아니라 참가자미나 홍어 등을 넣은 회냉면도 냉면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좋다. 함흥냉면은 혀끝에 면이 척 달라붙어 휘감기는 맛이 일품이며, 붉은 색과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비빔냉면의 원조는 함흥냉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진주냉면은 <생활의 달인>에 소개되면서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남부지방에서는 대대로 이어져온 음식이다. 진주냉면은 평양냉면과 같이 메밀이 주원료다. 대신 육수를 낼 때 고기가 아니라 대구나 아구, 조개, 다시마, 멸치 등 해산물을 이용하며 고기, 오이, 부추, 달걀 등 고명을 듬뿍 얹는다. 그래서 진주냉면은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까닥 넘어간다. 또 풍성하고 상큼해보여 입맛이 저절로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