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DOLLAR
필자 ‘폴 블루스타인’ Paul Blustein은 1950년 미국 출신, 로즈 장학생으로 옥스퍼드대학 유학 후, 워싱턴 포스트에서 일한, 기자 출신 경제 저널리스트다. 환율의 오르내림이나 디지털 통화의 등장은 단기적인 도전과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킹 달러’의 흐름이 이어지리라 전망한다. 금융계의 주요 쟁점인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의 운명이 궁금한가? 그러면 미국 국채 시나리오를 주목하란다. 마지막으로 각국의 중앙은행이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할지 알고 싶으면 토큰화된 예금의 가능성을 보란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 손주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그들이 자라서 암호화폐를 좋아하게 되더라도 변함없이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것이다.” 멘트 글을 첫 장에 올리며 시작하는 것이 흥미롭다.
2025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미국과 우방국들의 관계가 망가지고 일관성 없는 관세정책이 시행되며 미국의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상황에 미국의 자산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정부 재정 전망이 나빠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국채에 대한 투매가 일어나 그 결과, 금리가 급등하는 시나리오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달러의 세계적인 지배력이 최소한 가까운 미래까지는 그대로 유지되리라 확신한다. 달러가 패권을 잃을 가능성, 즉 국제무역이나 금융의 주요 통화라는 위상을 다른 나라 통화에 빼앗길 가능성은 지극히 작다. 달러가 패권을 유지하면,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수단으로 달러를 무기화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상당한 국가 중, 하나이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명분으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를 조절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2023년 상하이를 방문한 브라질의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매일 밤 나는 나 자신에게 어째서 모든 나라가 자국의 상거래를 미국의 달러에 의존해야 하느냐고 질문을 던집니다.”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내는 청중에게 “우리는 어째서 자국 통화로 무역하지 못하는 걸까요? 금본위제가 사라진 이후 달러를 기축통화로 결정한 사람은 대체 누구입니까?” ‘룰라’는 국제통화의 위계질서 문제를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소수의 통화만이 위에 있고 나머지 통화는 밑에 깔린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석유, 밀, 반도체, 의약품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硬化로 대금을 받으려 한다. 경화는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위안화, 스위스-프랑을 비롯한 극소수의 화폐이다.
미국의 국내 총생산은 세계 총생산의 4분의 1 정도다. 미국의 수입량은 국제무역량의 8%에 불과하지만, 달러는 미국 영토 밖에서 이루어지거나 미국인이 연관되지 않은 거래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돈의 기능은 ‘교환 매개’, ‘회계 단위’, ‘가치 저장’ 등 세 가지를 가져야 한다. 달러는 상보성과 보편성이 있다, 예로 세계 수출업자들은 달러로 대금을 청구하고 받는 것을 당연시한다. 대출도 달러로 받는 것이 편리하다. 이런 요소를 ‘상보성 complementarity’라 한다. 영어는 세계적 수많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언어이기에, 이 언어를 세계 각국에서 쓰면 편하다. 이를 ‘보편성 ubiquity’라 한다. 달러가 외환 스와프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대단한 것인가? 예로 일본의 생보사들은 자사의 해외 포트폴리오 중 상당을 달러 표시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그러나 보험금은 엔화로 지급해야 하므로, 환율 변동에 대비해 달러- 엔 스와프를 활용한다. 스와프를 통해 변동을 헤징(Hedging: 위험; 환율, 금리, 가격 변동 등을 줄이거나 막는 행위) 한다.
공유된 허구를 떠받치는 신용. 누구든 마음먹으면 달러 표시 유가증권 중, 중요한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사고팔 수 있는 데다가, 그리해도 가격 상승이나 하락을 유발하지 않는다. 미국 금융 시장은 전 세계적 금융위기마다, 헐값으로 매각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자산 운용사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다. 지난 20년간 테러, 전쟁, 북한 같은 ‘불량국가‘를 고립시키는 일에 달러가 활용되었다. 러-우 전쟁에는 달러의 무기화가 세계적으로 환영받았지만, 2018년에는 트럼프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나 기업은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음으로써 다른 나라에 미국의 결정을 따르도록 강요하자, 일부 국가는 분개하여 탈달러화 기조를 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보증하는 화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 신봉자, 자유 지상주의자, 온갖 지식인이 지적하듯이 화폐는 사회적 구성물이자 ’공유된 허구‘다. 즉 화폐의 가치는 사회 구성원들이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지에 달려 있으며, 이때 이들의 의향은 남들도 계속해서 그러할지에 대한 추측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역사적으로, 시대별로 갖가지 물건이 화폐로 쓰였다. 사람들은 극한 속에서도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화폐와 비슷한 수단을 고안하는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했다. 포로수용소에서는 담배가 거래 수단이다. 은행 파업으로 문을 닫자, 고객들은 종이에 수표를 만들어 필요한 물건을 샀다. 이 수표가 받아들여진 것을 신용 덕분이었다. 어떤 것이 화폐로 쓰이는가는 바로 신용이다.
미국의 힘과 책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미국인은 물론 타국인에도 중대한 사안인데 이유는 첫째, 영향력이 큰 미국 정부가 달러라는 무기를 과도하게 유용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않은 채 달러를 이용한 경제제재를 무자비하고 일방적으로 시행하다가는 역풍을 맞아 재앙에 직면할 것이다. 둘째 달러 우위로 미국은 전 세계 금융 안정을 촉진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과도한 의무를 떠안게 되었다. 현대 통화 시스템에는 금융 시장이 혼란이 발생할 때마다 달러 부족 사태가 놀랍도록 자주 일어난다. 셋째 디지털 화폐가 등장하면서 <스파이더맨>의 격언이 현실성을 띠고 있다.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결제 방식과 금융 시스템이 탈바꿈해 금융거래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감시와 통제가 강화돼,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내가 죽었다는 보도는 상당히 과장된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마크 트웬‘처럼 달러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한 후에도 우위를 유지했다. 달러는 매번 자신의 죽음을 예고한 사람을 겪었다. 금융위기 시기인 2007~2008년 사이에도 달러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치솟아 연준이 사실상 세계 경제의 방어벽 역할을 해야 했던 일이다.
1913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연방준비법‘이 제정되어 연준이 탄생했다. “연방준비은행권”이란 문구가 인쇄된 달러가 미국 공식 화폐가 되었다. 연방준비법은 과도한 중앙집권화를 방지하고자 지역의 이해관계자에 통제 권한을 부여하려고, 미국 전역 대도시에 10개 ’준비은행’을 설치하고, 각각에 은행, 기업, 주민을 대표하는 이사회를 두도록 명시했다. 워싱턴에 있는 이사회가 연준을 감독하게 되었다. ‘연준이사회’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통과한 이사들로 구성되었다.
양날의 검이 된 달러 강세. 달러 강세는 연준이 신용 긴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목표다. 문제는 강세가 과도했다는 점이다. 수출과 수입의 격차가 커지면서 무역 적자는 1985년 GDP의 3% 1,200억 달러 규모다. 미국의 재정 건전성은 외국 자본에 의존되었다. 미국인들이 독일 자동차. 일본의 전자제품 등의 수입품을 사면 달러가 해외로 들어간다. 그 달러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주머니에 그대로 남는다. 물론 외국인은 상당량을 미국 국채 매입과 같은 미국 경제에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쓰였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각국이 비축한 달러가 어느 순간 많아져서, 미국 자산 대량 매각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매리스’의 경고도 무시무시한 가정이 있지만, ‘볼커’도 같은 우려에 공감했다. 결과 만들어 낸 것이 1985년 ‘플라자 합의’다. “달러에 대한 비달러 중요 통화들의 질서 있는 평가절상”을 촉구하는 것이, 협상의 책임이다. 미국의 적자는 1987년 DGP의 3.4%, 2004년은 6%로 6,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아시아 각국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은 그 비슷한 비율로 흑자가 쌓여가고 있었다. 당시 미국이 누린 특권은 다음과 같았다. 미국 정부가 달러 기호를 넣은 종잇조각을 대량으로 찍어내 외국인들에게 넘겨준 대가로, 미국인들은 값싼 제품과 저금리 대출을 통해 자신들의 생활 수준을 최대한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종잇조각 양이 시장을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는 심판의 날이 다가올 터였고, 미국의 과소비 행태도 대가를 치르는 것이 마땅해 보였다. 실제로 미국인의 개인 저축률은 2005년에 0%대로 떨어졌고, 그 후 3년 동안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필자는 주장한다.
2025.10.02.
KING DOLLAR
폴 블구스타인 지음
인푸를엔설 간행
첫댓글
회장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됨세요